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설 분야에는 총 21편이 응모되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작품을 우선 일곱 골라냈다. 다시 스토리 구성의 치밀함, 소재의 참신성, 문장 및 문체 탄탄함을 살펴 세 작품을 엄선하였다. 「그네는 어떤 얼굴로 흔들리나」, 「무주의 맹시」, 그리고 「금 간 구슬」이 그들이다. 앞의 두 작품은 전통적인 소설 문법에 충실한 작품이며, 마지막 작품은 세계관의 변이(혹은 확장)라는 면에서 독특했다.
전통적 글쓰기 방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위의 두 작품 외에도 시험관 시술로 점점 피폐해져 가는 아내와의 이혼 과정을 그린 「해설(解雪)」, 동성애자 아들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인 「바람막이」, 뚱뚱한 발레리나의 비애를 그린 「달에서 아라베스크」, 형의 죽음을 불꽃에 빗대어 그린 「화희(火戲)」도 작가적 재질이 엿보이는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확장성 측면에서 보자면 「시간선과 대학원생에 대한 점찍기」, 「완벽한 행복은 없다」, 「동물애호가」 같은 응모작도 있었다. 「완벽한 행복은 없다」는 영생에 대한 지향과 지양을, 「시간선과 대학원생에 대한 점찍기」는 타임머신 혹은 시간 이동을, 「동물애호가」는 동물 학대를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문장의 수월성이라는 측면에서 「금 간 구슬」에 미치지 못했다.
「그네는 어떤 얼굴로 흔들리나」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아파트 경비라는 직업으로 인해 엮이게 된 이성태를 통해 각자의 말만 하는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무엇을 했느냐’라고 묻는 방식으로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들이 서로 조밀하게 어우러져 무늬를 만들었다. 크게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서사는 각기 그 때 ‘무엇을 했느냐’라고 묻고 있지만 되짚어보면 동일한 질문을 독자에게 되묻고 있다. 그 해답을 읽는 이가 모두 고민하게 만드는 빼어난 수법이다. 하지만 서사의 연결이 다소 치밀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금 간 구슬」은 상상력이 잘 발휘되어 마치 공상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참신했다. 다만 문장의 완성도가 떨어져 참신함에 발길질을 하는 형국이다. 「무주의 맹시」는 소재는 참신하나 독자로 하여금 추론을 하게 만드는 피곤함이 있다. 이야기 전개 과정이 지나치게 명료할 필요는 없으나 어차피 추리소설이 아닌 바에는 적당한 선에서 서사 전개가 자연스러웠으면 좋았다. 오환의 죽음에 병윤이 어떻게 연류되었는지,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부단한 정진을 통해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