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면역을 이용한 차세대 암치료
[학술] 면역을 이용한 차세대 암치료
  • 진준오 교수(의생명공학과)
  • 승인 2019.10.14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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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나 암세포 등에 대해 우리 몸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체계 중 하나이다. 만약 면역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으면 염증, 자가 면역 질환, 알레르기 그리고 암과 같은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암과 바이러스 감염 질환의 경우 우리 몸의 면역을 교란해 병원체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든다. 이와 반대로 면역이 무분별하게 활성이 되면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이나 염증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고, 심할 경우 패혈증까지 유발될 수 있다. 이렇듯 면역은 우리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고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적절히 조절돼야 하는 우리 몸의 방어체계이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 중에는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균이나 항원 물질을 포식할 수 있는 세포들이 존재한다. 또한 이 항원을 전달받아 직접 항원을 갖고 있는 병원균을 찾아내 사멸시키는 세포도 존재한다. 항원을 포식할 수 있는 세포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세포가 수지상 세포인데, 이 세포는 항원 포식 후 항원의 일부를 세포 표면에 제시하고 이를 T 림프구에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수지상 세포는 항원을 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T 림프구의 활성 보조인자와 전구 염증 면역 단백질(사이토카인)을 분비해 T 림프구의 활성과 증식을 유도한다. T 림프구는 수지상 세포의 항원 전달과 활성 유도 없이는 항원 인식이 불가능하고 활성 또한 나타나지 않아 병원균을 선택적이고 효과적으로 사멸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수지상 세포를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항원 제시 세포라고 할 수 있으며, 결국 T 림프구의 활성은 수지상 세포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T 림프구의 활성화는 수지상 세포에 제시된 항원을 인식하고 수지상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활성 보조 인자들이 T 림프구에 결합함으로써 일어난다. 이 과정을 통해 T 림프구는 항원에 대한 특이성을 가지게 되고, 항원을 함유한 병원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거나 세포 독성을 이용해 이들 병원균을 제거한다.

 우리 몸에는 기능과 표면 단백질의 표현 양상에 따라 크게 두 종류의 T 림프구가 존재하고 있다. 세포 표면에 CD4를 발현하는 T 림프구와 CD8을 발현하는 T 림프구가 있는데, 이들은 수지상 세포에 의해 활성되면 각각 도움 T 림프구와 세포 독성 T 림프구로 분화가 일어난다. 도움 T 림프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면역 세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수지상 세포로부터 전달받은 항원을 이용해 다른 면역 세포가 항원을 찾아 제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항체를 생산할 수 있는 B 림프구가 도움 T 림프구의 도움을 받아 항체를 분비하고, 병원균 제거에 참여하게 된다. 세포독성 T 림프구의 경우 수지상 세포로부터 항원을 전달받고 병원균이 존재하는 조직으로 이동해 항원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균을 직접 사멸시키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활성된 T 그리고 B 림프구는 병원균에 대한 정보를 기억해 병원균이 다시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보다 효과적이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 면역은 외부로부터 우리 몸에 침투한 병원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질병의 발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가 유아기에 접종했던 예방주사나 백신이 이와 같은 수지상 세포와 T 림프구 그리고 항체 형성에 이르는 면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되어 암 치료에 획기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으나 대부분의 암 치료는 증식하는 세포를 사멸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항암제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는 있으나, 우리 몸에서 증식해야 하는 정상 세포 특히 골수세포와 같은 세포도 함께 사멸시키는 부작용도 일으킨다. 또한 암세포가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아 재발이나 전이암이 되어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암을 치료하려는 방법으로 암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특히 면역 관문 수용체로 알려진 면역관문 억제요법(immune checkpoint blockade)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에 대해 독성을 나타낼 수 있는 세포 독성 T 림프구를 활성하는 방법과 환자의 세포 독성 T 세포를 체외로 분리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만든 CAR-T 세포 치료가 있다. 더불어 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항원을 이용해 암 항원 특이적인 면역 활성을 유도함으로써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암 백신 등의 치료 방법으로 우수한 치료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면역 관문 수용체를 억제하는 항체를 이용한 암 치료 방법은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세포 독성 T 림프구의 경우 공격 대상을 선정할 때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을 인식한다. 그 단백질이 발현되고 있는 세포의 경우 우리 몸의 정상 세포로 인식해 공격하지 않고, 그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 세포를 병원균이나 감염 세포로 인식해 세포 독성을 나타낸다. 암세포의 경우 우리 면역으로부터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서 이 공격 인식 방해 단백질을 과발현해 세포 독성 T 림프구가 정상 세포로 인식하게 만들며, 이로 인해 T 림프구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게 된다. 하지만 면역관문 억제요법을 사용하면 암세포 표면의 공격 방해 단백질을 억제해 세포 독성 T 림프구가 암세포를 병원체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세포 독성 T 림프구가 암세포에 대해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현재 이와 같은 면역 관문 억제 요법은 암세포가 공격 방해 단백질을 발현해야 사용이 가능하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키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암 치료에는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면역을 이용한 암 치료법의 또 다른 예는 CART cell(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요법이다. CART cell은 항원 수용체를 함유한 키메릭 T 림프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치료는 B 림프구 계열의 혈액암을 대상으로 치료가 진행됐다. B 림프구는 세포 표면에 CD19라는 단백질을 발현하고 있는데, 이 B 림프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기 위해 환자의 세포 독성 T 림프구를 체외로 분리한 다음 CD19를 찾을 수 있는 항체를 세포 독성 T 림프구 표면에 발현하게 하는 것으로 항암 효과를 유도했다. 치료율이 8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는 림프종 이외의 고형암에도 CART cell 요법을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일 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CART cell이 제조되고 있다. CART cell 요법은 이러한 장점이 있는 반면 개개인 환자에 대한 맞춤 치료법이 적용돼야 하고 체외에서 세포를 배양해야 하는 작업 등이 치료 과정에 포함돼 4억 원 이상의 치료비가 드는 등의 단점이 있다. 또한, 유전자를 조작했던 세포 독성 T 림프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난 뒤 몸 안에 장기간 남아 있을 경우 어떤 부작용을 나타낼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면역을 이용한 암 치료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암 백신이다. 암 백신 치료법은 일반 백신과 유사하게 면역을 활성해 암세포를 인식시키고 암세포에 대한 항원을 장기적으로 기억함으로써 재발이나 전이까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에서 유래된 세포로 특이한 항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정상 세포보다 특정 단백질의 발현량이 많기 때문에 이 단백질을 항원으로 사용해 백신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이들 단백질은 정상 세포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이므로 면역 세포의 활성을 유도할 수 없다. 따라서 면역 세포의 활성을 유도할 수 있는 면역 증강제(adjuvant)와 암 항원을 혼합해 투여하는 것으로 암 항원에 대한 특이적인 면역 활성을 유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암 치료 및 예방에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수지상 세포가 암 항원과 면역 증강제를 같이 섭취했을 때 암 항원을 표지하게 되고 이를 T 림프구에 전달하게 돼 T 림프구는 암 항원을 찾아 사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일반 백신과 같이 암 환자에 투여해 암에 대한 면역 활성을 유발하는 방법 외에도, 환자의 혈액 내에 있는 수지상 세포를 분리하고 암 항원과 면역 증강제를 혼합 배양해 활성화된 수지상 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는 방법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Dendron Corperation 사(제품명 Provenge)에서 이 방법을 전립선암 치료에 적용해 2010년에 미국 FDA에서 승인받아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암 면역 치료는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고, 암 치료에 실제로 많은 진전을 보인다. 최근에는 이들 치료법을 더 강화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면역 증강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면역 증강제는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증가시켜 항원의 면역 원성을 향상하는 물질이다.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는 면역 증강제는 알룸 (alum: aluminium salts) 외에는 없다. 알룸은 인산 알루미늄과 수산화알루미늄을 포함하는 염이며, 사람의 백신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알룸은 금속 성분으로 생체 적합성이 떨어지며 면역 활성 능력이 제한적이고, B 림프구 활성에 의한 항체 생산은 유도할 수 있으나 세포 독성 T 림프구의 활성화는 매우 약하게 나타난다. 암 치료를 위해서는 항체를 이용한 치료법보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세포 독성 T 림프구의 활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고 다양한 암 면역 치료의 기능을 향상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 보조제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면역관문 억제요법과 면역 증강제를 혼합했을 때 치료 효과가 향상된다는 연구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봤을 때 면역 증강제는 단순 보조제 개념이 아닌 여러 면역 치료제에 혼합해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치료제의 주성분으로 자리 잡을 만큼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한 종류의 면역 증강제 개발은 항원을 달리하는 여러 백신에 적용이 가능해, 그 시장성 또한 우수하고 백신의 저렴한 가격 형성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아직 암으로 고통받고 있다. 암을 정복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암을 이겨 나갈 수 있는 다양한 길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암이 정복되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들어 암에 대한 이해도가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만큼, 연구자들의 활발한 연구 활동이 암 정복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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