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무거웠지만, 행복했습니다
[영봉] 무거웠지만, 행복했습니다
  • 황채현 편집국장
  • 승인 2018.11.26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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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마지막 기사 마감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동안 가끔 이 순간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상상할 때면 아쉬운 마음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고, 반면 고생의 끝이라고 생각하니 시원하기도 했다. 막상 이 순간을 겪어보니 아쉽거나 시원하기보다는, 그동안의 신문사 생활이 담담히 떠오른다.

 수습기자로 입사한 후 진정성 있는 기사를 쓰겠노라고 독자들과 처음 다짐했던 1624호부터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1648호까지, 매 호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처음엔 기사 쓰는 법이 몰라서 어려웠고, 기사 쓰는 법을 배우니 취재원을 대하는 게 어려웠다. 기사 작성과 취재원과의 관계에 능숙해진 후엔 ‘왜 더 완벽하게 기사를 쓰지 못했을까’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기자로서의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웠을 때는 영대신문이라는 조직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솔직히 힘들었다. 매 호마다 울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올 한 해 영대신문을 가장 뜨겁게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건만, 지쳐가는 마음 탓에 영대신문이 미웠던 순간도 종종 있었다. 힘들었으니 마지막인 지금, 필자의 표정은 가장 행복해야 하는데 왜 자꾸 마음 한구석이 울컥하는지 모르겠다. 그 미워했던 순간을 후회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영대신문이라는 학보사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처음의 다짐만큼, 영대신문을 많이 알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어서일까. 이러한 후회와 아쉬움이 뒤섞인 채 3년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에 씁쓸한 마음을 느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펜을 들어 마지막 영봉을 쓰면서 마냥 후회나 아쉬움만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영대신문에 있으면서 너무나 행복했던 추억이 많았고, 스스로보다 과분한 고마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자로서의 죄책감에 괴로웠을 당시, 늘 곁엔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이 내어준 따뜻한 손 덕분에 스스로를 믿고 편집국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이 짊어진 짐도 무거우면서 늘 내 짐을 덜어주려 한 동기 덕분에 신문사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르쳐준 것이 많이 없었음에도 자랑스럽게 잘 성장한 후배들 또한 늘 필자와 함께했다. 소중한 대학생활의 부분을 신문사에 내어준 후배들이 있기에, 걱정 없이 임기를 마무리한다.

 우리가 나누었던 시간은 항상 고되었지만, 고됨 속에서도 늘 웃어주었던 그들의 마음을 뜻 깊이 간직하려 한다. 필자가 떠난 후 영대신문 기자들은 계속해서 하나의 시간을 함께 공유할 것이다. 영대신문에서 3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보낼 그들에게, 고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수고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 것에 대한 축하를 건네고 싶다.

 끝으로 마음이 무겁기도, 행복하기도 했던 영대신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자 한다. 기자로서 힘든 점이 많았지만, 신문사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영대신문이라는 학보사가 보다 공정하고 관심 받는 언론으로 성장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아 취재하고 밤을 지새우며 썼던 필자의 기사가 영대신문의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 됐길 소망한다. 영대신문의 충실한 독자로 돌아갈 것을 약속하며 올해의 영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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