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자연재해와 수(水)재해
[학술] 자연재해와 수(水)재해
  • 서용원 교수(건설시스템공학과)
  • 승인 2020.08.31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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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는 우리나라 자연재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자연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확률론적인 빈도 개념의 접근을 하고 있다. 자연재해의 슬기로운 극복을 위해서는 시스템이나 제도, 기술, 인프라가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은 그것을 움직이고 가치있게 하고 또 누리는 것은 우리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태풍 차바(CHABA)

 2016년 9월 28일 오전 3시에 괌 서쪽 북위 15.8도, 동경 158.1도 북태평양 상에서 발생한 제 18호 태풍 차바(CHABA)는 10월 5일 오전부터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다. 10월 5일 제주도 동쪽에 상륙한 차바는 이후 남해상을 거쳐 부산에 상륙, 울산 남부를 거쳐 대한민국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제주 고산에서는 역대 태풍 내습 시 최고급의 풍속에 해당하는 초속 56.5m의 강풍이 기록되었으며(최대기록 초속 60m), 이로 인한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울산에서 특히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의 두 시간 강수량이 160mm가 넘는 호우가 기록되었으며, 이는 재현기간 500년 빈도 지점강우량 147.2mm를 초과하는 극한강우에 해당한다(2013년 수립 태화강 하천정비기본계획 기준). 이로 인해 태화강이 범람하여 울산 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렇듯 차바는 2003년 매미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으며 10월에 발생한 태풍으로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태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나 국민에게 상대적으로 작은 관심과 주의를 끌었다. 결과적으로 태풍 차바는 인명피해 10명을 포함한 ‘예상치 못한’ 막대한 피해와 아픔을 남겼다.


자연재해와 홍수

우리나라의 자연재해 연간보고서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은 대부분 홍수에서 발생”
우리나라의 자연재해 연간보고서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은 대부분 홍수에서 발생”

 재해연보를 기준으로 78명의 인명피해와 7,942억원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2012년의 경우 수해로 인한 피해가 전체 자연재해 중 인명과 재산피해의 각각 99%와 94%를 차지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호우와 태풍 등 수해로 인한 피해는 실제 자연재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해에 대한 경각심과 주의는 예전만 못하다. 특히 작년(2019년)과 재작년(2018년)의 태풍이나 호우로 인한 피해가 미미했었던 점은 우리의 자연재해 특히 수해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날로 증가하는 불확실성과 극한수문사상의 변동성 증가로 인한 위험성은 앞으로 우리 앞에 놓인 길이 과거와 비교해서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발간한 5차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향후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더라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공간적 강우 변동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태풍과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연 강수량의 약 90% 가 홍수기인 7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기후변화 시나리오상 이 기간의 평균 강수량은 향후 100년 내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확실성과 홍수

우리나라 홍수 피해 통계
우리나라 홍수 피해 통계

 물관리는 자연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 장단기적으로 강우가 얼마나 내릴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깝게 아직은 없다. 이는 자연의 높은 비선형성에 기인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가진 자연현상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는 빈도(확률)의 개념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10년 빈도 홍수라고 한다면 10년에 한번 일어날 만큼의 규모를 가진 홍수를 말한다. 100년 빈도 홍수라고 한다면 100년에 한번 일어날만한 홍수이니 당연히 10년 빈도 홍수보다 클 것이다. 만약 우리가 홍수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높은 빈도의 홍수가 일어나도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투자를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시설에 높은 빈도의 홍수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공학이 가진 경제성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모든 시설에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설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에는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따라서 댐과 같이 국가 중요시설의 설계기준은 매우 높게 설정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앞으로의 문제는 기후변화와 함께 우리가 사용하는 빈도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장마

 중부를 기준으로 2020년 6월 24일 시작된 2020년의 장마는 공식적으로 8월 15일 종료됐으며 전국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긴 54일을 기록하였다. 이는 평년 장마보다는 약 20일 긴 기간이며 이 기간동안 전국 강수량은 686.9 mm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2위의 기록이다. 아직 태풍으로 인한 본격적인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올해 장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실종 50명(사망 38명, 실종 12명)으로 2011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기록하였다. 아직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재산피해도 이와 못지 않게 역대로 많은 피해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특히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이어져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던 것이 특징이다. 좀처럼 만수위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안동댐에서도 17년만에 수문을 열고 방류를 하였다. 이렇게 댐의 방류로 인하여 하류 지역의 피해도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섬진강댐 남강댐 합천댐 군남댐 등의 댐 하류 지역 피해도 컸다. 용담댐의 경우 200년 빈도에 해당하는 강우가, 섬진강댐의 경우 상류에 무려 500년 빈도의 호우가 발생하였다. 앞서 언급한 차바와 같이 10월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남은 기간 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미완의 물관리 조직개편과 앞으로의 방향

물관리 조직 ‘물관리기본법’ 시행 후
물관리 조직 ‘물관리기본법’ 시행 후

 2019년 물관리 일원화로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관련 법과 조직이 환경부로 이관되었다. 물관리 일원화의 취지는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로 물관리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천제방과 같은 하천관리 등에 관한 하천법은 아직도 국토부 소관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또 모든 하천이 국토부 소관은 아니다. 지방하천 및 소하천은 또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또 농업용수는 농림부 산하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유역과 하천이 따로 관리되고 물관리를 효율화하고자 하는 일원화 조직 개편은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하루라도 빨리 진정한 물관리 일원화의 실현을 위해 수자원 하천 물 관련 조직과 기구 법을 하나로 통합하고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금번 홍수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하천과 댐 관리 그리도 더 나아가 유역의 일관된 관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수재해의 극복과 앞으로의 방향

 우리나라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선진국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수해 예방을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은 세계 어디에 내놓더라도 부끄러움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인프라와 시스템, 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더라도 그것을 움직이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실제 수해 경감과 방재를 위해 계획하고 설계하고 운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더 경각심과 주의를 가지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인프라와 시스템 자산을 가지고서라도 모두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2015년 8월부터 시작한 중부지방의 가뭄은 강수량 면에서는 역대 3위에 해당하나 그 이전 해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져온 가뭄으로 인하여 현장에서의 가뭄 강도는 실로 극심하였다. 그러나 그 극복과 대응에 있어 슬기롭게 대처하여 큰 피해를 줄일 수가 있었다. 이는 주어진 자원을 바탕으로 실무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기술적인 대안(engineered alternatives) 강구로 기적과도 같이 극복해 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일

 홍수나 가뭄을 대비하는 사회기반시설은 평상시에는 우리의 시선에서 멀리 관심 밖에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호우가 발생하거나 재해상황시에는 우리의 목숨을 구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시설임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우수가 흘러가는 우수관로와 각 도로에 설치된 유입구는 때때로 오물이나 쓰레기, 담배꽁초로 가득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꽉 막힌 우수관은 호우가 발생하였을 때 필요한 만큼을 우수를 내보낼 수 없다. 그 결과 발생하는 인명과 재산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평상시 우리도 이러한 시설들은 중요하게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도로의 유입구에 물고기 모양을 그려놓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런 글씨가 써있다. ‘이 물은 강으로 흘러갑니다(Drains to creek)’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Dump no waste)’. 이처럼 시스템이나 제도, 기술, 인프라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은 그것을 움직이고 가치있게 하고 또 누리는 것은 우리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NO DUMPING”, “DRAINS TO CREEK”
“NO DUMPING”, “DRAINS TO CR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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