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습니까?”
“당신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습니까?”
  • 원대호 준기자, 조현희 준기자
  • 승인 2019.11.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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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대학 내에서 계약직 교직원, 경비원, 교내 미화원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대학 내에 존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이들의 처우는 어떤 편일까? 본지에서는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와 처우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대해 알아봤다.


대학 내 비정규직의 실태

 대학 내 비정규직은 교육 및 행정업무 등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근로를 제공하고, 학교 회계에서 보수를 받는 자를 지칭한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200여 개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약 1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학 내 비정규직의 현황과 처우에 대해 살펴봤다.

 대학 내 비정규직 상황은?=대학에서 직접 고용하는 비정규직에는 조교, 연구원, 계약직 교직원 등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대학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비율이 2016년 34%(1만 3,751명) 2017년 34.3%(1만 4,007명) 2018년 36.6%(1만 5,590명)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그들의 처우는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열악한 실정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4조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사업체에서 2년 이상 일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일부 대학에서는 임금 문제로 인해 비정규직의 계약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체결하고 있다. 이에 대학 내 기간제 근로자들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더 일할 수 없는 고용불안에 처해 있다.

 대학 내에서 근무하는 조교 중에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하지만 조교는 ‘학생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신분’으로 저임금 노동, 상사 갑질 등에 노출돼 있다. 많은 대학에서 대학원생 조교에게 임금이 아닌 ‘장학금’으로 보수를 지급하며 노동법 적용을 피해왔다. 이에 지난 8월 고용노동부에 이어 검찰에서도 대학에서 일하는 ‘학생 행정조교’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 탓에 정규직에 비해 적은 임금, 열악한 복지 등의 차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에서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자 청소, 경비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채용하고 있다. 용역업체와 대학의 계약 기간은 보통 1년 내지 2년으로 짧은 편이다. 이러한 탓에 대학과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정의당이 주최한 ‘대학 청소시설 경비노동자 노동환경 증언대회’에서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짧은 계약 탓에 용역업체에서도 휴게 공간 개선 공사, 임금 인상 등의 처우 개선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우리의 처우 개선을 학교에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측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라, 원청관계자가 구체적인 작업 지시나 처우 개선을 행하는 것은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대학 측도 사정이=현재 대다수의 사립대는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부족한 정부 재정지원 등으로 인해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대학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4년제 183개 대학교 중 30개 대학교는 대학 내 계약직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을지대의 경우 대학 내 계약직 비율이 77%로, 실무직원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계약직 직원들의 근무 기간이 1~2년에 불과하기에 대학에서는 LINC 사업 등과 같은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특히 사립대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재정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문재인 정부는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천대는 대학 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동자·사용자·전문가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했다. 마침내 지난 3월, 인천대와 협의체는 5차에 걸친 협의를 통해 용역 파견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인천대 관계자는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서도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학내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춘권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대학 내 비정규직의 파업, 집회 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해당 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쾌적한 휴게공간을 위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러나 해당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대학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서울대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공과대학 휴게실에서 휴식 중 숨을 거뒀다. 노동자가 숨진 휴게실은 창문이나 에어컨도 없이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지하 공간이었다. 이에 서울대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학교 측에 기본금 3% 인상 명절휴가비 지급 기형적 호봉체계 개선 휴게시설 및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구춘권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비정규직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교도 노력 중=우리 대학교에서도 학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5년, 우리 대학교 조경관리 노동자는 과도한 업무량과 열악한 복지로 인해 집회를 열었다. 이에 우리 대학교는 학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주 6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변경했고, 휴일 및 공휴일은 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우리 대학교 측은 학내에서 근무하는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 홍보 업무량 감소 출입문 앞 청소 일정 부착 등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 청소노동자 A 씨는 “급여 인상, 냉동고 설치, 세탁기 설치 등 학교의 처우 개선 덕분에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대학교 본부 측은 학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취재를 마친 기자의 일기

 기자는 학내에서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와 파업 등을 자주 접했다. 그러한 영향으로 평소 노동과 관련된 이슈에 관심이 많았고, 이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 읽곤 했다. 특히 이번 기사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기자는 ‘대학 내 비정규직’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한정 지어 생각해왔다. 하지만 대학 내 비정규직에는 현장노동자뿐만 아니라 조교, 교직원 같은 사무노동자, 감정노동자 등 많은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칫 대학 내 비정규직을 ‘현장노동자’로 한정해 기사를 썼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무지했던 것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취재를 시작하기 전까지 기자는 대학이 학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고 생각했기에,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봤다. 그러나 대학 또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한정된 자원 내에서 나마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기자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다소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습기자 시절,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균형 잡힌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학교 측 또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학내 비정규직의 처우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열악한 실정이다. 따라서 학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와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학내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에 대학이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더 나은 노동 활동을 위해

 전문가들은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아직 열악한 편이기에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윤자호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을 만나 대학 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권리를 알아봤다.

 대학 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노동자가 돼요. 대학은 배움의 장이기에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어요. 대학은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줘야 해요.

 대학 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휴게시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노동자들의 휴게시설은 일하는 공간과 분리돼야 하며,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과 가까워야 해요. 또한 옥외 작업 등을 하는 노동자들의 휴게실에는 세탁 시설 탈의 시설 샤워 시설 등이 필요해요. 더불어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도 필수적이에요.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해당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따라서 많은 노동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받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충분히 해소할 공간이 없어요.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 수 있어요.

 대학에서도 조교, 교직원 등 감정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대학 내 감정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해, 감정노동자가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예방과 조치를 담고 있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마련됐어요. 하지만 해당 법은 처벌이 약한 편이에요. 이로 인해 해당 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정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곤 해요. 따라서 처벌 규정을 강화해 해당 법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요.

 지난해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조교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했다. 조교노동자의 처우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교수는 조교의 인사권 및 임용권을 갖고 있어요. 이로 인해 조교들은 교수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해도 대응하기 어려워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교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단체인 ‘노동조합’ 결성이 중요해요.

 지난 8월,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약 2배로 나타났다. 이에 일부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급여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급여 인상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시장으로 이분화돼 있어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더 적은 임금을 받는 문제가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의 급여 인상’보다 노동시장 내 차별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실현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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