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때로는 기댈 필요가 있다
[영봉] 때로는 기댈 필요가 있다
  • 김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19.09.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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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어느덧 추위와 가까워졌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시기이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마지막을 위해 천천히 걸음을 떼는 2학기의 개강이다. 그동안 조용했던 우리 대학교 교정에는 젊은 청춘의 대화가 다시 울려 퍼졌다. 방학, 잠시 학업을 놓았던 그 시기에 힘들었던 1학기를 마치고 다시 충전하는 시간으로 보냈던 이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채우는 시간으로 보냈던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을 겪었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는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여 기대고 있는 형상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이다.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 ‘다른 이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는 정신적으로 다른 이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힘들거나 슬플 때 정신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힘들 때에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으라고 말해주고 있다.

 필자가 2년 반 동안 대학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가 종종 있었다. 때로는 스트레스 때문에, 때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어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고, 내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은 오롯이 내가 끌어안아야만 하는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내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때 성가신 사람,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 두려움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홀로서야 한다는 생각을 스스로 되뇌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렇게 견디기 힘든 감정을 마음에 쌓아두고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들이 스스로를 뒤덮고 있는 것이 느껴지면서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힘든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졌고, 위로를 받고 싶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게 됐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고 난 뒤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와주려고도 했다. 이들은 내가 힘들 때 항상 내 곁에 있어 준 사람들이었으며,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제야 혼자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자만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 ‘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전에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계라는 것은 상호적이기에 양쪽 모두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포용하는 자세를 갖춰야만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다. ‘내가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 나 역시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인 당신은 가슴 속에 고민 같은 것이 없는가? 때로는 가슴 깊이 품고 있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로를 받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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