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레드 콤플렉스’는 정확히 무엇일까?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기성세대들은 전쟁 가능성에 두려워하고 북한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그 공포심을 가리켜 ‘레드 콤플렉스’라고 말한다. ‘적색 공포증’이라고도 불리는 ‘레드 콤플렉스’는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한 과장되고 왜곡된 공포심과 그 공포심을 근거로 하여 무자비한 인권 탄압을 정당화하거나 용인하는 사회적 심리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6.25 전쟁 후 분단된 국토에서 남북이 서로 적대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는 남쪽에 사는 일반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옳든 그르든 친북의 입장이면 바로 '빨갱이'로 낙인 찍혀 사회에서 매장당하기도 하고, 정부에서는 국가안보를 문제로 인권을 유린하면서 애국을 강요하기도 했었다. 언론도 다를 것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레드 콤플렉스’로 국민들을 선동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언론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기득권 세력의 일부인 동시에 상업적 목적을 지닌 기업인 언론은 때때로 왜곡과 과장을 일삼는 것은 물론 날조마저 서슴지 않는 적극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른바 ‘국가 안보 상업주의’를 실천했던 것이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기사와 논평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가 안보를 걱정한다는 식으로 애국심을 과시했던 것이다.
우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사상을 극도로 편협하게 만들어 국민의 비판정신을 크게 위축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드 콤플렉스’로부터 언론과 사회가 해방되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의 사상적 자유는 결과적으로 억압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조금이라도 진보적인 대상이면 그것을 빨갛게 덧칠한 뒤 ‘마녀사냥’ 식으로 무섭게 덤벼드는 행태의 바탕에 놓여 있는 ‘레드 콤플렉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설령 우리가 통일을 이룬다 해도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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