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거 실태를 보고하다
청년주거 실태를 보고하다
  • 김은택 준기자, 김민석 준기자
  • 승인 2019.09.24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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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 기본법에 따르면 국민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청년들은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20대 불만 리포트’에서는 20대의 약 34%가 ‘주거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에 오는 10월 7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이해, 청년들의 주거 실태와 청년들이 받을 수 있는 주거 복지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민낯이 드러난 청년주거
 

 본지에서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우리 대학교 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 대해 만족하는가’에 관한 앙케트를 실시한 결과 약 87%(440명)가 ‘만족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불만족은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닌 대다수 청년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최저에 머무르는 그들=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주택법 5조의2에 따라 국민이 쾌적한 주거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저주거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하는 공간에는 상·하수도 시설을 갖춘 부엌,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 1인 가구 기준 14m²이상의 공간 안전한 전기시설과 화재 발생 시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는 구조 등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3월, 국토부가 발표한 ‘2018 주거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청년 가구의 약 9.4%가 이러한 최저주거기준을 맞추지 못한 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 가구의 평균인 5.7%보다 높았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이 발표한 ‘청년 세대 주거실태 점검 및 지원 대책 마련’에 따르면 경제 위기의 여파가 청년들의 취업난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청년 세대의 주거 문제까지 영향을 미쳤다. 주산연은 청년 세대의 주거 불안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현재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대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안옥희 교수(가족주거학과)는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이 늦어져 청년들이 고시원, 찜질방 등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기도 한다”며 “이는 청년 가구의 최저주거기준미달 비율이 다른 가구 형태보다 높게 나타난 현상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불법건축물에 살아가는 청년=국토부가 발표한 ‘2018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43.9%는 원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임대업 종사자들이 임대 수입을 늘리기 위해 원룸 쪼개기 등 불법행위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입주하는 청년들 중 일부는 입주하는 곳이 불법 건축물인지 파악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특히 임대차 계약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계약을 마친 후 주소지 이전이나 동사무소로부터 확정일자를 받는 과정을 생략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난다. 이로 인해 자신이 계약한 공간의 용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청년들은 최저주거기준에 만족하지 못한 장소를 계약하고 있다. 이에 지난 26일, 안호영 국회의원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사항을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한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해당 법이 통과되면 입주자는 전·월세 계약 내용을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건축물 관리 대장을 확인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해당 건축물이 불법 건축물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청년들은 불법 건축물임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수용하고 있다. 특히 각 시설마다 요구하는 안전기준이 달라 사고 발생 시 청년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난달 19일 전주에서 발생한 여인숙 화재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불법용도 변경에 의한 것이다. 실제 해당 건물주는 전주시로부터 소방점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가로 사용허가를 받은 후, 불법적으로 용도를 변경해서 임대업을 했다. 정재윤 경산시청 주택지도팀 담당자는 “불법용도 변경을 할 경우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며 특히 화재에 취약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이기심에 갈 곳 잃은 청년
=대학에서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에 기숙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기숙사가 건립되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이 원룸 임대 수익 감소 대학생의 부적절한 음주 행태로 인한 범죄 발생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에 나선다. 실제 지난 2012년에는 광운대에서 977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건립을 추진했지만, 인근 임대업자들이 기숙사 건립은 생존권과 재산권의 침해라며 반대했다. 또한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공급하는 서울 홍제동 행복 기숙사 건립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이 대학생들의 부적절한 유흥행태와 소음 발생을 우려해 기숙사 건립을 반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의 우려와 달리 기숙사 건립이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2월,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팀(이하 명지대 연구팀)이 발표한 ‘대학생 기숙사 건립이 인근 원룸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 분석 및 민원 해소 방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기숙사가 건립되면 해당 지역에 편의시설 증가로 이어져 주변 임대료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일각에선 기숙사를 건립할 때 인근 주민이 배제됐기에 이런 충돌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명지대 연구팀은 “기숙사 건립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기숙사 건립 계획의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보금자리를 위해

 

 지금까지 청년들을 위한 주거 정책은 일자리 부족 문제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청년주거 정책은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부터 각 정당이 주거복지 정책의 대상으로 청년을 추가하는 등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관심을 보임에 따라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7년에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는 후보자들이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청년들이 받을 수 있는 청년 주거 복지 정책에 대해 알아봤다.

 행복한 보금자리=국토부는 지난 2013년부터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행복주택 제도’를 시행 중이다. 행복주택은 청년층의 수요가 많은 직장 및 대학 인근에 공공 임대 주택을 지어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주는 제도이다. 행복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선 대학생은 본인과 부모의 합계 자산이 중위소득의 10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이에 대구·경북에는 올 상반기까지 총 5개 단지 3,526호가 공급됐으며 올 하반기에 200호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청년들은 저렴한 비용을 이유로 기숙사를 선호한다. 실제 지난 2017년 대학 알리미가 공개한 ‘2017 기숙사 수용 현황’에 따르면 대학기숙사 1인실의 월평균 기숙사비는 29만 5,000원이었다. 같은 해 알바몬이 대학생 2,5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평균 주거비’인 63만 원과 비교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국 대학교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교육부의 권장 수용률인 25%에 못 미치는 약 21%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사학진흥재단과 교육부는 대학생들의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 각 대학과 연계한 사립 행복 기숙사 각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연합 행복 기숙사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글로벌교류센터 등의 행복 기숙사를 공급하고 있다. 행복 기숙사는 입사생의 30%를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사회적 약자로 선발해 주거 지원이 절실한 대학생에게 도움을 준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19년 현재, 2만 3,250명이 행복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1,796명이 거주하고 있다. 김환 행복기숙사 및 글로벌교류센터 대표이사는 행복기숙사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행복기숙사 건립이 대학생들의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학업에 힘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적 공급보단 질적 공급으로=지난 2008년 통계청이 발표한 *주택보급률은 100.7%로 처음으로 주택 공급량이 주택의 수요를 초과했으며, 2017년에는 103.3%까지 상승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청년주거 정책들 중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안옥희 교수가 쓴 『현대인의 생활환경』(2판)에 따르면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주거 정책의 방향이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서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안옥희 교수는 “기존 주택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주거정책은 마련됐지만 여전히 주거정책은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며 “정부는 주택 자금 대출, 전세 자금 지원 등 주거환경의 질적 향상을 위한 주거복지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청년 전세임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청년 전세임대제도는 먼저 LH와 주택소유자간 전세 계약을 체결 한 후 이를 LH가 주거환경이 불안정한 청년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청년들이 타 지역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할 때 발생하는 주거의 어려움을 돕고자 시행됐다. 청년 전세임대제도 수혜자는 전세지원금 중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금액의 연 1~3%만 부담하면 돼 수혜자들은 주변 주택 시세보다 8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임차할 수 있다. LH 관계자는 “전세임대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도심 내 원하는 곳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 수용률: 재학생 대비 생활관 수용가능 인원
*주택보급률: 주택수/일반가구수X100

내가 사는 곳은

 통학이 부담스러운 우리 대학교 학생 중 일부는 자취, 생활관(일명 기숙사) 등을 선택해 거주하기도 한다. 이에 우리 대학교 인근 원룸에서 자취하고 있는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와 우리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성희 씨(건설시스템공1)를 만나 그들이 사는 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취=원래 안동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 대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자취와 기숙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의 로망이었던 ‘나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위해 자취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며, 월 60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부담스러워 기숙사도 함께 고민했어요. 하지만 룸메이트와 함께 살아야 하는 기숙사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생각해 자취를 결정했어요. 그리고 친구 등 지인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점도 자취를 선택한 이유였어요.

 자취하기 전에는 요리,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많이 한 적이 없어 처음 집안일을 할 때 어려움이 많았어요. 지금 자취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집안일을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혼자 산다고 생각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대부분의 자취방은 방음이 되지 않아 옆집의 소리가 생생히 들려요. 특히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놀 때는 이웃에게 많은 항의를 받기도 했어요. 그렇기에 여러분이 자취를 한다면 이웃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기숙사=지난 1학기에 본가와 학교 사이를 통학해 공부할 시간이 줄어드는 등 낭비되는 시간이 많았어요. 이에 낭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보고자 저렴한 기숙사에 입주하게 됐어요. 기숙사에서 생활함에 따라 기존 낭비되던 통학 시간을 아꼈고, 그 시간을 기숙사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시간으로 쓰고 있어요. 또한 기존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기숙사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휴식을 취해요. 이처럼 기숙사는 자취보다 적은 비용을 쓰면서도 더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숙사는 여러 명이 같이 사는 공공장소로 ‘나만의 휴식처’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요. 특히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기 때문에 그와 다른 생활 주기를 갖고 있다면 서로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요. 또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도 제약받는 것이 많기에 서로 불편을 겪은 적이 많아요. 그렇기에 여러분도 기숙사에 들어온다면 이 점을 유의해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더불어 살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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