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 그리고 문화, 커피
우리의 일상 그리고 문화, 커피
  • 윤신원 기자
  • 승인 2019.04.01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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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커피 한 잔, 시험 기간에 잠을 떨쳐내기 위해 한 잔, 카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한 잔….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커피, 당신은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본지에서는 커피에 대한 당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그 매력에 대해 파헤쳐 봤습니다.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시간 나면 커피 한 잔 하자’. 지인에게 흔히 건네는 인사치레와 같은 말이다. 이는 단순 음료를 마시는 행위를 의미하기보다, 음료를 향유하는 동시에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서로에 대한 친밀도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에 이러한 커피의 역사와 문화, 대구와 커피의 관계에 대해 알아봤다.

 커피를 아시나요?=커피의 기원은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커피의 기원설 중, 가장 설득력이 높아 많은 이에게 지지받는 기원설이 있다. 이는 바로 에티오피아의 염소 목동 ‘칼디(Kaldi)의 전설’이다.

 기원전 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는 어느 날 평소에 얌전했던 염소들이 흥분한 듯 날뛰는 것을 보았다. 이에 칼디는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했음을 깨닫고, 이 열매를 이슬람 수도승에게 전달한다. 초기의 수도승들은 빨간 열매를 부정적인 것으로 여겼으나, 빨간 열매를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소문이 퍼져나갔다. 이에 수도승들은 빨간 열매, 즉 커피를 잠을 떨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맛봤다는 설이 다분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종이 처음으로 커피를 접한 것이 사실이 아님을 지적했다. 최초의 의료 선교사 알렌(Allen)이 1894년부터 3년간 궁중에서 어의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책 ‘Things Korean(한국의 것)’에 따르면, “궁중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는 동안 궁중의 시종들은 거절하는데도 불구하고 잎담배와 샴페인, 사탕과 과자를 끝까지 후하게 권했다. … 후에 그들은 자기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그 품목에 홍차와 커피를 추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처럼 1896년 이전인 1894년부터 이미 궁중에서 커피를 향유하고 있었다.

 커피의 도시, 대구=지난 2017년 대구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는 인구 대비 커피전문점이 922명당 1곳(점포 수 2,710개)으로 서울을 제외한 6대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에 유독 커피 문화와 시장이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1936년, 대구가 낳은 천재 화가 이인성은 중구에 있었던 아카데미 극장 근처에 ‘아루스’ 커피숍을 열었다. 이에 ‘아루스’는 문인들과 예술인들을 위한 교류의 장이 됐으며, 이로 인해 대구에 커피 거리가 조성되면서 이것이 다방 문화가 발달하게 된 시초가 됐다. 또한 이후 1990년, 경북대 후문 부근에 문을 연 ‘커피명가’는, 자가 로스팅 기술이 덜 발달됐던 1992년에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선보이는 등 대구의 커피 문화가 형성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더불어 2000년대 초반부터 대구보건대, 대구공업대 등 대구지역 대학에 커피 관련 학과가 개설되기 시작했다. 안지영 한국커피협회 이사는 “문화적 특성으로 대구 시민들은 커피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러한 시민들의 커피에 대한 기호와 선호가 대구 커피 시장이 확대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이 가장 많은 도시는?’(매경프리미엄, 2017년 12월 30일 자) 기사에 따르면, 대구에 커피 재료나 용품 유통업체가 350곳이 있는 등 커피 관련 유통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적으로 대구 토종 커피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대구 토종 브랜드로는 커피명가를 비롯해 다빈치커피, 핸즈커피, 슬립리스 인 시애틀, 봄봄, 마시그래이 등이 있다. 배현설 대구공업대 교수(호텔외식조리계열)는 “대구 토종 브랜드 중 대부분이 유통업체도 함께 운영함으로써, 가격, 품질, 서비스 측면에서 파격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서 “이는 브랜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요인이자 대구 커피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전했다.

 한편 대구시는 대구의 우수한 커피산업 인프라를 활용하고 커피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대구국제커피&카페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커피 브랜드를 홍보하고, 시민들이 커피를 시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김연선 대구보건대 교수(호텔외식조리학부)는 “많은 커피 브랜드가 참여함으로써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피 전문가가 알려주는 커피 초보를 위한 커피 상식

 커피 관련 전문가인 김연선 대구보건대 교수(호텔외식조리학부)와 배현설 대구공업대 교수(호텔외식조리계열)를 만나, 커피 초보가 꼭 알아야 할 커피 상식들을 알아봤다.

 커피 초보들이 가정에서 커피를 즐기기 위해 알아야 할 점에는 무엇이 있나요?

 김연선 교수(이하 김): 집 근처 *로스터리 카페에서 신선한 원두를 구매하고 추출기구에 알맞은 분쇄도와 적정 물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원두를 구매할 땐 가급적 로스팅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홀빈(원두)을 소량으로 구매하는 게 좋아요. 만약 원두를 한꺼번에 많이 구매한 경우엔 사용할 원두를 덜어내고 남은 원두를 밀폐 용기에 넣고 냉동 보관하세요!

 또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자 할 땐, 로스터리 카페에서 핸드드립용으로 쓰이기에 알맞은 굵기로 분쇄했는지 확인해야 하죠. 더불어 너무 뜨거운 물을 커피에 주입하는 건 커피의 맛을 해치기에, 가능하면 8~90도 정도의 물을 커피에 붓는 게 좋아요.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에는 무엇이 있나요?

 김: 첫 번째는 커피생두의 품질이에요. 대개 고도가 높고 일조량이 많은 환경에서 자란 커피일수록, 낮과 밤의 기온 차로 인해 밀도가 높고 특유의 향과 맛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두 번째는 로스팅 기술이에요. 로스팅은 어떤 용도로,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얼마큼의 시간에, 어떤 색으로 원두를 볶느냐가 관건이죠. 하지만 로스팅이 바리스타의 진정한 능력이라고 하기보단, 원두를 볶은 후에 정확한 맛을 평가함으로써 사람들이 선호하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추출 능력인데요. 아무리 로스팅을 잘한 커피라도 추출하는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좋은 커피가 될 수 없어요. 또한 추출 기구에 따라 추출 방법이 달라지니 이를 이해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추출하는 것이 중요해요.

 일반적으로 원두를 고를 때 원산지로 원두를 구별하곤 합니다. 원산지의 차이가 곧 맛으로 직결되는 편인가요?

 배현설 교수(이하 배): 그렇죠. 원산지에 따라 재배 고도, 습도, 온도, 일조량, 토양의 재질, 강수량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특색을 갖는 편이에요. 가령 신맛이 우수한 커피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쓴맛과 바디감이 우수한 커피로 케냐 AA를 꼽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최근 홈카페 문화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커피 전문점을 찾기보다 직접 커피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기도 합니다. 핸드드립 커피만이 갖는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배: 여과지를 이용해 추출하기에, 커피의 지용성 성분이 여과지에 흡착돼 추출되지 않아요. 그래서 바디감이 강한 아메리카노와 비교하면, 핸드드립 커피는 부드러운 바디감을 갖는다는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물을 커피에 흡수시켜 우려내는 방식으로 추출하기에, 아메리카노에 비해 비교적 커피 맛이 다양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그중에서도 핸드드립 커피만의 가장 큰 매력이 있다면, 커피를 추출할 때 느껴지는 향이 아닐까요? 이러한 향은 본인이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만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커피는 향을 즐기는 음료이기도 하죠.

*로스터리 카페: 원두를 직접 볶고 갈아 커피를 만드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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