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나에게 당신이란?
[영봉] 나에게 당신이란?
  • 김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19.05.13 10: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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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당신이란?”, “당신에게 나란?” 이 말에 대한 대답을 내리기란 어렵다. 나에게 당신이란 사람은 어떤 존재이고, 당신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이 질문을 듣고 가장 먼저 ‘당신’으로 떠올린 사람은 누구였는가? 가족, 친구, 연인일 수도 있는 ‘당신’에 대해 쓰려고 한다.

 5월은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달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념일이나 공휴일이 많은 달이기 때문이다. 또한 날씨도 좋아 즐거운 축제가 열리는 달이기도 하다. 이에 5월에는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필자의 경우 휴일이 생겼을 때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었다. 부모님은 서운해하실 수도 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만큼 부모님께 하는 애정표현의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한 번은 어머니께서 필자에게 먼저 사랑한다고 인사를 하며. “어릴 때와는 다르게 요즈음에는 내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기 전까지 사랑한다고 하지를 않네”라며 서운함을 표하셨다. 필자가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덜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자주 말하지 않다 보니 그 한마디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지난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이날 학교에 가기 전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작 당일 아침에는 생각이 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던 중 카카오톡 가족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필자가 2014년에 어버이날 선물로 드린 펜이 사무실 책상 위에 곱게 놓여있었다. 아버지는 사진과 함께 “당시에 받은 펜을 보니 선물해준 딸이 생각났다”고 하셨다. 그리고 “사랑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다. 5년 전에 선물했던 것이라서 지금은 잉크가 나올지 조차도 모르는 펜을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다. 어버이날에 감사인사를 먼저 드리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인사를 받아 죄송한 마음뿐이었고, 한편으로는 필자가 선물한 것을 소중히 보관하고 계셨다는 사실에 고맙고 기쁘기까지 했다.

 속담 중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부모의 사랑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내리사랑’은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사랑함 또는 그런 사랑’을 말하며 특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필자는 이 속담이 와 닿지 않았으며, 지난날의 표현일 뿐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철이 좀 들어서인지 생각이 바뀌었다. 사랑의 크기를 잴 수 없지만, 필자의 사랑은 부모님의 사랑에 절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태연 시인의 시 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라는 시가 내 얘기인 것 같다. 부모님이 필자를 생각하는 것만큼 필자가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앞서 했던 질문에 대한 필자만의 답을 내린다면 필자는 ‘당신’을 ‘부모님’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에게 나’는 ‘본인의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존재’이다. ‘나에게 당신’은 ‘넘치는 사랑을 줘서 고마운 존재’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기념일과 같이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다. 부모님께, 조부모님께, 형제에게, 자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또한 가족이 아니어도 좋다.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 혹은 본인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한 마디 하자. 5월은 사랑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달이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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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2019-05-14 16:08:29
감동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