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이제 그만!
디지털 성범죄, 이제 그만!
  • 김은택 기자, 박수연 수습기자
  • 승인 2020.08.31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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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성범죄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유포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디지털 성범죄 2차 가해의 특성과 해결방안, 우리 대학교 학생의 디지털 성범죄 인식 등에 대해 알아봤다.

끊지 못하는 사슬, 2차 피해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다. 이런 특수성이 기존 피해뿐 아니라 또 다른 피해를 낳는 2차 피해로 이어진다. 이에 디지털 성범죄의 2차 피해에 관해 알아봤다.

 악순환의 시작 2차 피해=2차 피해는 가해자 또는 제3자에 의해 피해 사실이 반복되거나 퍼지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범죄의 2차 피해는 사건 이후 지인, 언론, 사법기관의 배려나 시스템 부족 등으로 발생한다. 디지털 성범죄의 2차 피해는 일반적인 범죄의 2차 피해와 다르게 나타난다. 이와 관련된 유형으로는 가해자의 2차 가해 수사 기관 및 수사관의 소극적인 사건 대처 언론기관의 부적절한 보도 등이 지목된다. 특히 가해자의 2차 가해로 인해 피해 내용이 재유포되는 경우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유포·재유포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경우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피해를 겪은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지수는 평균 53.9점으로 다른 유형의 피해를 입은 집단에 비해 높았다. 오세연 세명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 실태 및 사례분석에 관한 연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의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신고포상금제’와 함정수사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내용을 갖춘 ‘기회 유발형 함정 수사를 허용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제시했다.

 언론과 수사기관의 2차 가해=일각에선 언론과 수사기관에서 2차 가해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에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보도할 때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신상 정보, 피해 내용 등이 확산될 수 있다. 이는 언론이 기사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과도한 정보를 보도하기 때문이다. 앞에 소개한 논문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한 보도에서 ‘여성 연예인’이라는 단서가 보도되자 주요 포털사이트 자동완성검색기능에는 ‘○○사건 연예인 피해자’라는 검색어가 등장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을 제정했다. 

 또한 수사기관이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조사 과정에서 2차 가해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3.6%가 ‘경찰의 적극적 도움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소극적 대처도 2차 가해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기관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입장에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해당 교육이 조직 문화 전체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연 교수는 “전반적인 경찰 조직 문화 속에 스며들 수 있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성범죄 인식 조사 결과

 

 A 씨/1학년/남성
 저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N번방 사건과 더불어 연예인, 정치인 등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공인이 저지른 디지털 성범죄가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이런 디지털 성범죄는 갑자기 생겨난 범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부분이에요. 다만 이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을 뿐이었어요. 일부 시민들은 이런 내용이 기사화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내용이 기사화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요.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이자 출발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B 씨/2학년/남성
 저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N번방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또한 피해자들의 용기와 그들이 입은 상처를 무시하자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매일 일어나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적발되지 않거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매일 같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일어난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죠. 이에 저는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사회적인 불안감이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게 형성돼 있다고 생각해요.

‘피해자’의 이야기 영화로 담다


 일부 영화감독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정혜원 감독은 ‘K대_○○닮음_93년생.avi’에서 불법촬영물 유출 피해자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또한 이한욱 감독은 ‘나를 기억해’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과 주변의 2차 가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에 두 영화를 본 필자의 생각을 담아봤다.

 K대_○○닮음_93년생.avi=이 영화는 불법촬영물 유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피해자 역으로 나오는 주인공은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비슷한 피해를 입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도입부는 남성들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불법촬영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그 남성들은 불법촬영물에 등장하는 피해자의 외모와 몸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장면을 보고 남성을 그저 악의 축으로 단정 짓는 ‘편향된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볼 때 여성과 남성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바라보니 영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여성’ 주인공과 ‘남성’ 가해자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닌 ‘피해자’인 주인공과 ‘가해자’가 등장하는 영화로 바라봤다.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니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었고, 디지털 성범죄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필자는 주인공이 화장실에 설치된 불법촬영 카메라를 볼펜으로 부수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남성은 여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여성은 남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범죄 사건을 바라볼 때 특정 성별의 입장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를 기억해=이 영화는 고등학생과 고등학교 교사가 성폭행을 한 뒤 그 내용을 유출하겠다고 협박하는 가해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2차 가해에 관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극 중 형사는 기자에게 성범죄 내용을 알리는 한편 기자들은 그 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피해자의 사진을 마구잡이로 찍었다. 기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학보사 기자로서 그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들은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가 아닌 ‘독자의 알 권리’를 우선으로 생각해 피해자의 사진을 찍었다. 피해자의 신상이 퍼지자 극 중 피해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기까지 했다. 이 충격적인 내용은 영화 속 판타지가 아니다. 최근 한 공인의 불법촬영 피해 사실에 대해 일부 기자는 ‘피해자의 과거 발언’, ‘피해자의 SNS 사진’ 등 ‘피해 사실’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보도했다. 한 번이라도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그런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피해 내용을 검색 몇 번으로 찾아볼 수 있고 지우기 힘들기 때문에 언론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 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영화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영화는 ‘여성’의 이야기가 아닌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앞으로 위와 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피해자’의 이야기로 본다면 영화 내용이 아닌 이 사회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도와줄게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포되는 디지털 성범죄 자료에 대해 피해 당사자, 대리인의 신청을 받아 해당 자료를 삭제,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해주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불법·성적 촬영물의 비동의 유포 등 성적 불법촬영정보 컴퓨터 기록장치 등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녹화한 성적 영상 등 성적 불법영상정보 특정인의 초상을 이용한 딥페이크, 지인능욕 등 성적 초상권을 침해한 영상 등을 심의해 삭제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또는 대리인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가 열려 해당 신고 내용을 검토해 처리한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도움을 받을 때는 피해자 신원이 특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신고 내용에 피해자 정보가 확실하지 않으면 일반 음란 정보로 심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폭력피해예방과 피해자 지원이라는 국가의 책무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고자 설립된 특수 공공기관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지원 상담을 신청하면 상담과 더불어 피해 영상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지원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상담 신청은 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전화(02-735-8994)를 통해 할 수 있다. 해당 센터는 N번방 피해자 긴급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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