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 천마문화상 - 우수상(시)] 박명
[50회 천마문화상 - 우수상(시)] 박명
  • 박다은(단국대 문예창작과4)
  • 승인 2019.11.18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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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기다리기만 한다면 만날 수가 없겠구나 우리는 영원히

 

 너는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말을 건다 닫힌 문을 가운데 두고 숨소리로 대화하는 고래들처럼 우리의 입은 점점 닫혀가는데

 

 어떤 말을 해야 숨을 쉴 수 있는지

 서로에게 가장 온전한 형태로 남을 수가 있는지

 

 미로에서는 왼손으로 벽을 짚고 죽 걸으면 된다는데 여기서는 무얼 잡으면 될까 이 왼손으로 말이야 누구도 위로해준 적 없는 왼손으로 우는 어깨를 차마 두드려줄 수도 없었지 내게 남은 마지막 위선을 걸어 약속을 해주겠니 아무도 모르게 깊은 모래 속으로 고래의 뼈를 묻어 버리자고

 

 온 힘을 다해 터지는 고백과 기도들

 

 우리는 모른 척 방둑 위를 걸으며 저녁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의 주위에는 죽은 아침의 잔해들이 아직 남아 있었고 서서히 지워질 준비를 한다 불꽃놀이는 끝났어 그러니 집에 돌아가서 사랑하는 사람의 귀에다 대고 말해 영원한 건 없다고 그렇게 속삭여 내가 너에게 하지 못했던 그 말을

 

정말 다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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