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많은 ‘그루트(Groot)’들을 기대하며
[사설] 수많은 ‘그루트(Groot)’들을 기대하며
  • 영대신문
  • 승인 2019.05.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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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데없이 ‘그루트’라니? 마블영화의 그 ‘그루트’인가 하고 생각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루트’란 마블영화의 그것보다 더 좋은 ‘그루트’이다. 바로 작년 3월 폭설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활용하여 우리 학교 미술대학 학생들이 만든 사람 모양의 조형물이다. 최근에 정문 앞에 있던 ‘그루트’를 천마아트센터 부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 하고 무릎을 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것의 이름이 ‘그루트’였구나! 마치 도서관 메타세콰이어 길에 있는 청동 조형물 이름이 ‘별’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쳤던 것처럼! 한 가지 덧붙이자면 크기는 훨씬 작지만 ‘별’의 쌍둥이 조형물이 본관 로비에 있으니 한번 찾아가 보시길 추천한다.

 좋은 대학이란 무엇일까? 능력 있는 교수, 똑똑한 학생, 아름다운 캠퍼스 등 좋은 대학을 의미하는 여러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학생들의 활동이 살아있는 대학을 좋은 대학의 요건으로 꼽고 싶다. 대학은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에 매진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장(場)이다. 대학이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고 또 장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대학교의 ‘그루트’는 ‘살아있는 대학’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정문 앞에는 알루미늄판을 이어붙인 페가수스가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하며, 통나무를 잘라 만든 토끼들도 뛰어다닌다. 그런가 하면 몇 년 전에는 어린왕자를 비롯해 동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곳곳에 숨어 있고 철재로 만든 사슴, 종이박스로 만든 공룡이 출몰한 적도 있다. 이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일상 속에 미술관’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이 아닌 학생들이 자신들의 꿈과 끼를 살려 그들의 활동을 펼쳐 나갔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언론출판문화원 학생들이 매주 혹은 격주로 신문과 라디오, 영상을 통해 언론을 체험하고 제작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또한 풍물패연합이 중요한 행사 때마다 풍물을 선보이는 것, 중앙동아리 소속 락 동아리가 매해 ‘가을 락 페스티벌’을 여는 것도 좋다. 바라건대 여러 학과와 동아리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활동을 캠퍼스 곳곳에서 벌이기를 바란다. 음악대학 학생들이 브라운 그릴 앞의 뜰에서 신입생을 환영하는 작은 음악회를 연다면 어떨까. 50년 전통의 천마극단이 멀리 대명동까지 갈 것 없이 천마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한다면! 이렇게 되면 지난 4월 <12인의 성난 사람들> 공연 때처럼, 달빛 아래 벅찬 감동을 안고 교문을 나서는 풍경이 다시금 펼쳐질 것도 같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측의 노력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하면 대학 본부를 비롯한 어른들의 노력과 품이 더 들기 마련이다. 교수가 지도하거나 도울 일이 생길 수도 있고, 학생들에게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 경제적으론 손해가 되는 때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그루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자세히 본 분들은 알겠지만 ‘그루트’의 손에는 작은 화분이 들려있고, 거기에는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소(小) 그루트’가 자라고 있다. ‘큰 그루트’가 피워낸 소중한 생명이라고나 할까. 여기서 대학과 학생의 모습을 연상한다. 새 세대를 키워내기 위해선 기성세대의 헌신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 세대가 자라난다. 우리 대학 곳곳에 조금은 미흡하지만 ‘팔을 활짝 편’ 새 생명의 ‘그루트’들이 자라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새 생명을 지지하고 받쳐주는 헌신적인 ‘그루트’가 우리 대학의 모습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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