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조의 조건, 관용(寬容)
[사설] 창조의 조건, 관용(寬容)
  • 영대신문
  • 승인 2019.03.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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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대학교 교가는, “보라 여기 신라의 옛 땅 민족의 혼이 살아 뛰는 곳/금호강 기슭 달구벌 언덕 장엄하다 진리의 전당/어둠과 거짓 물리치려고/ 밝음과 참됨 가르치시네. 너/슬기론 젊은 얼들아 너 억센 젊은 힘들아/새 역사의 창조자 되라 겨레를 위해 인류를 위해/아 조국과 함께 크는 영남대학교/ 아 정의의 샘터여 학문의 등대여”이다. 교가는 영남대학교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반드시 절대적으로 해야 할 것을 명령한다. “너 슬기론 젊은 얼들아 너 억센 젊은 힘들아 겨레를 위해 인류를 위해 새 역사의 창조자 되라”라는 조건 없는 명령이 그것이다.

 명령의 핵심 가치는 ‘창조’이다. 그런데 1교시 수업 들어가는 길에 혹은 하굣길에 교내 방송으로 듣는 교가의 ‘창조’ 메시지에서 우리 학생들은 창조의 창조성을 무엇으로 이해할까? 일전에 이공계열학생들을 통해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5P의 범주 내에서 생각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Person, 융통성·유창성·독특성), 과정(Press, 문제해결 과정), 산물(Products, 새롭고 유익함), 공간(Place, 창조적 산물을 평가하는 사회와 문화), 설득(Persuade, 창의적 산물임을 이해시킴) 중 어느 하나를 대체로 창조의 속성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 중 ‘창조성과 관용의 상관성’에 대한 이해를 보인 학생이 없었다는 점은 매우 아픈 부분이었다. 창조학자들은 창조성과 한 사회의 관용도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주목해왔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창조성과 관용도는 비례의 관계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관용도가 높은 사회로 영국을 든다. 물론 이 관용도를 재는 척도 중 가장 중요한 척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도임에는 틀림없다. 세계 제1의 수준에 이른 영국 사회의 창의성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창조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우리의 역사 이래 어찌 보면 가장 찬란한 융합 문명의 꽃을 피운 시기는 통일신라이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노래 중 향가 「처용가」가 있다. 서사적 내용에 따르면 처용은 밤늦은 시간 내밀한 밀실의 공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의 역신을 만난다. 이 때 처용이 역신을 향해 보인 태도는 관용이다. ‘불가능한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이다.’ 혹은 ‘불가능한 것을 관용하는 것이 진정한 관용이다.’의 경지를 보인 것이기에 처용을 관용의 신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통일신라가 이룩한 찬란한 창조의 문화는 어찌 보면 처용으로 상징되는 관용의 마음 즉, 편견 없이, 차별하지 않고, 억압하지 않으며, 순수를 주장하지 않고 폐쇄를 고집하지 않으며, 인정하고 대화하고 존중하고 행동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마음으로부터 샘솟은 것임에 틀림없다.

 제주도 예맨 난민을 향한 우리의 태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기적인 차별,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억압 등을 볼 때 우리 사회의 관용도는 어느 정도인가 묻는 자체가 매우 부끄럽다. 이러한 수준의 관용도로 우리 사회가 창조 문화를 꽃피기를 바라고 우리가 순결주의와 폐쇄주의를 벗어났다고 하는 것은 자기기만이고 연목구어이다. 아무리 스마트한 인재가 넘쳐나고, 아무리 좋은 교육제도가 갖추어져 있고, 창의성을 평가하는 사회의 안목이 아무리 높고, 건물 벽마다 창의성을 독려하는 문구로 도배를 한들 이런 수준으로 진정한 창조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난망이다.

 신입생들의 눈망울이 한없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3월 첫 주이다. 졸업생을 떠나보내고 새로 식구를 맞이하느라 우리 캠퍼스는 여느 때보다 분주하고 활기에 넘친다. 이즈음에 인간의 조건이자 창조의 조건으로서 우리 캠퍼스의 관용도는 어느 정도인가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시대에 관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관용의 시대를 열자.”는 말씀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편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소수자라는 이유로 억압 받지 않는 공존과 상생의 조건, 창조의 조건이 갖추어진 우리 영남대학교 캠퍼스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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