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나
로스쿨,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나
  • 이소정 기자, 원대호 준기자, 조현희 준기자
  • 승인 2019.09.02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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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의 법치국가를 뒷받침할 장래의 법조인’, ‘변화된 시대 상황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이 도입됐다. 이에 로스쿨이 도입된 과정과 로스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알아봤다.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변화하다

 노무현 정부는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육성하기 위해 2009년 로스쿨을 도입했다. 이에 로스쿨 도입 10년을 맞이해, 로스쿨의 도입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로스쿨 도입 언제부터?=우리나라는 광복 직후 판·검사와 변호사를 선발하는 사법시험을 도입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과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특성에 따라 법학과 출신이 아닌 학생들도 자신의 전공을 뒤로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이에 2017년 마지막 사법시험까지 70만 8,276명이 응시하면서 사법시험은 고난이도로 출제됐다. 이로 인해 오랜 시간 사회에 나가지 않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낭인’이 증가하면서 사법시험의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게 됐다. 또한 일각에서는 수험생들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시험기술은 습득했지만, 문제해결 능력은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김창록 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사법시험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으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법조인을 양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법시험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화에 발맞춰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1995년 1월 25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법개혁을 실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만든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는 사법시험 폐지와 미국식 로스쿨 체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사법계의 세계화가 시기상조라는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측의 반대로 로스쿨 도입은 무산됐다.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다=그러다 2004년, 대법원장으로 서울대 법학과 출신만 임명되는 관행에 대한 지적과 함께 사법개혁을 단행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에서 나왔다. 사법계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조인 양성 기구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그해 9월 6일,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12월에는 로스쿨 총입학인원 3년 교육과정 자격시험인 변호사 시험(이하 변시) 직역별 실무연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의 ‘로스쿨 시스템’을 제시했다. 이듬해 5월 16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로스쿨 시스템을 구체화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본회의에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은 법학과를 폐지해야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법학과 폐지에 대해 ‘법학과는 판·검사와 변호사 외에도 기업 및 행정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또한 양성하는 곳’이라며 폐지를 반대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로스쿨 법안 통과를 찬성하는 열린우리당 측과 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측의 대립으로 1년 9개월 동안 로스쿨 법안 통과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다 2007년 7월 3일, 극적으로 로스쿨 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박인수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6월 말부터 로스쿨 법안이 재논의됐고,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보고 기뻤다”고 전했다.

 그해 교육과학기술부는 11월 30일까지 대학으로부터 로스쿨 인가를 신청 받아 이듬해 8월, 25개 대학교에 로스쿨을 인가했다. 이후 사법시험은 8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7년에 치러진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 대학교에 로스쿨이 도입되다=2006년, 공익과 인권을 실행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 대학교는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우리 대학교는 박인수 교수를 중심으로 한 ‘법학전문대학원 실무추진단’(이하 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실무추진단은 공익을 추구하는 변호사를 양성한다는 목표하에 학교와 교직원, 학생,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로스쿨 인가 신청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2008년 9월 1일, 정부로부터 입학정원 70명을 인가받아 이듬해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 개교됐다. 한편 현재까지 우리 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한 577명의 학생 중 474명(87.8%)이 변시에 합격하면서 지방 로스쿨에서 변시 합격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입학생 기준 8회 변시 합격률이 전국 2위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이동형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법률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도입취지와 다른 현 로스쿨

 지난 7월 15일, ‘로스쿨 도입 취지 구현을 위한 변시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실무교육 및 리걸클리닉의 부실 운영 특성화 교육의 유명무실화 특별전형 제도의 유명무실화에 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현 로스쿨 제도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과 로스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오탈제란 무엇인가=해당 토론회에서는 5년 동안 응시 횟수를 5회로 제한을 두는 ‘오탈제’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오탈제는 변시에 합격하지 못한 청년들이 사회에 기한 없이 격리되는 것을 막고자 도입됐다. 이에 로스쿨 학생들은 졸업 후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평생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응시 제한이 헌법 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혜원 변호사는 “오탈제는 ‘5년’과 ‘5회’를 동시에 제한해 학생들의 직업 선택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에 치러진 8회 변시 합격률은 50.78%였으며, 2019년 기준 누적 *오탈자 수는 총 441명이었다. 그 결과 ‘고시낭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된 로스쿨이 ‘변시낭인’을 발생시켰다. 이에 이은기 서강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출산, 병가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로스쿨 졸업 후 5년이 지났더라도 변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정 내 문제점=한편 전문가들은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이 유명무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성화 교육은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도입된 공익인권, 기업금융, 환경법 등 특수 과목의 교육이다. 한편 지난 2015년, 정진후 의원실에서 공개한 ‘2012~2014년 로스쿨별 전체 수강 인원 대비 특성화 과목 수강률’ 자료에 따르면 특성화 과목 수강률이 10%가 넘는 학교는 8곳에 그쳤다. 이는 특성화과목이 필수 수강 과목이 아님에 따라 해당 과목을 듣는 학생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변시 합격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주로 이수하고자 하는 현상이 야기되면서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상우 씨(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 3기)는 “특성화 과목에 흥미가 있지만 변시를 준비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아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토론회에서 리걸클리닉의 부실 운영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리걸클리닉은 학생들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지원 등을 하면서 실무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리걸클리닉에 참여하지 않고 변시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에 실무교육을 받는 사법연수원과 달리, 리걸클리닉은 선택적으로 가능하기에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로스쿨생들이 실무적인 능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백혜원 변호사는 “해당 문제는 로스쿨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변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발시험vs자격시험=2010년, 사개위에서 법조인을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해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변시를 자격시험 형태로 시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변협 측에서 변시가 자격시험이 되면 변호사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에 변시는 ‘해당연도 입학정원 대비 75%’라는 합격자 수를 정한 정원제 선발시험이 됐다. 또한 변시가 선발시험으로 변질되면서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졌고 암기식 문제가 중심이 돼 출제됐다. 이에 이은기 교수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시에서 암기식 문제를 지양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출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로스쿨이 도입될 당시의 취지를 살려 변시에서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자격을 주는 ‘자격시험’ 형태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김창록 교수는 “로스쿨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변시를 합격자 수를 미리 정하지 않는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오탈자: 오탈제에 따라 변시에 응시할 수 없는 자.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손아령
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 1기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변호사가 되길 원해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 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손아령 씨(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 1기) 또한 법학에 흥미를 느껴 로스쿨에 진학했다. 이에 손아령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A. 학부생 때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과목 중 하나로 형법이 있었어요. 형법을 공부하면서 흥미가 생겼고, 로스쿨에 진학해 형법 공부를 집중적으로 해 보고 싶어 로스쿨에 들어왔어요.

 Q.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A.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학적성시험(이하 리트)에 응시해야 해요. 그래서 기출문제를 풀면서 시험을 준비했죠. 그런데 리트를 응시하기 전에 본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낮아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Q. 심리적으로 불안했을 때, 어떻게 극복했나요?

 A. 이번 시험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한 번 더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가지니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어요.

 Q. 학부생 때 학점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A. 학점 따기 쉬운 강의인 ‘꿀강’을 듣기보단 제가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했어요. 제가 듣고 싶었던 강의였기에 수업을 집중해서 들어 좋은 학점을 받았어요.

 Q. 자신만의 법학 공부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평상시에 기본서를 정독한 후 변시 문제를 풀어봐요. 문제를 푼 후 오답 노트를 만들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이 이해돼요.

 Q. 공부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매일 17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변시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허리가 안 좋아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어야 했어요. 그만큼 열정적으로 공부한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로스쿨에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형법, 민법 등을 공부하길 바라요. 로스쿨에 들어오면 공부해야 할 양이 많아,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Q. 로스쿨을 지망하는 우리 대학교 후배들에게 조언해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대학 이름에 위축되지 말고 로스쿨에 흥미가 있다면 지원하세요. 제가 입학할 당시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의 학생들이 많아 입학 초기에 많이 위축됐어요. 하지만 우려와 달리 법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이해도 차이가 크지 않아요.

 Q. 마지막으로 나에게 로스쿨이란?

 A.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정의하고 싶어요. 로스쿨 입학 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덕에 넓은 시각도 가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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