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다음 호에 퇴사하겠습니다
[영봉] 다음 호에 퇴사하겠습니다
  • 김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19.04.01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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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호만 끝내고 퇴사하겠다’ 이 말은 필자가 1학년 준기자일 때부터 하던 말이다. 처음 영대신문에 입사할 당시 필자는 설렘과 기대에 부풀었다. ‘기자’의 멋진 이미지와 전문성을 갖춘 기자의 모습과 그들이 하는 활동을 동경했다. 그래서 영대신문에 입사해 그런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입사 후 알게 된 기자의 현실은 필자의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필자가 ‘독자’일 때는 ‘기사’라는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기사 하나를 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몰랐다. 글만 쓰면 기사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름대로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에 얼마나 기사 작성을 쉽게 봤는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자만했음을 체감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필자가 쓴 기사는 매번 선배 기자로부터 수많은 교정을 거쳐야 했고, 이러한 교정 과정에서 필자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공강 시간은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닌 당연히 취재를 위한 시간이 됐다. 또한 취재에 들어가서는 취재원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상처받기도 했으며, 취재가 잘 안 될 때는 걱정도 했다. 또한 취재원 중 일부는 필자를 ‘기자’가 아닌 ‘학생’으로 대하며 필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학생 기자’라서 무시하기도 했다. 동시에 다른 친구들이 여러 가지 대외활동을 할 때 필자는 오직 영대신문 활동에만 몰두해야 했기에 불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감과 일이 많아서 퇴사하는 동료 기자들도 꽤 있었다. 그들에게 왜 퇴사하는지에 대해 물어봤었다. 그중 몇몇은 ‘과업이 힘들기만 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다’, ‘내가 쓴 글이 선배로부터 고쳐지는 것이 싫다’고 했다. 우선 학보사 기자 활동이 쉽지 않은 것은 맞다. ‘학생’의 역할도 있고. ‘기자’의 역할도 있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병행하기란 참 힘들다. 또한 영대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기사를 읽었을 때 반응이 어떨지 몹시 염려도 되고, 기사들 간의 일정한 양식으로 통일성을 맞춰야하기에 고단한 교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활동이 시간낭비는 아니라는 것이다. ‘낭비’는 헛되이 쓰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활동에서 참으로 소중한 경험을 한다는 점과 여러 사람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다. 여러 가지 대내·외 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한 가지에 몰두해서 열정을 다해보는 것도 인생에서 더 없이 매력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영대신문을 많은 사람이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읽을 것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친구들도 필자에게 ‘퇴사’를 권했다. 그때마다 필자는 “다음 호만 끝내고 퇴사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음 호, 또 다음 호… 계속 미뤄왔다. 입사 전에 필자가 생각하는 기자의 이상과 현실은 달랐지만, 지금은 기자의 현실인 바쁜 생활과 힘든 일도 좋아하게 됐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의 사람들은 필자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필자에게 ‘퇴사’를 권하기도 할 것이다. 1650호의 발행일이 4월 1일 만우절이기에 필자의 거짓말을 고백한다. 필자가 퇴사하겠다고 한 다음 호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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