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방대생’입니다
우리는 ‘지방대생’입니다
  • 원대호 준기자, 조현희 준기자
  • 승인 2019.09.2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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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은 해마다 입시철이면 이른바 ‘인서울(in seoul)‘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 이와 대비해 지방대에 대한 선호도는 낮은 현실이다. 이에 이러한 현실이 지방대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들어 왔다. 본지에서는 지방대의 위기와 해결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갈림길에 선 지방대

 지방대는 인재를 배출해 그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2012년 4년제 지방대 126곳 중 65곳(51.6%)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함에 따라 지방대가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지방대의 위기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알아봤다.

 지방대의 역사는?=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공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구가 수도권에 밀집되기 시작했다. 이에 1982년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 위해 전두환 정부는 수도권에 대학 설립과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은 계속 늘어가는 데 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한정돼 있어 수도권 대학을 가기 위한 수험생들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수도권 대학의 가치와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한편 김영삼 정부 때 ‘대학설립준칙제도’가 제정되면서 교사, 교지 등의 최소 기본요건을 충족하면 대학설립이 가능했다. 이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제약을 받지 않은 지방에서는 많은 대학이 설립됐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본요건으로 설립됨에 따라 교육환경과 교육의 질이 좋지 못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가 많았다. 재정이 부실한 지방대의 난립은 지방대 전체에 대한 인식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로 취업난이 발생했다. 이에 고등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고자 하면서, 지방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가 증가하게 된 계기로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방대의 아픈 현실=2000년대 중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방대를 풍자하는 ‘지방에 소재하는 잡스러운 대학(이하 지잡대)’라는 용어가 나왔다. 이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서울-수도권-지방 순으로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인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렇듯 지방대의 인식이 낮아지면서 학생들은 더욱 지방대 입학을 기피하게 됐다. 여영국 국회의원은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인 대학의 서열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사립대는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일부 지방사립대는 학생모집이 대학의 생존과 직결되기에 그 어려움의 정도가 지방국립대보다 심각하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은 우수한 교원을 초빙하지 못하게 되며, 그에 따른 연구의 역량 저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폐교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에 여영국 의원은 “사업, 문화, 교육 등 지방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연계된 지방사립대의 몰락은 나아가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이 구체화되지 못해 재정적자인 지방대가 폐교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법 52조 2항에 따르면 지방사립대는 폐교 시 남은 재정은 정관에 따라 사용된다. 그러나 대학 정관에 적혀 있지 않은 재정 사항은 모두 국고로 환수된다. 이에 국가의 재정으로 세워지지 않은 지방사립대에서는 재정이 국가로 환수되는 것을 피하고자 폐교하지 않고 있다. 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팀장은 “부실한 지방대의 난립은 지방대에 대한 인식을 낮출 것”이라며 “정부가 지방사립대의 폐교와 관련된 제정 절차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된다”고 말했다.

 재정위기, 그 영향은?=교육부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방대는 등록금 수익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교육부로부터 지원받는 재정지원사업 선정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대다수의 지방사립대는 재정지원사업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2017년 교육부 대학재정지원 상위 수혜대학’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학에 지방국립대는 2곳이었지만, 지방사립대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에 임은희 연구원은 “사업계획서 평가에 있어 전국 단위의 동일한 평가 기준 대신 권역별로 나눠 지방사립대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함께 조사한 ‘2019년 상반기 신입직 취업성공률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출신 취업준비생의 취업성공률이 41.3%인 반면 지방대 출신 취업준비생은 33.8%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방대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들보다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은 팀장은 “지방대의 취업문이 점점 좁아짐에 따라 수도권 위주의 취업 정보, 취업 인프라가 구축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위기 속에서 해결방안을 말하다

 입학정원 감소에 따른 지방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대학 등에서 많은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지방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알아봤다.

 정부의 지방대 살리기=문재인 정부는 지역할당제를 확대해 2022년까지 공공기관에서 지방대 학생들을 30% 이상 선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지방대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이에 정부는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해 해당 지역의 인재들이 일정 비율 이상 채용되도록 했다. 이러한 지역할당제가 도입됨에 따라 공기업에서는 채용 인원의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방대 출신들로 선발하고 있다. 또한 일부 민간 기업에서도 선택적으로 전체 선발 인원에서 일정비율을 지방대 출신으로 선발하고 있다. 배지숙 대구시의원은 “지역할당제를 통해 지역인재를 지방에서 유치함으로써 지방대와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7년 7월부터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학력·출신지 등의 정보를 기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 심사할 때 출신 대학에 따라 지원자의 점수를 차등적으로 매기기도 했다. 이에 학벌로 인한 불이익을 막고 대학과 상관없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됐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만으로는 입사지원서 외 면접과 같은 채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대생의 불이익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기업의 모든 채용과정에서 학력 언급을 금지하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법안 통과는 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사립대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영형 사립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입학정원 감소에 따라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사립대에서 발생하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이 어려운 사립대에 재정을 투여해 지방사립대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공영형 사립대의 예산을 2년 연속 0원으로 책정하면서 일각에선 공영형 사립대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실장은 “기획재정부는 공영형 사립대가 시행되도록 예산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더불어 대학의 학부(과)마다 교육 과정이 비슷해 지방대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울산대에서는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계공학부 학생들이 지역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실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형철 경북대 교수회의장(물리학과)은 “특성화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지방대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방대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방대의 위기를 타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지방대는 ‘휴스타 혁신대학사업’과 같은 지자체와의 협력 사업들을 통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에서도 지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는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휴스타 혁신대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만석 기획팀장은 “4차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라 지자체,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지방대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고등교육 예산 확대=‘2019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이 OECD 평균보다 28.5% 낮게 나타났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교육부 편성 예산’에 따르면 교육부 예산은 약 70조 원으로 편성됐다. 그중 고등교육 예산은 10조 원 가량으로 약 60조 원 되는 유아·초등·중등교육 예산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등교육 예산을 확대해 지방대의 지원을 증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전국대학노동조합은 지방대가 안정적으로 대학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예산을 초·중등교육 예산만큼 확대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도입을 국회에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김병국 실장은 “고등교육 예산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법안 요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의 생각은?

 우리나라 수험생들은 지방대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대부분 서울권 대학교를 가고자 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지방대의 입학 정원이 감소하면서 지방대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용교 교수(사회학과), 김지영 씨(경제금융2), 배유진 씨(경제금융1), 신호성 씨(경제금융1)를 만나 지방대의 위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지잡대’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정용교 교수(정 교수): 대학 서열화로 인해 ‘지잡대’라는 용어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대에 대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A. 신호성 씨(이하 신): ‘지잡대’라는 용어로 인해 지방대 학생들 스스로가 위축된 현실이 안타까워요. ‘지잡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지방대 학생들이 스스로 위축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Q. 지방대가 위축됨에 따라 지방사립대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A. 김지영 씨(이하 김): 지방사립대에 대한 낮은 인식이 만연해 고등학생들이 지방사립대에 입학하는 것을 꺼려해요. 이에 지방사립대의 입학생이 감소해 재정 적자가 발생했다고 생각해요.

 A. 신: ‘지역할당제’의 경우 지방국립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선발해요. 이는 취업을 할 때 취업면접관이 지방국립대와 지방사립대 학생들에 대한 인식 차이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해요. 이로 인해 지방사립대 학생들이 취업에 있어 많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Q. 지방대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A. 김: 박물관, 미술관, 공연 시설 등 문화 시설이 서울에 집중됨에 따라 고등학생들이 수도권대학으로 진학하려 해요. 지방에도 다양한 문화시설의 도입이 필요한 것 같아요.

 A. 배유진 씨: 대다수의 지방대는 지역 특색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지방대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지방대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에 우리 대학교 또한 대구·경북만의 특색을 살려 지역중심대학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지방대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

 A. 김: 저는 지구촌 사회에서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에 학생들은 대학을 통해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세계로 뻗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A. 정 교수: 학벌주의가 만연해 지방대 학생들이 주눅 들어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 스스로 우리 대학교 학생인 것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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