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환절기 미세먼지와 건강관리
[학술] 환절기 미세먼지와 건강관리
  • 사공준 교수, 허강석 하하호호 한의원 원장
  • 승인 2019.04.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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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학적 관점

 선진국에서는 대기 관련 전문가들이나 사용하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우리나라 사람들 남녀노소 대부분이 일상에서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악취나 소음과 같이 생활에 어쩌다 불편한 정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 어느덧 공포와 불안을 유발하는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가 됐다. 큰 먼지는 있더라도 곧 가라앉기 때문에 인체에 들어오지 못하고 들어오더라도 호흡기의 기관지 섬모나 점막에 의해 걸러져 가래로 다시 배출되지만, 입자의 크기가 10μm 이하의 먼지는 폐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이처럼 입자의 크기가 10μm 이하인 먼지를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라고 하고 그중에서도 2.5μm 이하의 크기의 것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입자 크기 2.5μm를 기준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나눈 이유는 2.5μm보다 큰 먼지는 대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2.5μm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대개 화석연료의 연소와 같이 인위적인 활동으로 대부분 생성되며 유해물질의 함량이 미세먼지보다 훨씬 많고 체내에 들어와서 축적되고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건강에 더 유해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석탄·석유가 연소할 때 주로 배출되는 황산화물,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같은 가스가 대기 중의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해서 생성되는 질산염과 황산염이 주성분이다. 그밖에 입자로 배출되는 탄소화합물과 일명 그을음으로 불리는 블랙카본, 흙먼지, 그리고 이들과 합쳐진 납, 카드뮴, 비소 등의 중금속 입자 등도 구성 성분이다. 미세먼지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블랙카본으로 불리는 탄소화합물이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연료가 완전연소하면 그 안의 탄소는 이산화탄소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든 연소는 불완전연소이므로 연소의 부산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 일산화탄소와 블랙카본이라는 탄소알갱이가 나온다. 블랙카본은 주로 노후화된 경유차, 특히 대형 화물차, 버스와 포크레인 지게차 같은 공사용 차량과 선박과 공장굴뚝에서 많이 배출되는데, 전체 초미세먼지 양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보다 큰 미세먼지는 주로 기관지와 폐포에 도달해 염증을 일으켜서 주로 호흡기 계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비해, 초미세먼지는 그 크기가 세균보다 더 작어서 폐를 뚫고 혈관 안으로 침투해 우리 몸 모든 장기에 쌓일 수 있다. 또 폐가 아닌 코를 통해서도 뇌로 들어가는데 후각신경구나 상피세포를 통해 혈관을 타고 뇌에 축적되기도 한다.

 초미세먼지는 사실상 화학물질이어서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염증이 일어나면 혈류의 속도가 떨어지고 혈구들이 뭉치게 되어 혈관이 막히게 된다. 미세먼지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유발하고 치매를 악화시키고 심장혈관을 막아 심근경색과 부정맥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초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주며, 우울증과 불안장애 발생을 증가시키며, 이는 자살률 증가와도 관련성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 2013년에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대기오염은 112번째, 미세먼지는 113번째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되었는데, 그건 그동안 수행된 많은 연구들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증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폐암 외에 방광암도 미세먼지에 의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모든 환경오염물질이 그렇듯이 소아나 연로한 어르신들이 미세먼지에 민감하고 취약하다. 어르신들은 면역기능과 몸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져 있고 소아들은 몸의 세포들이 아직 자라는 과정에 있어 이들에게 미세먼지는 위험하고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미세먼지가 태반에 들어가 태반의 혈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즉 임신 중에 미세먼지를 많이 마신 산모에서 저체중아와 조산아가 많이 태어난다는 것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성인 남자가 하루 13 호흡을 한다. 이에 일평균 농도에 13을 곱하면 하루 동안에, 연평균 농도는 1년 동안에 내 몸 안에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가 들어오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시간 평균 75㎍/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되면 주의보, 시간 평균 150㎍/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가 발령된다. 경보 수준이 되면 우리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미세먼지 알갱이들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실제로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의 주민들을 부검해 보면 뇌에 미세먼지에 빽빽하게 쌓여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2015년 한 해 동안 1만 2,000여 명이 초미세먼지로 인한  뇌졸중과 심장질환으로 조기 사망했다고 추정한 연구가 있다.

 대구시가 연평균 미세먼지농도를 2022년에 17㎍/, 2025년까지 15㎍/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있다. 대구시는 전기차를 늘리고, 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방지시설을 확충하고,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학생 21만3,000명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를 지급하는 예산은 한해 6억 뿐이라 초·중·고 청소년들과 임산부 그리고 직업적으로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분들에게 넉넉하게 나누어 주기에는 부족하다. 미세먼지의 주배출원인 노후산업장의 방지시설 설치비지원과 노후경유차 감소 등 배출 감소에 대한 계획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워 미세먼지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동안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날씨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미세먼지가 높아지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즉 미세먼지농도가 높은 국가의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세먼지는 입자크기가 세균 크기만큼 작아서 일반 마스크로는 걸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식약처에서 보건용으로 허가한 KF80, KF94, KF99 등이 표시된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KF80은 80% 이상, KF94는 94% 이상의 미세먼지를 걸러낸다는 뜻이다. 심장이나 호흡기계에 특별한 질병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KF80 정도의 제품을 사용하면 무난하다. 마스크는 가급적 얼굴 표면에 착 달라붙도록 해서 가장자리로부터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스크를 헐렁하게 착용하면 효과가 떨어지지만 반 정도만 걸러주어도 건강에는 유익하므로 안 쓰는 것보다는 헐렁하게라도 쓰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 관점

 환절기(換節期), 말 그대로 철이 바뀌는 시기다. 검색엔진인 네이버에 환절기를 검색하니 많은 검색 순으로 건강관리, 피부 관리, 건강, 피부 이렇게 검색이 된다. 환절기에 건강이나 피부가 안 좋아진다. 돌연사가 환절기에 특히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각종 연구를 보면 환절기에 일교차가 1도씩 커질 때마다 사망률이 0.5% 증가하고, 캐나다의 노인 대상 연구에서는 일교차가 11도에서 17도로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11%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호흡기계 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이 가장 많았다.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로 한정을 한다면 일교차가 1도가 더 벌어질 때마다 사망률이 높게는 2%까지 증가했다. 또한 중국의 유명한 중의사인 황황 선생의 ‘경방의안’이란 책에 보면 계절이 바뀌거나 온도가 바뀔 때 몸이 아픈 사람에겐 계지가 필요하다는 언급이 여러 번 나온다. 계지는 쌍화탕의 주재료이며 허약체질 개선의 대표 약재다. 허약한 사람이 환절기에 약하다고 본 것이다. 물론 체질에 안 맞는 사람도 많이 있으므로 복용 시에는 주변 가까운 한의원의 한의사와의 상담을 권한다. 인체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현대 뇌 과학에서는 사람이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가 뇌 때문이라고 본다. 변화를 유도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늘 하던 대로 하려는 습성 때문에 작심삼일이 많다고 본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작은 생각의 변화에도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하물며 계절의 변화, 온도의 변화에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까 생각해 보면, 건강을 위해서 환절기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환절기의 일교차 외에 신경 쓸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미세먼지’이다. 일교차로 인한 건강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미세먼지까지, 그야말로 이중고다.

 그렇다면 환절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아침과 저녁의 낮은 기온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기본적으로 날씨가 춥기 때문에 두꺼운 복장을 착용하여 보온에 신경을 쓰지만 봄철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그러다가 갑작스런 추위를 만나게 되면 인체가 체온조절 하는 데에 큰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그래서 면역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무너진 면역체계는 특히 기관지에 자극을 주어 호흡기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요즘 극성스런 미세먼지가 이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야외활동을 적당히 조절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걸 습관화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온도가 낮은 새벽시간에 운동을 하는 걸 주의하고, 해 뜬 뒤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과로를 한 날에는 운동을 적당히 조절하여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운동을 할 때 지나치게 얇은 옷을 입으면 땀으로 인한 열손실을 입을 수 있으니 덧입을 수 있는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으로는 환절기에 특별한 건강관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환절기에 특히 건강에 유의해야 하므로 건강관리에 대해 알려주려고 한다. 한의학적인 건강 관리법은 예전에는 양생이라는 용어를 썼다. 동의보감의 분량은 방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곳에는 양생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병이 들었을 때보다 건강할 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는 한의학의 불치기병 치미병(不治旣病 治未病 - 병이 든 뒤에 치료하지 말고 병이 들기 전에 치료하라) 정신을 대변한다.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혹시 ‘맛있는 음식으로 위기를 보양한다’ 는 부분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이는 분이 있다면, 이 내용 뒤에 ‘음식을 배불리 먹지 마라’, ‘음식을 탐내 먹고 큰 것을 잃지 마라’, ‘입에서 당기는 대로 먹어 건강을 잃지 마라’ 등이 세 구절을 반복해서 넣어주셨으니 성현의 큰 뜻을 짐작할만하다. 현대에 밝혀진 장수의 후천적인 요인이 소식(小食)으로 밝혀진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또한 『포박자(抱朴子)』라는 책에서는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늘 생각하는 것, 걱정하는 것, 욕심을 내는 것, 일을 하는 것, 말을 하는 것, 웃는 것, 근심하는 것, 즐거워하는 것, 기뻐하는 것, 성내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이상의 12가지 것들을 모두 적게 한다고 했다 요약해보자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리하지 말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쉬운 말, 뻔한 말로 들리기도 하지만 건강관리의 핵심을 표현한 것이다.

 한의원을 운영하며 환자들을 치료해 보면 같은 치료법, 같은 처방이어도 어떤 환자들은 잘 치료되고 어떤 환자들은 잘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머리를 싸매고, 처방도 바꿔봤다. 이내 환자들의 생활습관 관리나 심리상담 후에 환자들의 병이 낫는 걸 보며 깨달은 바가 있다. 처음에 칼럼 요청이 들어왔을 때 그다지 글을 잘 쓰지도 말을 잘하지도 못하는지라, 부담스러움에 마음이 무거워져 부끄럽지만 고사해 볼까 생각도 해보고 그냥 흔한 내용으로 환절기에 좋은 한약재나 음식으로 지면을 채워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평소 환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해 볼 기회라는 생각에 즐거운 기분이 슬며시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치미병의 행운이, 건강의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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