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제도의 명과 암
대학입시 제도의 명과 암
  • 김은택 준기자
  • 승인 2019.10.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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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흔히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에 많은 수험생은 더 높은 지위로 갈 수 있는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고자 초유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도한 경쟁은 현재의 대학 입시를 많은 문제 속에 빠지게 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한 달을 앞두고, 대학입시 제도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대학입시 제도의 발자국

 지난 2017년 교육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약 40%보다 높았다. 이러한 대학 진학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바람직한 입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대학입시 제도를 연구하고 개선해 해당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에 대학입시 제도에 대해 알아봤다.

 대학입시 제도의 시작=현재의 대학입시 제도가 정착되기 전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제도에는 ‘대학별단독시험제’와 ‘대입예비고사제도’가 있었다. ‘대학별단독시험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험을 관리하고, 각 시험 날짜는 정부가 정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악용한 일부 대학이 정규 과정을 마치지 않은 ‘무자격 학생’도 임의로 선발해 문제가 됐다. 실제 지난 1965년 실시된 학사감사에서 부정 입학자 725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학입학선발연합고사’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대학 자율성 저해 등의 문제로 인해 대학입학선발연합고사가 무산됐다. 그리고 4년 뒤인 1969년 해당 제도는 완전히 폐지됐다.

 한편 ‘대입예비고사제도’는 정부에서 고교 교과목을 중심으로 ‘예비고사’를 출제하고,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대학별 고사(일명 본고사)를 출제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1969년부터 1979년까지 시행됐다. 대학이 본고사를 출제함에 따라 ‘대학입학선발연합고사’ 추진과정에서 제기됐던 ‘대학의 자율성 침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지난 1980년 정부는 ‘7.30 교육 조치’를 발표해 각 대학이 내신 성적과 예비고사로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발표문에 따르면 해당 조치는 입시 중심의 사회를 타파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격을 형성하는 시험을 만들고자 실시됐다.

 현재의 제도까지=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제도는 크게 정시와 수시로 나뉜다. 정시는 일정한 시기에 치러지는 수능에서 학생이 기록한 점수를 바탕으로 대학이 입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이는 이전 대학입학학력고사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교과목, 교과서 중심으로만 문제가 출제돼 학생이 가진 개인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에 의해 등장했다. 이에 1986년 당시 대통령 직속 기구였던 교육개혁심의회의는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가칭)대학입학적성시험’을 제안했고, 1991년 해당 시험 명칭을 수능으로 변경해 지난 1994년 첫 시험이 치러졌다.

 수시 제도는 수능이 치러지기 전 학생이 미리 대학 내신 성적, 면접, 논술 시험 따위의 결과를 중심으로 학교에 입학하게끔 하는 제도이다. 지난 1996년까지는 수능만이 대학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은 “당시 입시 제도를 다양화시키기 위해 수시 입학을 처음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수시 제도는 전형 요소, 반영비율, 전형방식 등이 대학별로 상이해 수험생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지난 2013년, 교육부는 ‘대입 전형 간소화 방안’을 발표해 수시 전형 기간을 기존 2회에서 1회로 줄이고,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 학생부 교과, 논술, 실기 위주 등 4가지 전형으로 수시 제도를 간소화시켰다.

 대학입시 제도 자체의 문제를 진단하다=바람직한 대학입시 제도 마련을 위해 수 차례 대학입시 제도를 개선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수능이 학생들 개인의 특성을 평가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택연 사회적협동조합 페토 이사장은 “수능과 학종을 비교하면 모든 학생이 각자의 역량, 능력, 특성, 가능성 등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교육 체제와 입시 제도인 학종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수능이 단순 암기와 문제 풀이 중심의 교육을 유도해 공교육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 안혜정 휘봉고등학교 교사는 “수능 기출문제를 숙달함에 있어 학생들은 학원을 학교보다 더 효율적인 곳으로 인식한다”며 “이는 급속한 고등학교 교실 붕괴 현상을 유발해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전했다.

 한편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등 일부 입시 비리에 따라 비교과 영역을 입시에 반영하는 학종 등이 공정성 논란에 놓이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18일, 김재원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외 16명은 대입 모집 비율을 정시 100%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재원 의원은 “학종이 수시모집 전형 중에서 가장 수험생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장 정확히 평가하고 있지만, 허위경력을 위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있어 대학입시 제도의 공정성 및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만드는 대학입시 제도

 정부에서는 보다 나은 입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대입 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에는 정부가 주도한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또한 일부 시민단체는 새로운 대학입시 제도를 제시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학입시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노력에 대해 알아봤다.
 
 정부가 바꾸는 대입제도=문재인 정부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공정한 대입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설치된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교육회의’는 대학입시 제도 등 주요 교육정책 방안을 세우고,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5월,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제도특별위원회는 수시와 정시 선발 비율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여부 등 3가지를 공론장에서 다룰 내용으로 선정했다. 이후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두 차례에 걸친 숙의 토론회를 거쳤다. 해당 공론화 결과에 따라 수시-정시 비중 균형, 수능 상대평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현행유지의 내용을 담은 의제1 수시-정시 비중 자율화, 수능 절대평가, 현행보다 약한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의 내용을 담은 의제2 등 두 가지 의제가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에 김영란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특별위원장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충분한 경청과 토의를 거쳐 국가의 정책에 의견을 제시한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6일 교육부는 대학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학종 비율과 특수목적고등학교 졸업생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 오는 11월 발표 예정인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대입 기본사항 및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특별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현재의 학종은 학부모의 경제력, 지위 등이 자녀의 입시에 직접 영향을 줘 사회적 논란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의 대학입시 제도=일부 국가는 일정 점수 이상만 되면 모든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과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수험생에게 부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바켈로레아’가 있다. 해당 제도의 시험 분야 중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는 논술 형태로, 외국어 분야는 회화 형태로 치러진다. 지난 2016년 교육정책네트워크에서 발간한  ‘프랑스의 대학입시 제도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바켈로레아와 같은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이 도입된다면 고등학교 교육의 방향이 대학 입학을 위한 것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하는 교육으로 바뀐다.

 한편 핀란드의 대학입시 제도는 지원자의 고등학교 최종 성적,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 본고사에서 얻은 성적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객관식과 단답식으로 출제되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달리, 대부분의 문제가 서술형으로 출제되기에 교사들이 먼저 채점한다. 또한 채점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사는 채점과정에서 해당 점수가 부여된 이유를 답안지에 명시해야 하며, 만일 채점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면 해당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에서 다시 채점해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노력=대학입시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은 민간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에선 새로운 대학입시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하 바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은 대학입시 제도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함께 상상하는 대학입시’ 공론회를 진행했다. 지난 8월 31일 열린 ‘대입제도 공론장’에서는 대학 선발의 주체 학생 선발 시기 학생 선발 방법 학생 선발의 이유 등이 논의됐다. 또한 기존 대학입시 제도인 정시와 수시를 넘어선 새로운 대학입시 제도도 제안됐다.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들은 연간 수능 횟수를 4회로 증가 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교육과정 설정 일반고와 특목고를 분리한 대학 선발 현역과 재수생을 분리한 수능 등 현재 발생한 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의견을 냈다. 이에 황정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시민교육국장은 “이번 공론화를 계기로 시민들 사이에서 대입교육과 대안대학 활성화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켈로레아 풀어보기

 

대학입시 제도에 대해 들어보다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논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시 제도와 수시 제도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현행 제도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무엇보다 공정해야=정시 제도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은 주로 ‘공정함’이라는 이유로 이 제도를 지지했다. 우리 대학교에 재학 중인 A 씨는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보다 자기소개서 등으로 평가하는 것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정시 제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대학교 학생 B 씨는 “수시 제도의 경우 각 대학이 제시한 선발 기준을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정시 제도는 합격 기준이 명확히 나타나기 때문에 이 제도가 더 공정하다”고 전했다. 충북대에 재학 중인 C 씨는 “수시 제도는 소수의 특권을 위한 제도이며,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이어나가기 때문에 이들로 인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안동대에 재학 중인 D 씨는 “고등학교 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선 고등학교들이 학생 모집을 위해 일명 ‘SKY 반’을 만들어 그들의 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을 채워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자연히 불리해지는 문제점이 자주 벌어진다”고 답했다.

 학생의 특성을 반영해야=수시 제도를 지지한 대학생들은 주로 개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지지했다. 우리 대학교 학생 E 씨는 “수시 제도를 통해 입학한 동기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모든 일에 있어 더 적극적이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대학교 학생 F 씨는 “각 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대학교에 진학한다면 그 특성을 살려 학과별로 특화된 교육도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학생들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의 횟수가 한 번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대에 재학 중인 G 씨는 “정시 제도는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들을 선발해 학생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며, 3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을 입학에 반영할 수 있는 수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해=한편 일각에선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정시 제도, 수시 제도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대학교 학생 H 씨는 “정시 제도와 수시 제도 모두 각자의 장점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시행 비중에 있어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해외 대학입시 제도의 긍정적인 부분을 참고하는 방향으로 현행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대에 재학 중인 I 씨는 “정부가 해외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연구해 일정한 점수만 충족하면 모든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수험생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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