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채식주의자와 퀴어 혐오의 상관관계
[취재일기] 채식주의자와 퀴어 혐오의 상관관계
  • 조현희 기자
  • 승인 2020.06.08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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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멘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 이 소설은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인들의 갈등을 묘사하며 인간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인류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이다. 약육강식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기까지 인간은 수많은 다른 종을 억압하고 폭력을 행사해왔다. 살육의 역사를 거치며 오늘날 우리의 발밑에는 우리가 짓밟은 다른 종들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폭력성이 동식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나와 다름’을 향한 폭력성으로 확대되는 현실을 고발했다. 이러한 ‘다름’을 무참히 잡아먹는 폭력성은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를 향해서도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달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확진자의 동선 중 세상의 관심은 새벽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을 방문했다는 부분에 집중됐다. 한 언론사는 보도 기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며 제목에 ‘게이클럽’을 명시했고, 확진자의 직업 및 근무지역 등 신상정보를 노출했다. 이후 그 언론사는 기사를 수정했지만, 해당 보도가 발생시킨 문제는 단순한 일회성 혐오로 그치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창에는 ‘게이’, ‘게이 클럽’ 등의 단어가 순식간에 올랐고, ‘성소수자의 행태가 처벌받을 만하다’, ‘비정상적인 집단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댓글로 비난이 난무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아직 혐오를 겪으며 살아간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사회가 규정한 기준에 어긋나는 ‘다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무참히 짓밟혔다. 영혜가 고기를 거부하자 그녀의 지인들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영혜를 마치 병에 걸린 사람 취급한다. 같은 맥락에서 ‘다름’을 가진 성소수자들 또한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필자의 지인은 언제나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번 퀴어 혐오 기획 기사를 쓰면서 만난 성소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성애는 누군가 찬성하고 반대할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찬반을 나누는 것, 트랜스젠더를 하나의 성별로 인정하지 않는 것 등 그들의 일상 속에는 너무나도 많은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와 우리 사회에서 표현된 폭력은 ‘은밀한 악’이다. 직관적으로 잘못되었음이 드러나는 악과는 달리, 우리 삶과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그것이 악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악이다. 사회가 성소수자에게 그랬듯, ‘나와 다름’에 행사하는 폭력을 우리는 지금껏 쉽사리 지적하지 못했다.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억압하고 혐오를 행사하는 우리의 ‘은밀한 악’을 감히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는 그런 우리를 ‘폭력의 주체’로 고발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폭력의 주체가 아닌 ‘연대의 주체’로 다름을 인정하고 성소수자와 연대할 때이다. 또한 그들이 커밍아웃하는 것이 혐오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아닐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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