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발할 것인가 모집할 것인가
[사설] 선발할 것인가 모집할 것인가
  • 영대신문
  • 승인 2019.09.2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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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대학에 들어 올 학령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 대학들이 차례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의 일종이다. 입시와 관련해서 전국의 대학들, 특히 서울 쏠림 현상에 따른 지방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더 불안에 떨고 있다. 이미 십 년도 더 된 말이지만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2018년 4월 1일 기준으로 2019년도에 비해 2020학년도에는 6만 명이 감소하고 2021학년도에는 5만 명 이상이 더 줄어든다고 한다. 지난 10일 2020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우리 대학을 비롯하여 대구권 주요 대학들의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한 결과가 나타났으나 서울 및 수도권 대학들의 수시 경쟁률이 평균 16:1을 기록했다. 이는 앞으로 대구, 경북에 소재하는 대학들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을 예견하게 한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입시는 수험생들의 경쟁이 아닌 대학 간 경쟁이 되었고 그 정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반면 정부와 대학은 동상이몽이다. 정부는 대학 스스로 혁신하라고 하고 대학은 정부 대처가 안일하며 기존에 새웠던 정책 실행도 미진하다는 견해를 계진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5~6년 전부터 예견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부터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결국 지금까지 별다른 묘수를 찾지 못한 채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 대학으로 눈을 돌려 보자. 학령인구가 매년 줄어드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아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취’하는 본부 보직자들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접하는 경우가 드물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해 공식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비춰진다. 줄어든 학령인구를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는 자포자기의 한숨들이 들려오기도 한다. 간혹 대학본부에서 관련된 대책이나 공문이 내려와도 다들 시큰둥한 분위기다.

 대학이 주체적으로 현 입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형편은 안되지만 적어도 스스로 이러한 위기를 넘기는 대응 방법과 태도는 갖춰야 할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뜻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끌어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외부의 손을 빌려 극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면한 위기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이와 더불어 학교의 긍정적인 대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형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갖는 사회적 평판도를 관리하는 것이 입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의 성과를 대외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하는 행위들을 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우리 대학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동문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 학부모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대학 본부가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여 대학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모집’이 아닌 ‘선발’이기 때문에 대학 본부와 다양한 전공 영역의 교수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머리를 맞대어 우수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중장기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입시 전략과 대책으로는 대학의 지속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가는 때가 아니라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되었다. 자칫하면 신입생 유치의 어려움을 겪게 되어 학생 ‘선발’이 아닌 ‘모집’에 급급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대학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마련하고자 하는 공감대를 넓히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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