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 천마문화상] 심사평(시)
[50회 천마문화상] 심사평(시)
  • 김문주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9.11.18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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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분야에는 모두 25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예년처럼 투고작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경계는 비교적 분명하고 분류는 어렵지 않았다. 첫 번째 부류는 대체로 말을 덜어내고 행을 나누면 된다는 생각에 기초한 작품들,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결코 산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뜻은 한정적이고 언어는 의미를 담는 단순한 그릇인 경우()이다. 투고자들은 시의 언어에 본인의 특별한 감정이 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언어들에는 상투적인 감정과 생각이 담겨 있는 게 대부분이다. 표현된 언어보다 언어에 대한 글쓴이의 감정이나 생각이 과잉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 부류는 일상적인 산문 언어와 다른 방식으로 언어를 활용하고 구성하는 경우이다. 문학 제도 안의 시에 관심을 갖고 시를 공부한 투고자들의 작품이 이에 속한다. 이 두 부류의 작품은 명시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난다. 천마문학상의 경우 후자의 작품은 적고, 본심에 다루어지는 시들은 대개 이들 작품이다. 전자는 시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시는 아니다. 후자의 경우 관건은 자기 어법을 갖고 있는가하는 점인데, 대부분이 창작방법을 배워 시적 모양, 시적 어법을 이루고 있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 중에 2명의 투고자의 작품에 눈길이 갔다. 국지성 소나기는 언술 바깥에서 시적인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 언어들 간의 긴장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 작품이었다. 다만 세계를 받아내는 시인의 태도와 사유가 충분히 개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박명은 세계에 대한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을 개성적인 발화로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작품이었다. 시는 배워서 쓰는 것이지만 그때의 학습은 나의 언어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터, 박명의 시인은 자신의 시선과 감수성을 자신의 언어로서 표현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직스러웠다. 자신을 믿고 자기 언어의 길로 매진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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