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애정에 따른 관심? 간섭!
[영봉] 애정에 따른 관심? 간섭!
  • 김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19.09.24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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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은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었다. 이런 추석을 앞두고 SNS에는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라는 이름의 메뉴판 사진이 올라왔다. 잔소리를 메뉴로 표현하고 그런 잔소리를 하면 지불해야 하는 용돈을 메뉴의 가격으로 표현한 것이 참신하면서 동시에 재미있게도 느껴졌다. 그러나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관심을 빙자한 간섭(잔소리)을 하는 세태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것을 지양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 메뉴판을 엿보면 대학은 어디 갈 거니? 졸업은 언제 할 거니? 시험공부는 잘 되니? 어느 회사에 다니니? 계속 그 회사에 다닐 거니? 살이 쪘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애는 언제 낳을 거니?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나 2030 청년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에 즐거운 기분으로 반가운 가족 및 친지를 만나러 갔다가 돌아올 때는 기분이 상해서 돌아오는 일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사실 관심과 간섭의 차이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마치 양면의 동전 같아 누군가는 관심에서 한 말이나 행동이 청자에게는 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다. 누군가는 간섭은 관심과 애정이 바탕이라며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에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잘되라고 의도에서 하는 말인데...’로 시작되는 친절을 거절하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이들이 삶을 통해 얻은 경험과 노련미를 바탕으로 조언을 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듣는 이에게 그저 잔소리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가장 친숙한 예로 부모와 자식 사이의 대화를 예로 들 수 있다. 부모는 자식이 성공하길 바라기에 자식이 하는 일에 끊임없이 관심을 나타낸다. 하지만 관심을 받는 입장에선 그것을 간섭으로 느낄 수 있다. 비단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구, 선·후배, 친척, 이웃까지도 친하다고 또는 가깝다고 우리에게 충고의 말을 건네곤 한다. 때로는 적정한 선을 넘어버린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아니 오히려 가까운 사이기에 적정한 선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친하다는 이유로 무례하게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오히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예의(禮儀)는 갖춰야 한다. 더구나 그렇게 간섭이 심한 사람을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적정선에 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그 입장이 되어서 내가 지금 하는 말에 불쾌함을 느끼지는 않을지 신중히 고려해보면 그 말뜻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자신이 상대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관심인지 간섭인지 그 적정선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하고자 하는 말이 그 사람의 능력 안의 일인지, 밖의 일인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만약 상대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그것은 관심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명백한 간섭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떠한가. 혹여나 자신이 상대에게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관심인지 간섭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내가 아닌 상대의 몫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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