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뒤에 숨은 그들
익명 뒤에 숨은 그들
  • 김은택 준기자
  • 승인 2019.11.25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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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교 악플 게시판

 악성 댓글(일명 악플)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특정 사람을 향해 모욕적인 내용의 글을 인터넷상에 작성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악플로 고통 받던 공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악플은 공인뿐만 아니라 대형 참사의 유가족, 1인 유튜버 등 일반인도 피해와 고통을 겪게 한다. 이처럼 악플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악플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 대해 알아봤다.

악플을 만드는 사회

 악플 문제는 스마트폰의 발달 등으로 사용자가 어디서나 인터넷 환경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8 사이버 위협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건수는 1만 5,926건으로, 지난 2013년 접수된 8,880건보다 약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우리 사회에 악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처벌을 알아봤다.

 그들이 악플을 다는 이유=지난 2007년 정승민 백석문화대 교수(경찰경호학부)가 성인남녀 468명을 대상으로 ‘악플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8.7%(227명)가 인터넷상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쉽게 악플을 쓴다고 말했다. 이에 정승민 교수는 “사람들이 익명성에 숨을 수 있는 인터넷상에서는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악플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초·중·고등학생 970명을 대상으로 악플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계기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약 25%(242명)가 ‘장난으로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올바른 댓글 문화 정착을 위해 시민들의 의식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악플을 생산하는 미디어=일각에선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하는 일부 미디어가 ‘악플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16일 한겨레신문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2015년 8월부터 지난달 13일까지 특정 공인과 관련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 약 9,238건의 기사 중 대부분이 해당 공인의 활동보다 공인의 사생활을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보도한 것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신문·방송사의 자극적인 기사는 *뉴스 통신사와의 경쟁 때문에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문·방송사들이 뉴스 통신사에 비해 ‘속보성’ 측면에서 불리하기에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방법으로 심층적인 분석보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사를 접한 독자는 자극적인 주제에 맞는 내용을 댓글로 달면서 악플이 점차 확산된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미디어가 사건에 대한 원인이나 해결방안을 다루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사실 중심의 기사를 자극적으로 보도해 악플을 유도하는 환경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악플을 달게 되면?=현재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70조에 따르면 악플을 게시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또한 해당 게시물이 허위 사실로 밝혀질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피해자를 지목한 특정성 타인이 모욕 행위를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 피해자의 평판을 해칠 정도의 모욕성이 성립돼 모욕죄가 인정될 경우에는 민사상의 책임도 져야 한다. 황방모 변호사는 “욕설이나 명예훼손 발언이 담긴 악플을 캡처한 자료를 모아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해당 자료를 토대로 인터넷 프로토콜(이하 IP) 주소를 추적해 가해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 통신사: 독자적인 취재조직을 가지고 신문사 등을 대신해서 뉴스와 기사자료를 수집·배포하는 기구

악플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정부에서는 악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 악플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여러 규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악플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지하고 악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도 늘고 있다.

 실명제 도입 필요한가=인터넷 실명제는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인터넷 이용자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인증해야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지난 2007년에 있었던 공인의 극단적인 선택이 악플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이유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본인확인제도’가 시행됐다. 이에 하루 접속자 3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에선 본인 확인을 거쳐야만 댓글 작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해당 제도 시행 당시 일부 시민들은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 정보 노출에 따른 사생활 침해,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다. 이에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 ‘본인확인제도’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그러나 선거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흑색선전 등 부정적인 문제의 가능성도 있기에 선거일이 있기 180일 전부터 선거 관련 기사에 한해 부분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모든 기사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5일, 리얼미터가 19세 이상 성인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실명제에 관해 조사한 결과 약 69.5%(398명)가 인터넷 실명제 시행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지난달 25일 박대출 국회의원은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본인 인증 절차는 시행하지 않지만, 이용자의 별명, IP 주소는 모두 공개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대출 국회의원은 “일부 공인의 극단적 선택의 이유가 악플로 지목되고 있다”며 “악플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에 이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사회도 나서다=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도 악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달 25일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면 뉴스 기사 댓글 서비스와 특정 인물을 검색했을 때 그 인물에 대한 관련 검색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인터넷 내에 건전한 공론화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댓글 서비스를 실시했으나 악플, 여론 조작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에 댓글 서비스를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술인 ‘클린봇’으로 뉴스 제공 서비스에 불쾌한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감지하면, 해당 댓글을 자동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악플 처벌 강화, 댓글면 폐지를 통해선 근본적인 악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올바른 댓글 문화가 정착되도록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선플달기국민운동본’는 매년 11월 첫째 금요일마다 ‘선플달기 전국릴레이운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선플 기부 캠페인 등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활동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울산 지역에서 선플 달기 캠페인을 실시한 이후 학교 폭력이 약 64% 감소했다. 이에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긍정적인 표현을 자주 하면서 교우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난달 29일,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는 모든 학교와 직장에서 사이버 폭력 예방교육 실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제안 및 발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민병철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은 “선플을 달면 선플을 받는 사람, 선플을 보는 사람, 선플을 쓰는 사람 세 사람이 행복해지며, 이를 통해 기대되는 사회적인 경제효과도 약 250조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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