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외교, 이대로 괜찮은가?
[나도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외교, 이대로 괜찮은가?
  • 박세현(기계공2)
  • 승인 2019.09.02 20: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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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독일 뮌헨에서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독일은 더 이상 영토를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기자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흔들어보았다. 이 조약서의 서명은 아돌프 히틀러였고, 1년 후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며 세계 2차대전의 개전을 알렸다. 이는 뮌헨 늑약이라고도 불리며, 국가 간의 조약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을 경우 가져오는 결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히틀러는 거대한 야망을 품은 괴물이었고, 뮌헨 조약은 그에게 시간을 벌어다 줄 뿐이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이와 다를 바 없다. 최근 1년 새 북한과 이뤄진 9.19 군사합의, 판문점 선언만을 믿고 평화가 왔다고 부르짖지만, 이를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오히려 북한이 수없이 면박을 하고 ‘불상 발사체’들을 쏘아 대며 한국을 조롱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모든 게 잘 되어가고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북한은 과거 나치 독일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한국전쟁 후에도 휴전협정을 깨며 수많은 국민과 군인들을 죽였으며, 내부적으로는 ‘반동분자’를 숙청하고, 주민들을 억압하며, 최근 들어서는 고모부, 이복형제까지 잔인하게 살해하는 자가 정권을 잡고 있다. 이러한 인물과 한 약속을 믿을 수 있다며 자랑하는 것이 80년 전과 오버랩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역사를 잊지 말자며 매일같이 일본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북한과의 과거사에는 침묵하는 정부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나날이 깨져가는 한·미·일 공조에 북·중·러는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통일을 염두에 두고 평화경제를 외치지만, 북한의 독재 정권이 버티고 있는 한 통일은 이루어서도, 이뤄질 수도 없는 이야기다.

 제아무리 일본과의 악연을 잊을 수 없다고 해도, 대륙 세력에 우리나라 혼자 대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우리의 우방으로 남아있더라도, 실제 분쟁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2008년에 벌어진 남오세티야 전쟁을 보면 서방의 비호 아래 조지아가 러시아가 지원하는 남오세티야를 침공했으나, 확전을 우려한 미국의 방관으로 조지아는 러시아에 철저히 보복당한 사례가 있다. 무역전쟁과 러시아의 INF 탈퇴로 나날이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운데, 현 정부는 친구를 만들기보다는 적을 늘리고 있는 모양새이다.

 일본과의 과거사는 군사, 정치문제로부터 배제돼야 한다. 과거에 매달리다 미래를 잃을 수 있다. 저 멀리 핀란드는 650년간 스웨덴의 속국으로 지낸 역사가 있지만, 두 나라는 공동의 위협인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 당장의 자존심이 아닌 실리를 택한 것이다. 비록 한때 우리를 지배했던 일본과 협력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할지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유화론을 펼치면 친일파로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한국에게도 적용된다. 20세기에 일어났던 일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교훈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로 끝맺고자 한다.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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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J 2019-09-10 19:00:02
잘 읽고 갑니다. 이 나라에 종북세력이 버젓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