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우리 사회의 외침
불매운동, 우리 사회의 외침
  • 김달호 기자, 김은택 준기자
  • 승인 2019.09.02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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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본의 모든 상품을 소비하지 않고 일본 관광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오랜 갈등이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2019년 현재 일본에 저항하는 우리, 불매운동의 현 상황을 짚어본다.

우린 ‘NO’라고 외친다

 일본을 향한 불매운동이 더 거세지고 있다. 불매운동은 특정 대상에게 항의하는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특정 대상이 생산하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개인 또는 집단은 항의의 방법 중 하나로 불매운동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해왔다. 그런 와중에 올해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은 ‘일본 강제동원(또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시작해 현재의 일본 기업을 향한 불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일본과 여러 갈등이 얽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현재 상황에 대해 알아본다.

 수출규제, 그것이 알고 싶다=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은 일본이 실시한 수출규제에 반대하며 시작됐다. 지난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실시했다. 또한 지난달 2일에는 우리나라를 일본이 지정한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백색국가란 일본이 자국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물품을 다른 국가로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이며 현재 27개 국가가 포함돼 있다. 이에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물품을 수출할 경우 약 1,100개의 상품에 대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에서 고의로 수출 허가를 늦추거나 허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이와 같은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우리의 대응’을 발표해 일본이 밝힌 수출규제 시행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WTO 등 국제사회에서 정한 규칙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이번 수출규제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된 배경으로 ‘일본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에 따르면 강제동원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전쟁을 목적으로 인적, 물적 수탈을 자행한 것을 말하며, 이로 인해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반 일본인 노동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도 먹을 것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강제동원 노동자들은 1997년부터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일본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등 손해배상청구를 시작했지만, 1965년 체결된 한일 양국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은 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배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5일 대법원이 1965년 체결된 협정에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기에 개인의 청구권 행사가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해 반발한 일본은 국가 사이의 신뢰를 깨뜨린 행위라 비난하며 이번 수출규제 조치를 시작한 것이다.

 구매하지 않는 우리, 어디까지 하고 있나?=이번 불매운동에 따라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것은 우리나라에 위치한 일본 기업과 일본에서 수입되는 상품이다. 지난 25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8개 전업카드사 신용카드결제실적’을 보면 일본 기업으로 대표적인 유니클로의 매출은 6월 마지막 주에 약 59억 원에서 7월 넷째 주에는 약 18억 원으로 감소했다. 또한 지난 22일에 발표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의 수입액이 약 432만 달러로 지난 6월의 약 790만 달러보다 45.1%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이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의 수 또한 줄었다. 지난달 21일 일본정부관광국이 발표한 ‘방일 외국인 여행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의 수는 약 56만 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7.6% 줄어든 것이다. 미조바타 히로시 오사카관광국 이사장은 “오사카를 방문하는 한국인 손님이 8월 이후 전년대비 매월 60~70% 줄어들고 있다”며 “1년 총 매출은 30%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이 하는 우리의 불매운동=이번 불매운동에는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설문조사 전문 업체 리얼미터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가’에 관해 물은 결과 약 6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한 해당 조사에서 20·30대 청년층 중 약 75%가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시민 중 대다수가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성훈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특정한 집단을 위한 소비자 운동이 아닌 정치적인 뜻을 갖고 하는 소비자 운동으로 발전한 이번 운동에는 다수의 시민이 자신의 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참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불매와 불편, 그 사이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한편 동시에 부정적 영향도 함께 주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변질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일본 상품을 고의로 훼손하거나 일본기업 자동차에 주유하는 것을 거부하는 등 도가 지나친 행위로 불매운동의 취지를 왜곡하기도 했다. 이에 앞으로 불매운동이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봤다.

 바뀌는 그들의 태도=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불매운동이 국민들 간의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지난달 15일 대전에 위치한 일본 의류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시민 A 씨가 매장으로 들어가던 시민 B 씨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면서 다툼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에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국제정치경제학부)는 “내부적 갈등이 발생하면, 일본에 대항하는 운동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극단적 표출방식으로 위법을 저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실제 지난달 25일 골프장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 3대를 일본기업의 제품이라는 이유로 파손한 시민이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방모 변호사는 “무엇이든 과해지면 취지가 흐려지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내에서 불매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선 일부 정치인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이번 불매운동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주연구원이 발간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불매운동이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을 실어 논란이 됐다. 이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해당 보고서의 작성을 지시한 바가 없으며, 이와 관련해 논의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어일본학전공)는 “불매운동은 개인의 결정에 기초해 진행돼야 하는 만큼 정치단체나 지자체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각에선 이번 불매운동이 일본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수출 규제에 항의하는 것에만 목적을 둬야 하며, 극단적으로 가는 반일 감정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일반적인 일본 제품 등은 포용해야 하지만 한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통해 일본 정부에 강하게 항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부 전문가는 불매운동이 일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선 일본 정부가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전개의 방향을 바르게 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같은 사건, 다른 시각

 불매운동으로 인해 피해를 본 상인 A 씨=나의 입장을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다면 ‘나는 불매운동에 반대하지 않는다’이다. 특히 그러한 불매운동으로 인해 나와 같은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 초밥을 파는 것을 일로 삼은 지 10년,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일과 같이 많은 사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던 적은 없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손님의 수가 줄어 매출도 크게 줄었다. 심지어 우리 식당에 찾아온 사람들이 나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우린 일본에 어떠한 이익도 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가 일본과 관련된 상품은 팔고 있지만, 그것이 일본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든 사람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시민 B 씨=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백하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이번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서로 거리가 멀어질 수 없기에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에 얽혀 있는 국가가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독일은 총리가 직접 나서서 폴란드 침공에 사죄하기도 하는 등 많은 전범국에서 과거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신이 저지른 착취 행위와 비인간적인 행위를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를 잊으려는 자세로 일관하며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에 반대하며 이번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불매운동의 끝은 일본이 사과하는 자세를 취한 그 다음일 것이다.

우리들의 불매운동 이야기

 불매운동이 전개됨에 따라 이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불매운동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보는 이들의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학생 A 씨와 김수연 씨(언론정보3)를 만나 불매운동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지난 7월 4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의 반발을 목적으로 우리 사회는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수연(이하 김)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 뉴스 등을 통해 본 일본은 한국을 향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나라였어요. 오히려 진작부터 불매운동이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A 씨: 지금부터라도 일본에 의존했던 불화수소나 폴라이미드 같은 소재를 우리 스스로 생산할 마음을 먹게 됐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해요. 또한 불매운동으로 인해 발생된 외부와의 경쟁과 갈등이 국민들을 의기투합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지난 7월 리얼미터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까?’란 질문을 한 결과 ‘참여하거나 참여할 의향이 있다’라고 응답한 시민은 66.8%였다. 이렇게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씨: 많은 시민이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이며, 그에 따라 국산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가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 증가에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이러한 국산품 매출 증가가 국산품 품질 향상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국산품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좋으리라고 생각해요.

 같은 조사에서 청년 중 약 75%가 불매운동에 ‘참여하거나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 많은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매체를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요. 저 자신도 SNS를 통해 불매운동을 접하고 동참하기 시작했어요.

 A 씨: 청년들은 다른 세대들과 비교해 공감 능력이 높고 열정도 많아 투합이 잘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불매운동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 불매운동이 성공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되길 바라요. 이번 불매운동을 통해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 모습이 지속돼 더욱 많은 시민의 참여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A 씨: 국내 시장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자립할 기회라고 생각해요. 또한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국내 기업을 지원해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라요. 이와 함께 일본과 한국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가 구축돼 앞으로 두 나라 사이 관계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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