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대학가 현상, 학점 인플레이션
여전한 대학가 현상, 학점 인플레이션
  • 조현희 기자, 김도현 수습기자, 엄수진 수습기자
  • 승인 2020.08.31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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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점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이 증가하면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처럼,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높은 학점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IMF 이후 취업난 등으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많은 대학에서 상대평가 방식을 도입했으나 학점 인플레이션을 막기는 어려웠다. 특히, 지난 학기 원격 수업으로 인한 일시적 절대평가 시행으로 학점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됐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러한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해 알아봤다.

 

 

학점 인플레이션, 그것이 알고 싶다

 학점 인플레이션에 관한 논의는 매년 뜨겁다. 일각에서는 보다 많은 학생이 높은 학점을 받으면 경쟁이 완화된다고 주장하지만, 학점 인플레이션이 학점의 가치를 떨어트려 학점 경쟁을 심화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학점 인플레이션의 원인 및 현황,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학점 인플레이션, 그 원인은?=학점 인플레이션은 심화된 취업난으로 취업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본격화됐다. 기업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학점을 활용했고, 학생들은 높은 학점을 취득함으로써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대학 또한 학생들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높은 학점을 부여하면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지난 4월 28일, 교육부는 196개 4년제 일반 대학 및 교육 대학의 학사정보를 분석한 ‘대학정보공시’를 발표했다. 해당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B 학점(100점 만점의 80점) 이상을 받은 재학생 비율이 전국 71.7%로, 전년에 비해 1.1%p 상승했다.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이 증가하고 학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학생들은 취업 준비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학생들은 본인이 관심을 가지는 강의보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일명 ‘꿀강’을 수강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꿀강’ 수강에만 몰두하면서, 일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김지영 씨(경제금융3)는 “듣고 싶었던 강의가 꿀강으로 소문나 수강 신청이 치열해져 해당 강의를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학점을 높이기 위해 재이수를 하거나, 성적이 낮게 나올 것 같은 강의는 F를 받아 재수강을 하기도 한다. 이에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이 늘어나 학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재수강 및 재이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재이수 및 재수강을 선택한 학생들은 졸업이 늦어지고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해결방안은 없나=일부 대학에서는 학점 경쟁의 심화를 막기 위해 재이수나 성적 부여에 높은 장벽을 마련했다. 우리 대학교도 학점 경쟁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수강생의 상위 35%까지만 A 이상의 학점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졸업 시까지 재이수 가능 학점을 30학점으로 제한했다.

 한편 대학 학사 제도를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학점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학점 인플레이션은 대학의 학사 제도로만 발생한 것이 아닌, 취업난 등 여러 사회 문제가 겹쳐 발생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취업 문제 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변하지 않고서는 대학의 학사 제도만으로 학점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절대평가로 학점이 향상됐어요’

 코로나19로 지난 학기 다수의 대학이 원격 강의 및 시험을 실시했다. 이에 객관적인 성적 평가가 어려워져 대학에서는 성적평가 방식으로 ‘절대평가’를 택했다. 따라서 학생들의 지난 학기 학점이 다른 학기에 비해 향상되고 학점 만점자가 속출하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

 지난 학기 학점 인플레이션 현황=우리 대학교 또한 지난 학기 원격 강의 및 시험을 진행하면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평가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학기 절대평가 시행으로 발생한 학점 인플레이션에 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우리 대학교 학생 1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76.4%(81명)가 다른 학기 성적에 비해 지난 학기 성적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양날의 검, 절대평가=학생들은 절대평가로 성적이 향상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2.5%(64명)는 지난 학기 발생한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해 ‘긍정적이다’라고 답한 반면, 47.5%(58명)는 ‘부정적이다’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다’라고 답한 학생 A 씨는 “취업을 앞둔 상황에서 학점이 0.1점이라도 상승해야 취업 준비 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긍정적이다’라고 답한 학생 B 씨는 “대다수 학생의 학점이 오른다면 학점은 더 이상 기업의 평가 수단이 아니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 학기 발생한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해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학생 C 씨는 “상대평가를 시행할 때에 비해 ‘A’, ‘A+’ 학점의 가치가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학생 D 씨는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이 많아져 취업 시 학점의 변별력이 떨어질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가장 적합한 성적평가 방식은?=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성적평가 방식은 무엇일까?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점 인플레이션 속 가장 적합한 성적평가 방식으로 47.5%(58명)가 ‘상대평가’를 꼽았다. 또한 나머지 항목의 선호도는 ‘절대평가’ 31.3%(38명) ‘PASS/FAIL’ 14.8%(18명) ‘기타’ 6.6%(8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 대학교는 이번 학기 성적평가를 ‘상대평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학점, 채용할 땐 이렇게 본다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점의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실제로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학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이준영 대구은행 인사부 계장을 만나봤다.

 대구은행 신입사원 채용 시 평가 항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신입사원 채용 시 학점과 더불어 자격증 경력 대외활동 봉사활동 등 여러 가지를 보고 있어요. 이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므로 학점의 평가 비중이 크지는 않아요.

 채용 가능한 최소 학점은 몇 점인가.

 학점 제한은 없어요. 종합점수로 채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학점은 큰 의미가 없죠.

 일각에서는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학점의 변별력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학점의 중요도가 얼마나 변했다고 생각하는가.

 많은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 학점 외의 항목들을 평가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보다 학점의 중요도가  낮아졌다고 생각해요.

 대구은행에서는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블라인드 면접방식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 있나.

 지난 2018년, 채용 절차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이라는 제도가 도입됐어요. 이러한 규준에 맞춰, 대구은행도 공정한 채용을 위해 2018년 하반기에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했죠.

 그렇다면 블라인드 면접 시 지원자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블라인드 면접 시 면접관은 지원자의 개인 정보를 알 수 없어요. 오로지 면접 답변 인상 직무 역량 등으로만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은행에 대한 의지나 관심도를 보여주는 금융 관련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블라인드 면접을 유지할 계획인가.

 당분간은 유지할 계획이에요. 채용안은 내부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지원자의 전공이 금융과 거리가 멀어도 채용될 수 있나.

 실제로 대구은행 신입사원 채용 시 경제학·금융학 전공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지원해요. 전공이 금융과 거리가 먼 직원들도 많죠.

 코로나19로 많은 대학이 절대평가를 시행하면서 지난 학기 학점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됐다. 이러한 현상이 이번 대구은행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미칠 영향이 있나.

 코로나19 이후 채용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해당 사안은 내부에서 논의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학점이 채용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아요. 대구은행의 경우, 은행에 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적평가 방식을 소개합니다

 상대평가: 개인의 점수를 다른 이들의 점수와 비교해 상대적 위치로 성적을 매기는 방법이다. 이는 평가 기준이 상대적으로 객관적이며, 다른 집단과 성적 비교가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의 목표를 어느 정도로 달성했는지 알 수 없고, 집단의 수준에 따라 형평성이 결여되기도 한다.

 절대평가: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개개인의 성적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A 학점의 기준이 90점 이상이라면,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학생은 수강 인원에 상관없이 A 학점을 받는다. 이는 각 개인이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집단의 성적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PASS/FAIL: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절대평가와 방식이 비슷하다. 그러나 평가 점수가 오직 통과와 탈락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절대평가와 차이점을 갖는다. 따라서 학생들은 PASS/FAIL 방식에서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통과, 도달하지 못하면 탈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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