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새로움의 두려움
[시선] 새로움의 두려움
  • 김달호 사회부장
  • 승인 2019.10.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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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항상 새로운 것과 조우하며 살아간다. 새롭다는 것은 이전에 없던 무언가를 뜻한다. 인류는 항상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드는 혁신 속에 살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은 다음 세대를 차근히 준비하는 원동력이 됐고, 그것에 맞춰 다음 세대가 새로움을 현실로 만들어 내며 그 세대의 기반을 닦았다. 또한 인간은 새로움에 있어 탐구적인 욕심을 낸다. 예측되지 않는 새로운 존재를 배워가며 그것이 만들 미래를 찬찬히 설계해 간다. 단적으로 길을 잃었을 때 그런 상황이 연출된다. 길을 잃는다면 그것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길의 끝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곳에 대해 학습을 하며 탐구적 욕심을 채워간다.

 새로움은 언제나 공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일종의 포비아가 새로움에서 발현하는 것이다. 현재 인류는 이 시대 최대의 혁명인 4차 산업혁명의 과정을 걷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에 존재했던 세 차례의 산업혁명과 달리,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사물과 사물의 인터넷 연결, 인류의 물리적 힘을 뛰어넘는 공장 가동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질 세계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도 그저 반쪽짜리 예측일 뿐이다. 왜냐하면 점차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등장하는 노동자 일자리 감소 등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간단치 않은 공포를 가져다 주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포는 개인의 일상에서도 느낀다. 어느새 새로운 해는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따뜻했던 봄날은 뜨거운 여름으로, 그리고 쌀쌀한 안개 낀 날은 두꺼운 겉옷을 입는 계절로 바뀌었다. 이 시기 누군가는 완벽한 종결을 꿈꾼다. 지금의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 새로운 해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하지만 이 시점이 오면 필자는 새로운 시작에 초점을 맞춘다. 왜냐하면 필자는 종결의 아름다움보다 시작의 도전 정신이 더 필요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미래는 만만치 않은 두려움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특히 일각에서 들려오는 미래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그러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더욱더 두려움의 시각으로 보게 한다.

 우린 이러한 공포를 담담히 견뎌내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예측하기 힘든 미래라도 ‘그것은 우리가 또다시 현재로 느낄 평범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인간은 과거라는 짐을 지고 현재라는 길을 걸어 미래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운명적 존재이다. 미래의 예측에 공포를 느껴 현재에 머물거나 미래를 회피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퇴보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퇴보가 될 것이다. 앞에 절벽이 있든 가시밭길이 있든, 어떤 존재,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도 미래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우린 발을 앞으로 내디뎌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차라리 과거라는 짐을 버리고 너무 빠른 속도로 가다 보면 오히려 미래의 위험에 빨려 들어가 파멸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린 적당한 양의 과거를 짐으로 지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탐구적 아름다움이 있는 미래에 도착하기 위해 오늘도 공포와 온전히 그리고 용감하게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것과 조우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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