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의 현 위치
강사법의 현 위치
  • 이소정 기자
  • 승인 2019.03.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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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9일,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강사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강사법을 중심으로 한 학내 갈등이 발생했다. 이에 강사법의 주요내용과 강사법이 대학과 강사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봤다.

강사를 위해 발의된 강사법

 강사법은 강사들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통해 안정적으로 교육 및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발의됐다. 이에 강사법이 개정되기까지의 과정과 주요 내용에 대해 살펴봤다.

 개정되기까지의 과정=지난 2010년 5월 25일, 조선대 서정민 강사가 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사회적으로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지난 2011년, ‘시간 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교조)과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다수 대학의 반발 속에서 유예됐다. 이는 해당 법안의 일부 조항이 강사의 처우를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강사들에게 배정된 평균 강의 시간은 2~3시간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는 강사의 강의 시간을 9시간으로 규정하는 조항이 있었다. 이에 강사 한 명당 배정되는 강의 시간이 늘어 전체 강사의 임용기회가 줄어들 수 있었다. 또한 대학 측에서는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 강사들에게 강의를 배정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었다. 이후에도 강사법은 비슷한 이유로 3차례 유예됐고, 지난 1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될 계획이었다.

 4차례의 유예과정을 거친 강사법은 본래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강사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이 빈약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강사들이 재임용될 기회 확대와 임금 인상 등의 내용이 부족했다. 이에 지난 9월 3일, 한교조,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교무처장협의회, 국회에서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대학 강사제도 개선협의회’에서 해당 법안이 강사 처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합의안이 도출됐다. 해당 합의안을 바탕으로 10월 10일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1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일부터 곧바로 강사법을 시행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해 오는 8월 1일 자로 시행이 미뤄졌다. 이에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지금까지 강사들이 교원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러한 노력의 결실인 강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것을 지켜보며 가슴이 벅찼다”고 전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개정 전 고등교육법에는 강사들은 교원의 지위를 가지지 않으며, 임용 기간 및 신분 보장 등에서 규정이 없었다. 이에 강사들은 매 학기마다 재임용에 대한 불안을 느껴야 했으며, 방학 중에는 소득이 없어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들었다. 개정된 강사법에 따르면 교원의 범위에 강사도 포함됐다. 이에 강사들은 1년 이상 임용을 보장받으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신규임용을 포함한 3년까지 강사들의 고용이 안정화 된다. 또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17조에 따라 *소청심사 청구권이 적용돼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조치나 근무 조건상의 처벌에 법적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강사들도 고용보험 가입의 대상이 되며, 방학 기간 중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권오근 한국비정규노동조합 영남대 분회장은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들의 신분이 보장되고 고용이 안정된다”며 기대를 표했다.

 또한 강사법은 대학 교육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는 강사들의 임용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학과 내에서 강사를 임용했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강사를 임용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개적으로 임용하게 했다. 이에 강사 임용이 투명해질 예정이다. 강철구 교무부처장은 “강사 채용 방식이 투명해져 강의가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소청심사: 행정심판제도의 일종으로 공무원이 징계처분이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심사하는 제도이다.

강사를 위한 강사법인가?

본부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투쟁을 벌이는 모습

 

본부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투쟁을 벌이는 모습

 강사법은 강사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강사법이 강사들의 재임용 기회를 축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이 생긴 원인과 그 양산을 알아봤다.

 강사에게 칼날이 된 강사법=지난 12월, 한교조 영남대분회 소속 강사 70여 명이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 한교조 측은 강사법 시행을 염두에 둔 대학 측의 대응으로 여겼다. 이에 한교조 영남대분회는 지난 1월 1일부터 28일간 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한교조 영남대분회 측은 본부가 강사 1명에게 배정되는 강의시수 ‘6시간 이내’를 ‘6시간’으로 해석해 강사에게 배정되는 강의 시간과 강사 수를 줄이고자 했다고 전했다. 한교조 영남대분회는 대학 측과의 간담회를 통해 앞서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던 일부 강사들이 강의 배정받을 수 있게 했다. 한편 본부 측은 최근 우리 대학교는 겸임 교수를 채용했으며, *연구년을 갖는 교수의 수가 전년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이에 학내 전임 교수와 겸임 교수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강사들이 담당할 수 있는 강의 수도 축소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대학교에서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학생들의 졸업학점을 줄이기도 했다. 한 대학에서는 강사법이 시행되기 이전 지난해보다 200여 개의 강의가 폐쇄돼 강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사법의 시행에 있어 강사들의 일자리가 줄고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 씨는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면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도 감소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용섭 위원장은 “강사에게 강의는 강의의 의미를 넘어 생계의 수단이다”며 “강사들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강사들의 생계 수단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무분별하게 강사 수를 줄이려는 대학의 횡포를 막기 위해 강사법 시행 이후 대학 내 강사 수의 변화를 조사해 대학에 재정 지원 또는 제재를 가할 것이라 전했다.

 문제는 없나?=일각에서는 강사법 시행에 따라 자유롭게 강좌를 개설하고 학과 교육과정을 변경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 측은 강사 임용 후 3년간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 변경을 대비해 재임용 조건을 사전에 강사에게 공고하고, 학칙 및 계약서에 재임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명시해야 된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교수 B 씨는 “강사들이 3년간은 꾸준히 강의를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며 “강사들로 인해 전임교수가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는 일이나, 강의 배정 기회가 줄어들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강사법 시행이 학문 후속세대에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를 공개 채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경력이 많은 강사를 더욱 선호하게 돼 학문 후속세대가 대학 강단에 서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신진연구자들의 강사 채용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져 강의 경력이 많은 사람과 신진연구자들을 나눠 강사들을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문주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강단에 서길 희망하는 학문 후속세대를 고려해 강사법을 적용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강사법 시행에 쓰이는 강사처우 개선비와 같은 예산 550억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이 288억 원으로 축소됐다. 교육부는 강사들의 강의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사립대학에 217억 원, 국공립대학에 71억 원을 배정했다. 해당 금액은 방학동안 강의 준비를 할 강사를 위해 책정된 것이다. 이에 강사들은 방학 중 강의준비 지원비로 1인당 약 16만 원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학원생 C 씨는 “강사법 시행으로 많은 강사가 직장을 잃을 수 있다”며 “정부에서 일자리를 잃은 강사를 위한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용섭 한교조 위원장은 “강사법은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만큼, 본래의 취지에 맞게 시행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연구년: 학교에서 교수들의 연구를 위해 1년씩 주는 휴가.

강사법이 시행되기까지 

 강사법이 통과되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쳤다. 또한 기존 의도와 달리 강사법이 전개되기도 했다. 이에 강사처우 개선이 대두된 시점부터 강사법이 시행되기까지의 과정을 연표로 나타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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