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lles klar? In Ordnung?
[사설] Alles klar? In Ordnung?
  • 김요한 언론출판문화원 운영위원
  • 승인 2020.09.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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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상이 조용하지 않지요. 몹쓸 바이러스와 성난 바다로 인해, 덕분에 경제와 정치, 사회가 여러 가지로 시끄러워요. 세상 밖은 어수선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적으로는 더욱 조용하게 지내야 하는 그런 시절이지요. 혹자는 이제는 우리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고 말하며 새로운 규준, 소위 말하는 ‘뉴노멀’이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키워드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뉴노멀’은 단순히 지난 시대의 ‘노멀’이 유효성을 상실했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뉴노멀’이 무엇인지는 그 의미가 개방되어 있지요. ‘불확실한 상황’은 인간이 가지는 ‘불안’의 근원적인 원인입니다. 그 반대의미일 수 있는 ‘안정’과 ‘질서’는 불확실성이 해결되어야 찾아오지요.

 독일 사람의 캐릭터를 전형적으로 드러내 주는 독일어 표현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Alles klar?(알레스 클라?)” “In Ordnung?(인 오르트눙?)” 이라는 표현이에요. 맥락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친한 사람들끼리 안부를 물을 때 흔히 “Alles klar?”라고 묻기도 합니다. 물론 ‘알아들었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요. “잘 지내?” 이런 뜻인데, 굳이 우리말로 직역을 하면 “모든 게 분명해, 확실해?”라는 뜻이지요. 독일인의 편에서 보면 잘 지낸다는 의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모든 것들이 명확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편하고 잘 지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지요.

 수년 전 독일 어느 교외에서 열차가 충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지요. 독일 사람들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무척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사고에 대한 놀라움과 사상자들에게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당황스러움’이 이들의 반응이라는 것이 저에게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들이 당황스러워한 이유는 열차 사고가 발생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사상자들이 발생해서도 아니었어요. 이들이 당황스러워한 이유는 질서와 규칙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마주 오는 기차가 자신의 순서를 지키지 못하고 한 차선에서 서로 충돌했다는 사실은 질서와 규칙, 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질서와 규칙, 시스템의 붕괴입니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열차 사고에 대해 무척 당황스러워했던 것이지요. 'In Ordnung'은 독일 사람들의 질서와 규칙에 대한 사랑 내지는 집착을 나타냅니다. 'in'은 전치사이고, 'Ordnung'은 ‘질서, 규칙, 순서’라는 뜻인데, 이게 우리말로 하면 'OK' 혹은 ‘알겠어요, 좋아요’라는 뜻이 됩니다. 독일 사람들이 얼마나 'Ordnung'을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팬데믹, 뉴노멀, 기후위기, 경제불안, 세대갈등, 무한경쟁 등 불확실하고 명확하지 않으며 질서와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 이러한 상황이 'Alles klar'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의사가 환자를 버리고, 사랑을 설파하는 목사가 이웃을 죽음의 위협에 내모는 어지러운 사회가 'In Ordnung' 되기를 바랍니다. 돈이 아닌, 그들만의 사랑이 아닌, 경쟁이 아닌, 연대와 공감이 ‘뉴노멀’이 되는, 그래서 우리의 삶에 불확실성이 걷히고 조화로운 생활이 가능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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