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붉은 여왕 효과 그리고 경쟁
[영봉] 붉은 여왕 효과 그리고 경쟁
  • 김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19.05.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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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달리고 있다. 그 속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빠르거나 뒤처지거나, 그 보폭이 넓거나 좁거나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마치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앨리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앨리스가 달리는 곳은 ‘달려간다’는 행동과 다르게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의문을 가진 엘리스는 붉은 여왕에게 이렇게 묻는다. “계속 뛰는데, 왜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이렇게 달리면 벌써 멀리 갔을 텐데.” 이에 붉은 여왕은 이렇게 답했다. “여기선 힘껏 달려야 제자리야. 나무를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어린 시절의 필자는 붉은 여왕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열심히 뛰어야만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하지만 그때는 ‘거울나라가 이상한 나라이기에 그렇다’는 규정에 갇혀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이 커지고,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면서 이것이 ‘붉은 여왕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임을 알게 됐다. 그때 이 현상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그 효과가 단지 이상한 나라 중 하나인 ‘거울나라’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거울나라는 ‘거울’처럼 우리 세상을 투영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래 속도를 유지할 것인가, 그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더 속도를 낼 것인가란 두 가지 선택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쟁의 법칙’은 바뀌지 않는 진실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붉은 여왕 효과 아래 끊임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 대다수의 청년들은 취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학점관리, 토익·토플 등의 어학성적 향상, 각종 자격증 획득, 어학연수 등을 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현재 위치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이처럼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노력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목표로 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편 필자는 경쟁이 단순히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붉은 여왕의 역설’처럼 사회적으로 한 개인, 사회, 문명이 정체되지 않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경쟁’은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즉 경쟁 속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없다. 필자도 한때는 ‘열심히 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란 너무나도 어렵다’는 점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억울하게 느껴졌던 때가 있다. 그래서 경쟁에 무관심한 사람처럼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상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경쟁이 있기에 성장이 있고 배움과 노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원하는 것을 이룬다면 그것으로 끝날 것 같지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음 목표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그다음 일이다.

 2019년도 이제 절반이나 왔다. 삶을 살아가는 중에 열심히 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루고자 했던 다음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란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영대신문도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다. 다음 학기도 영대신문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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