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빼앗긴 들에 봄이 오기까지
[취재일기] 빼앗긴 들에 봄이 오기까지
  • 이연주 문화부 기자
  • 승인 2020.08.31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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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은 글자 그대로 ‘빛을 되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난 15일은 광복절이었다. 빛을 되찾는 일, 즉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과거 일제에 항거했던 수많은 역사적 인물 가운데 이번 문화 기획에서는 대구의 대표 시인으로 알려진 이상화에 대해 알아봤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에 발표한 이상화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상화 시인은 친일 대열에 가담하던 일부 문화예술인과 달리 문학작품을 통해 일제에 적극 저항했던 인물이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광복은 이루어졌지만, 사실 이상화 시인을 조명하는 문학적 연구에 있어 봄은 오지 않았다. 우리는 그에 대해 어떻게 배우고 있는가? 1923년에 발표된 「나의 침실로」의 해석에 있어 우리는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 ‘몸만 오느라’,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등을 통해 이상화 시인을 관능적·탐미적 경향의 인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이상화 시인의 문학 작품은 맞춤법이 통일되기 전에 쓰인 것으로 대구 방언을 자주 사용했지만, 이를 전혀 다른 의미로 왜곡시키는 등 이상화 시인에 대한 문학적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우리가 이상화의 명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상화 시인을 기념하는 한 단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이상화 시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의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행사 주최 측이 운영위원회를 열지 않고 문인협회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올해 수상자의 시집을 발간한 출판사 대표를 포함시키는 등의 행위로 전면 점검 중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상화 시인의 정신을 기리는 문학상이 아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동네 문학상’으로 전락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얘기한 단체뿐만 아니라, 이상화 시인을 포함한 역사적 인물의 정신을 기리고자 만든 문학제라 한들 이와 다름없이 패거리 문화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모든 시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에는 그 사람의 생각을 집약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생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상화 시인도 그의 일생에서 보고 느낀 것이 그의 시 속에 드러나 있다. 이로 인해 이상화 시인이 고뇌했던 흔적은 대구 지역 곳곳에 남아 있기도 하다. 우리는 잘못된 연구로 이러한 역사적 인물을 망가뜨릴 것이 아니라 정확한 연구를 통해 진정으로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가 남긴 자취를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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