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空想)] ‘시한부’ 기자생활을 마치며
[공상(空想)] ‘시한부’ 기자생활을 마치며
  • 윤신원 문화·편집부장
  • 승인 2019.11.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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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합니다. 영대신문 54기 수습기자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하드트레이닝이 진행되니 편집국으로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영대신문 수습기자로 합격한 당시 편집국장 선배로부터 받은 문자였다. 무척이나 기뻤다. ‘내가 기자라니. 초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걸까’, 하면서.

 수습기자가 된 첫날, 직속선배가 내게 ‘3년 동안 열심히 해보자’고 했다.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탕. 탕. 탕) 시한부 기자생활, 3년입니다’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지극히 많고도 턱없이 부족한 이 시간 동안 필자는 영대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영대신문이 됐고, 영대신문 또한 내가 됐다.

 이처럼 필자는 영대신문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지 않고, 목적지인 듯 살았다. 내게 모진 소리를 했던 취재원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금방 잊혔지만 우리 조직에 대해 폄하했던 사람들은 꿈에서 만날 정도로 잔상이 깊게 남은 것처럼, 신문사에 좋은 일이 있으면 기쁘고 나쁜 일이 있으면 슬펐다. 바이킹에 탑승한 듯 일희일비하는 내 감정의 주원인은 신문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이익보단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마음은, 당장 내 처지가 힘들더라도 무의식적으로(아니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한 채 조직의 성공만을 기대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이렇게 얻은 성공은 달콤한 열매를 맛본 듯 일시적으론 효과가 좋았지만, 내 마음에는 성공의 크기만큼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하지만 영대신문을 선택한 내 과거이자 과거가 될 현재가 후회되진 않는다. 아플수록 내면은 성숙해졌고 고민할수록 생각은 깊어졌으니. 고민한 흔적이 깊어서일까, 같은 아픔을 경험하게 될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래서 항상 그들에게 ‘영대신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부디 자신을 버리고 영대신문을 위해 살지 말라고. 자신을 소모하는 ‘일터’보다는 진정한 자신을 창출하는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고.

 영대신문 기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질문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수습기자 지원 시즌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지원할 것인가’란 질문의 대답부터 하자면, 다시 지원한다. 영대신문에서 일하면서 ‘기자’라는 어릴 적 꿈은 저만치 멀리 떠나보냈지만, 여기서 얻은 경험은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소중한 추억이 됐다. 다음으론 ‘시간을 되돌려 수습기자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것인가’란 질문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대답하겠다. 사람이란 후회의 동물이라 했던가. 지난날을 회고해 보면 분명 후회되는 일도 있었지만, 되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말인즉슨, 필자가 영대신문에 있었던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더 이상 소모할 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겠다.
 
 ‘시한부’ 기자 생활을 마칠 시기가 다가왔다. 필자를 뒤이어 ‘시한부’ 생활을 할 기자들이 영대신문의 역사를 이어주길 바란다. 더불어 필자가 이 자리까지 남아있게 해준 독자 여러분들, 영대신문 선·후배님과 동기들, 언론출판문화원 구성원분들 등 모든 분께 감사의 의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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