[천마로를 거닌 사람]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어요”
[천마로를 거닌 사람]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어요”
  • 김민석 기자, 엄수진 준기자
  • 승인 2020.10.05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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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주 동문(경영학과 09학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작가이자 캘리그라퍼이다. 그녀의 작품은 삼성 갤럭시 스토어 무료 인기 테마 1위에 등극했으며 현재도 35만여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에 강민주 동문을 만나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가고자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조리사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조리사라는 직업이 제 적성과 맞지 않아 다른 일을 찾아다녔어요. 그래서 2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영남이공대 경영학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영남이공대에서 우리 대학교로 편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영남이공대에 입학하기 전까지 꿈이 없었어요. 단순히 대학을 졸업해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경영학 공부를 하다 보니 ‘자산관리사’를 꿈꾸게 됐어요.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4년제 경영학과를 졸업해야 했기에 편입을 하고자 마음먹었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우리 대학교 경영학과로 편입하게 됐어요.

 대학 시절 하지 못해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워요. 저는 많은 사람들을 사귀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영남이공대에 재학할 당시 학과 대표를 맡거나 학과 홈페이지 홍보 모델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꿈을 좇기 시작하면서 대외활동을 할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우리 대학교에 편입한 이후로는 오로지 자산관리사가 되기 위한 공부만 했던 것 같아요. 졸업하고 나니 제 자신에게만 집중했다는 것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았어요.

 본인에게 ‘영남대학교’는 어떤 의미인가요?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곳, 그리고 도전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곳이에요. 자산관리사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했어요. 제가 졸업할 당시 주변에서는 늦은 나이에 금융권 취업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대구은행과 삼성증권 등에 도전했죠. 결과는 아쉬웠지만 당시 떨어졌다는 좌절감보다 저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뻤어요.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나의 길을 꾸준히 걸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작품제공: 강민주 동문

 평소 필체가 좋은 편인가요?
 아니요. 악필이에요.(웃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캘리그라피하는 사람은 명필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캘리그라피 글씨는 평소 글씨체와 거의 관련이 없어요. 평소에 쓰는 글씨와 캘리그라피 글씨는 쓰는 방법 자체가 달라요. 사람이 쓰는 필체에는 이름이 없지만 캘리그라피는 컴퓨터 폰트처럼 서체마다 이름과 이론이 있어요. 그래서 악필이라고 해도 배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자신의 글씨가 지닌 장점이 무엇인가요?
 글씨에 마음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한 획을 그려나갈 때마다 저의 진정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그런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캘리그라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캘리그라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캘리그라피는 같은 글자라도 예술성을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글씨예요. 하나의 글자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캘리그라피의 큰 매력이죠.

 캘리그라퍼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무엇인가요?
 캘리그라피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제가 소속된 단체에서 ‘회원전’이 열렸어요. 당시 실력이 좋지는 않았지만, 제 작품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선생님께 출품하고 싶다고 했죠. 그래서 회원전 한쪽에 제 작품을 내걸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어요. 그렇게 만족하던 어느 날, 한 어린아이가 제 작품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봤어요. 당시 작품의 글귀는 ‘서로의 온기가 희망과 용기가 되어’였는데 그 아이에게서 제가 온기를 느꼈어요. 그런 경험이 제가 캘리그라퍼로서 용기를 얻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됐어요.

*작품제공: 강민주 동문

 반대로 캘리그라퍼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원하는 글자가 안 나올 때예요. 같은 글자를 삼일 동안 쓰는데도 원하는 글자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제 수업에서 수강생에게 글자를 가르쳐 드렸는데 잘 따라오시지 못해 답답해하실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캘리그라피 에세이 책 표지를 바탕으로 삼성 갤럭시 스토어에 테마를 출시해 무료 테마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1위를 할지는 몰랐어요. 책을 출간하면서 우연한 기회로 삼성 갤럭시 스토어에 테마를 출시하게 돼 기대하지 않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 삼성 갤럭시 스토어 무료 인기 테마 1위를 하게 됐어요. ‘너는 꽃처럼 아름답다’는 말이 사람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줘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캘리그라피를 독학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캘리그라피를 취미로 배우고자 하는 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면 돼요. 하지만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요. 저도 캘리그라피를 독학하려 했어요. 그 결과 글씨를 똑같이 따라 쓰는 것은 가능했지만, 나만의 글씨를 쓰는 것은 불가능했죠. 그렇기에 전문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분들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 배우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 『너는 꽃처럼 아름답다』

 지난해 『너는 꽃처럼 아름답다』라는 에세이집을 발간했습니다. 작가가 되고자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말을 글로 풀어내 책으로 쓰고 싶었죠. 또한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나’라는 사람으로 섰을 때, 나를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을 쓰게 된 것 같아요.

 ‘감성미인’이라는 필명이 눈에 띕니다. 필명을 ‘감성미인’이라고 지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제 에세이에 마음과 관련된 글이 많아 ‘마음미인’으로 하고자 했어요. 하지만 해당 단어의 어감이 어색해 마음과 가장 비슷한 단어인 ‘감성’을 넣었어요. ‘미인’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는 뜻이며, ‘인’은 글자 자체를 의인화해 사람의 체온을 불어넣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너는 꽃처럼 아름답다』는 어떤 내용인가요?
 어른들을 위로해 주고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아이 때와는 다르게 성인이 되면 힘들고 지칠 때 위로 받을 곳이 없어요. 그래서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글로써 위로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글을 보고 위로를 받으며 쉬었다가 다시 힘을 내 한 발짝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작품제공: 강민주 동문
*작품제공: 강민주 동문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캘리그라피 원데이 클래스’를 제안했어요. 당시 책 출간을 앞두고 있어서 ‘캘리그라피 원데이 클래스’와 ‘저자 미니 특강’을 같이 연계해 강연하고자 했죠. 그래서 YES 24 반월당점에서 처음으로 강연을 하게 됐어요.

 당시 YES 24 반월당점에서 진행한 강연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책의 내용과 같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자 ‘나답게 사는 것’,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핵심적으로 다뤘어요. 이를 캘리그라피에 녹여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줬어요.

 강연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강연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지나간 삶에서 아픔이 있었고 그 부분을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강연을 하게 되면 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죠. 평소에는 남들에게 저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게 힘들었지만, 첫 강연에서 용기를 내 제 얘기를 했어요. 청중들의 응원에 ‘내 취약점은 취약점이 아니었구나’, ‘나도 잘 이겨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이때 든 생각은 무엇인가요?
 브레네 브라운의 『마음 가면』에서는 자신의 취약점과 수치심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면 강해진다고 말해요.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모두 취약점을 가지고 있죠.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따라서 취약점과 수치심은 가려진 축복일 수 있어요. 제가 이로 인해 작가가 됐듯 말이죠.

*작품제공: 강민주 동문

 삶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한 마디로 ‘마이웨이’예요. 다른 사람의 화려한 인생이 좋아 보였고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대학생 시절 제 눈에 멋있어 보였던 ‘자산관리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사람들 가까이서 일을 해보니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따라가는 게 좋다는 것을 깨달았죠.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나의 길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이때 알았어요.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구체적인 목표는 작가로서 사람들에게 글로 사랑받고 위로해 주고 영감을 주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교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무엇이 아니라 왜를 끊임없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왜 돼야 하는지’, ‘왜 되고 싶은지’가 없으면 과정이 괴롭고 쉽게 포기하게 돼요. 왜라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그 과정이 힘들어도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고 그 고통조차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요. 저 또한 ‘내가 왜 책을 내야 하는지’, ‘왜 작가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낼 수 있었어요. ‘너는 꽃처럼 아름답다’처럼 우리 모두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니까 ‘Why’를 찾아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닌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살아가다 보면 힘들어서 포기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마음이 드는 날이 오더라도 절대 포기하거나 도망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고심 끝에 선명한 판단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앞에 커다란 돌부리가 놓여 있다면 우회하거나 뛰어넘으면 그만이에요. 넘어가는 과정이 힘들지라도 지나고 나면 분명히 그 돌부리의 크기만큼 성장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 자신을 좀 더 믿었으면 해요.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세상에 그 어떤 누구도 나를 믿어 주지 않으니까요.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만난 강민주 동문은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꾸준한 도전을 통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배우면서 ‘나의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정의하고 있다. 대기업 취직, ‘사’자로 끝나는 직업 선택 등 모두가 들으면 환호성을 지를 직업만 좇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목표를 잡고 그것이 안되면 새롭게 도전하기 보다 그 경험을 실패로 여긴다. 이 모두가 성공과 실패로 모든 것을 이원화한 것 때문은 아닐까. 강민주 동문은 자신의 꿈이었던 자산관리사가 되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나의 길’에서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도전의 의의’를 보다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나의 꿈을 되돌아보며 내가 왜 이 꿈을 이뤄야 하는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10년 전 그녀에게 도전 정신을 일깨워 준 압량벌 캠퍼스를 거닐며, 나 또한 ‘나의 길’을 설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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