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야기
[학술]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야기
  • 박호선 교수(미생물학교실)
  • 승인 2020.06.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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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연말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질환이 팬데믹이 되었다. 2020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 감염자는 626만 명, 사망자는 37만 명을 넘어 각 나라에서는 국경 및 사회 봉쇄조치를 시행하였고 이로 인해 보건의료 분야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고  부분적으로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었으며, 대부분의 대학에서 1학기 강의가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되었다. 또한 일부 직종에서는 재택근무가 도입되는 등를 하면서 우리는 현재까지 살아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림 1

 코로나19로 불리는 이 바이러스의 국제적 공식 명칭은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2(이하 SARS-CoV-2)이고, 이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의 명칭은 COVID-19이다. SARS-CoV-2는 생물 분류상 니도바이러스 목, 코로나바이러스 과, Orthocoronavirus 아과에 속하며 2002년 말 중국에서 시작하여 2004년까지 29개국으로 퍼진 사스를 유발하는 SARS-CoV-1, 2015년에 우리나라서 유행했던 메르스의 원인인 MERS-CoV와 같은 베타코로나 바이러스 속에 속한다. 코로나(Corona)라는 표현은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으로, 태양의 주변부에 보이는 코로나를 따서 만든 명칭이다.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면 제일 바깥쪽에 있는 외피에 돌기들이 있어 태양의 코로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 1)

 사스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코로나바이러스는 돼지, 고양이, 쥐와 같은 동물들에게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지만, 사람에게는 단순한 감기 바이러스와 같이 가볍게 지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는 원래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된 바이러스로, 사람에게서 매우 중증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였고 유전적으로도 기존의 사람 코로나 바이러스와 차이가 있다.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에 비하여 전염력이 매우 높은 한편, 특히 무증상 감염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자가 되어 있고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전파를 시키게 된다.

바이러스란?

그림 2 외피비보유 바이러스(왼쪽)와 외피보유 바이러스(오른쪽)
그림 2 외피비보유 바이러스(왼쪽)와 외피보유 바이러스(오른쪽)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작은 생물체이다. 육안으로 볼 수 없어 미생물로 분류된다. 세균(박테리아)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생물이지만 세균과 바이러스는 구조와 특성이 완전히 다른 생물체이다. 크기도 세균은 대략 0.5~5㎛, 바이러스는 20~400㎚로 바이러스가 나노 사이즈로 훨씬 작다. 십수 년 전부터 인류가 열광하고 있는 나노 테크놀로지를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하고 있는 생물체인 것이다. 일반적인 생물체들은 적절한 영양분과 습도, 온도 등이 갖추어지면 스스로 증식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크기가 너무 작다 보니 자신의 유전 정보(핵산)와 아주 극소수의 효소들 및 핵산을 싸고 있는 단백질(캡시드), 지질(외피) 등만을 가지고 있어(그림 2) 살아있는 다른 세포(숙주) 내에 들어가지 않으면 증식을 할 수 없다. 증식 방법 또한 일반적인 세포의 증식 방법인 이분열(유전정보 및 모든 구성성분을 두 배로 만들어 놓고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하는 것)이 아닌 모든 구성성분을 많이 만들어 놓고 기계의 부품을 조립하듯 증식하므로, 증식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는 확률이 높다.

 바이러스를 분류할 때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은 유전자의 핵산 종류이다. 동물, 식물, 세균, 곰팡이 등은 모두 자신의 유전정보를 DNA를 통해 전달하지만, 바이러스는 DNA 또는 RNA를 유전자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전자의 핵산 종류에 따라 DNA 바이러스, RNA 바이러스 두 가지로 구분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변종이 잘 생기는 이유는 DNA보다 RNA는 복제과정에서 염기서열이 잘못 끼어들어 가도 교정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변이가 많이 생긴다.

 핵산 외에 바이러스 분류에 많이 사용되는 것이 외피 유무이다. 바이러스 구조상 지질과 당단백 성분을 함유한 외피의 유무에 따라 외피 보유 바이러스와 외피 미보유 바이러스로 구분된다(그림 2). 지질 성분은 비누와 같은 계면활성제나 알코올 등에 쉽게 파괴된다. 외피가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누로 손 씻기, 소독용 알코올로 세정을 하는 것으로 쉽게 바이러스 활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예방수칙으로 비누로 손 씻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진단과 치료제, 백신 개발

 바이러스가 숙주에 의존해서 증식하다 보니 20~30년 전만 해도 바이러스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가검물을 동물이나 세포에 접종하여 배양하거나, 환자의 혈액 내에 특이 바이러스 항체 유무를 판단하여 진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각 바이러스는 자기가 증식할 수 있는 동물이나 세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배양율도 낮고, 기간도 오래 걸려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바이러스가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진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바이러스, 특히 유전자 염기서열을 알면 환자의 가검물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여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24시간 이내에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감염자 격리가 필요한 경우 빠른 진단이 매우 중요하므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초기에 유전자 증폭 방법의 진단도구를 빨리 개발해 사용함으로써 많은 감염자를 효과적으로 격리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바이러스에 의한 직접적인 세포 독성보다는 바이러스 제거를 위해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면역 반응에 의해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호흡기로 전파되는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감염된 세포 및 면역세포들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 등에 의한 증상, 즉 발열, 오한, 피로감, 근육통 등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므로 초기에는 어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환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이 무척 많은데, 호흡기 증상 외에도 미각과 후각이 없어지는 신경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급격하게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면 많은 양의 다양한 염증 관련 사이토카인들이 한꺼번에 생성되어 여러 장기를 동시에 망가뜨려 사망에 이르는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분자생물학과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바이러스 진단과 치료제, 백신 개발이 신속해졌고 표적을 찾는 일도 과거보다는 수월해졌다. 코로나19가 발견된 지 6개월밖에 안됐지만 이미 백여 가지의 백신들이 개발되고 있고 다양한 약물들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효능을 입증할 만한 항바이러스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초기에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됐던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도 오히려 부작용 때문에 사망자가 더 생긴다는 보고도 있어 아직 그 효과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외국에서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어 국내에서도 이 약재의 특례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치료제 중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으며 가장 빨리 만들 수 있는 것이 혈장 치료제이다. 혈장 치료제란 코로나19를 앓고 회복된 분들의 혈장으로 만들어지는 치료제로, 이분들의 혈액 내에는 바이러스를 중화시킬 수 있는 항체가 있기에 이를 환자에게 투여하면 바이러스를 중화 시켜 세포 내로 감염하지 못하도록 한다. 단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회복하신 분들의 헌혈이 없이는 치료제를 만들 수 없어 완치된 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완치자들의 혈액만 빨리 모을 수 있다면 혈장 치료제는 빠르면 연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의 백신을 개발해서 허가가 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5~1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데 동물실험인 전임상시험을 비롯하여 세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효능을 입증하는 시험법의 개발과 검증도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사람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도 RNA 바이러스로 1980년대 초에 발견되어 40년 전 세계 수많은 연구소와 제약회사에서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하였으나 아직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였다. 대신 HIV 증식과정의 여러 단계를 각각 표적으로 하는 다양한 항바이러스제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spike, RNA 복제 효소, 캡시드 등에 염기서열이 하나씩 변이가 생기는 단일염기 다형성이 발견되어 2019년 우한에서 시작되었던 바이러스와 조금씩 다른 변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런 변이가 누적이 되다 보면 전파력이나 병원성 등도 바뀔 수 있고 특히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의 표적이 되는 부분들에 변이가 생기게 되면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개발은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해서 개발되고 있다. 전통적인 백신은 배양한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해서 우리 몸에 투여해도 증식을 하지 못하는 불활성화 백신과 감염력은 가지고 있지만, 병원성을 약하게 만든 약독화 백신이다. 일본뇌염백신이나 A형 간염백신은 불화 백신이고 홍역, 수두, 이하선염백신 등은 약독화 백신이다. 유전공학이 발달하면서 면역력을 잘 유발하는 특정 바이러스 단백질의 유전자만을 클로닝해 세균이나 효모 등에서 단백질을 생산하여 사용하는 서브유닛 백신이 개발되었고 현재 사용하는 B형 간염백신이 대표적인 서브유닛 백신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경우에는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발현시킨 후 바이러스 유사입자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은 위의 방법들 외에도 특정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만을 직접 주입하는 DNA 백신, RNA 백신도 개발되고 있고, 다른 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만을 끼워 넣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들도 개발되고 있다.

그림 3  S 단백(Spike glycoprotein)
그림 3 S 단백(Spike glycoprotein)

 코로나19의 중화항체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단백질은 바이러스 외피의 돌기에 있는 S 단백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감염을 시작할 때 세포에 부착하는 가장 중요한 단백질이기도 하다. (그림 3) 따라서 대부분의 백신이 이 항원을 타깃으로 항체를 만들도록 개발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인류

 바이러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감염이 되며 영향을 미쳐왔다. 사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 전,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식세포 유전자 안에 끼어 들어왔고 그로 인해 우리 유전자 내에는 많은 내인성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존재한다. 우리 몸 안에 정상 세균총이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을 합성하고 다른 유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처럼, 내재한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우리 몸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유익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림 4
그림 4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이었지만 1979년 이래 지구상에서 박멸된 질병인 천연두의 흔적을 기원전 1100년경의 이집트 람세스 5세의 미라 얼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집트 18왕조(기원전 1570~1293년)의 비석 가운데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면 한쪽 다리가 가늘고 짧은 것을 볼 수 있는데(그림 4), 이 사람은 폴리오 바이러스에 의한 회백수염(소아마비)에 걸렸던 것으로 추측된다. 천연두 백신과 폴리오 백신의 전 세계적인 공급 노력으로 인류 역사상 두 종류의 바이러스 질환은 거의 박멸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스, 신종플루,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지카열, 메르스, 코로나19 등 과거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변종 바이러스들에 의한 질병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다양한 가금류 및 가축들의 바이러스 피해도 해마다 속출하고 있다. 현재 동물, 식물,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 등을 총망라하여 5,500여 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국제바이러스 명명위원회에 등재되어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으나 가능한 사람 바이러스가 아니었던 것들을 인간에게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의 자연 서식지 파괴를 멈추어야 하고 야생동물의 포획이나 애완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가금류나 가축의 집단 사육도 동물들의 위생환경을 저해하고 면역력 저하를 유도해 감염병 발생 시 집단 발병을 일으키므로, 가능한 쾌적한 한 환경에서 사육하여 지구 생태계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류의 생활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그런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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