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현시대를 번역하는 건축가, 신창훈
[천마로를 거닌 사람] 현시대를 번역하는 건축가, 신창훈
  • 윤신원 기자, 김민석 수습기자, 조은결 수습기자
  • 승인 2019.05.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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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훈 동문(건축공89)은 우리 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장윤규 국민대 교수와 함께 ‘운생동 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로서 놀라운 건축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 건축 역사를 새롭게 펴내는 신창훈 건축가를 만나, 그의 건축관과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건축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건축가’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부모님께서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셨기에 자연스럽게 건축가라는 꿈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건축 설계를 직접 해보면서, 건축 설계는 수학 문제처럼 정확하게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닌, 답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건축은 저랑 잘 맞았죠. 그래서 건축가가 되리라 결심한 것 같아요.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봉사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는데, 이를 통해 사교성이 길러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되기도 했죠. 건축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봉사활동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사실 건축가는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직업이기에 사교성이 중요하거든요.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건축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계기가 있어요. 건축 수업 중, 어느 교수님께서 연립주택을 설계하라는 과제를 내주시면서, 수강생 중 단 한 명만 A+를 받을 수 있다고 하셨죠. 제가 열정에 불타올라 밤새 열심히 그린 그림을 보시고는, 과제를 잘했다며 수많은 수강생 중 제게만 A+를 주셨어요. 이를 통해 저는 건축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건축의 길로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지난 2004년에 ‘운생동 건축사사무소’를 차리기 전, 아르텍건축, 범건축, MARU2, 힘마건축에서 역량을 쌓았다. 여러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사실 스스로 회사를 옮긴 적은 딱 한 번이에요. 나머지는 회사가 합병되면서 옮기게 된 것이었죠. 아르텍건축을 다닌 시절엔 조그만 아틀리에 사무실에서 일했었는데, 범건축으로 합병되면서 회사의 규모가 커졌어요. 작은 조직에서 일할 땐 건축 디자인의 원칙과 감각을 배웠고, 큰 조직에서 일할 땐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죠. 이러한 경험들이 현재의 ‘운생동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우리 대학교를 졸업한 후, 실무를 하다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건축가는 ‘현시대를 번역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현시대를 번역하려면, 현시대를 이해해야만 하죠. 그래서 건축의 역사와 철학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이들이 조화를 이뤄 더욱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어요. 이에 제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배움에 있다고 생각해,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어요.

 여러분들도 자신이 무언가를 이뤘다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부족한 점과 이 시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을 하길 바라요. 이러한 노력이 습관이 되면 더욱 발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건축사사무소 이름을 ‘운생동’으로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 이름은 장윤규 교수님께서 직접 지으셨어요. ‘운생동’은 동양화의 여섯 가지 화법 중 하나인 ‘기운생동(氣韻生動)’에서 착안했는데, ‘기운생동’ 중에 ‘기’자를 빼고, ‘운생동’만 쓰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움직일 동(動)을, ‘같이하자’는 의미를 담아 같을 동(同)자로 바꿔 쓰고 있죠. 한번 들으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이름이라 잘 지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설계한 건축물 중, 애착이 가는 건축물은 무엇인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모두 열심히 작업했기에 대부분이 기억에 남죠. 운생동 초기의 작품인 ‘예화랑’은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성수문화복지회관’은 새로운 건축의 전형을 제시했기에 의미가 있어요. 또한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한내 지혜의 숲’은 비교적 작은 건축물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았고,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할 수 있었기에 애착이 가요.

 운생동이 설계한 금호복합문화공간 ‘Kring’ 등의 건축물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특이한 매력을 갖고 있다. 개성 넘치는 건축물들을 설계한 이유는 무엇인가.

 보편적인 기하학이나 일반적 프로그램에 의한 설계를 거부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주변의 건물들은 대부분 직각 건물들이잖아요. 건물은 도시에서 속해 있기에 건물 역시 도시에서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 할 수 있죠. 이에 건축은 ‘도시 속에서의 조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건축과 조각이 합쳐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좋은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에요. 그래서 운생동은 대중에게 건축 이상의 도시적인 조각품을 선사하고, 지역 정체성과의 조화를 위해 나아가길 원해요.

 현재와 같은 건축 패러다임을 정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선 운생동은 기존에 했던 것들을 원하지 않아요. 세상은 다양해야 하니,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죠. 그리고 운생동의 건축물을 봤을 때, 사람들이 ‘운생동이 만들었을 거야!’ 하며 떠올려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새로운 건축에 대한 탐험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단순히 건축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것들을 섭렵함으로써 다양한 자극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에 인테리어, 전시 기획, 출판, 유튜브 등을 진행함으로써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죠.

 유튜브 ‘건축공감’ 채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현시대의 주된 매체인 ‘유튜브’를 활용해, 일반인과 건축 간에 매개 역할을 하고자 ‘건축공감’ 채널을 운영하게 됐어요. ‘건축공감’ 채널에서는 건축가 홍보, 건축물 소개, 구독자와의 건축물 답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더불어 건축 자재 및 건축 기술과 관련한 콘텐츠도 제작할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지난해 10월, ‘한국 건축의 최전선, 운생동’이라는 책을 출간함과 동시에 약 한 달 동안 이와 관련한 전시를 개최했다. 이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해당 전시를 통해서 운생동이 해왔던 건축 작업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을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운생동의 건축물에 대한 비평을 살펴보니, 칭찬도 있었지만 ‘운생동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며 질타하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운생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기도 했죠. 이 책은 향후 제가 건축 작업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는 ‘사전’이 됐어요. 많은 분의 비평이 담겨 있는 ‘사전’을 선물 받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제가 생각하기에, 건축가는 행복한 직업인 것 같아요.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사람들이 꾸는 꿈을 건축가가 실현시켜준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껴요. 한편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기뻐요. 시민과 사회를 위한,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계한 건물을 사회 구성원들이 만족스럽게 이용할 때 행복감을 느껴요.

 앞으로 설계해 보고 싶은 건축물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시대의 환경 문제를 고려하는 건축을 해 보고 싶어요.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에 대처하는 건물이랄까요? 내부는 업무 공간으로 구성하되, 옥상 및 외벽과 같은 건물의 외부는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녹화 및 공기 청정장치와 같은 친환경적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거죠. 즉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기계장치로서의 기능도 수행하는 건축물을 개발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향후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건축가로서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기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요. 오늘날까지도 우리나라 건축물이 찬사를 받거나 역사적인 성과를 내 이름을 알린 적은 없는 것 같기 때문이에요. 또한 건축을 모토로 하되, 건축뿐만 아니라 세상 전체를 디자인함으로써 다양하고 새로운 영역들을 개척하고 싶어요.

 건축가이자 건축학 교수로서, 건축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건축에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시공, 기술 등 다양한 분야가 있기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타인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야 하죠.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듯이, 자신의 선택을 믿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10년 후에는 멋진 사람이 돼 있을 거라 장담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저는 재학 중 건축학부 동문 선배님들을 보며 건축가라는 꿈을 키웠어요. 일류 대학 출신의 건축가들 사이에서, ‘영남대’라는 이름을 걸고 훌륭한 건축물을 만드신 모습이 정말 멋있었죠. 저 또한 누군가가 존경할 수 있는 ‘멘토 같은 선배’가 되고 싶었어요. 여러분도 자신의 분야에서 존경할 만한 멘토를 찾아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길 바라요.

금호복합문화공간 ‘Kring’(출처: archdaily)
금호복합문화공간 ‘Kring’(출처: archdaily)
한내 지혜의 숲(사진: 윤준환 작가)
한내 지혜의 숲(사진: 윤준환 작가)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필자는 고교 시절부터 건설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많이 읽었으며, 이를 더 배우고자 건설시스템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던 중, 필자에게 큰 인상을 준 책 중 하나인 ‘한국 건축의 최전선: 운생동’의 저자 신창훈 건축가와 인터뷰할 기회가 생겨 내심 기뻤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가 해 주는 조언이 가슴 깊이 와닿았고, 그의 이야기에 푹 빠질 정도로 재밌었다.

 한편 필자는 대학을 졸업하면 공부가 끝날 것이라 여겨 ‘4년만 버티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배움에는 끝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됐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저명한 건축가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문을 공부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신창훈 동문은 대학 시절에 우리 대학교 건축가 선배님을 동경해, 본인 역시 후배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에 인터뷰를 마치고 필자 또한 “신창훈 동문의 뒤를 이어, 20년 뒤 후배들이 필자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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