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참지 못하는 사회
‘화’를 참지 못하는 사회
  • 김달호 기자
  • 승인 2018.11.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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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4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PC방에서 자신의 자리를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업원을 살해한 남성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또한 지난 15일 울산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한 음식이 잘못 나왔다며 종업원에게 음식을 던진 남성이 패스트푸드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처럼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분노를 과격한 방식으로 표출해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우리 사회는 그들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분노: 우리 시대의 현주소
 

 ‘분노조절장애’란 분노를 참거나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과도하게 분노를 표현해 정신적, 신체적, 물리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피해를 겪는 것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분노조절장애와 같이 분노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분노를 불특정한 다수에게 표출하고 폭력 등 잘못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분노가 끓어오르다=지난 4월 건강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7년 습관 및 충동 장애 환자’에 따르면 지난해에 분노를 참지 못해 치료를 받은 환자는 5,986명으로, 2013년 수치인 4,934명보다 약 21% 증가했다. 또한 환자 중 40대와 50대의 비중이 약 20%인 반면, 20대와 30대는 약 4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20대와 30대가 취업, 학업 등으로 인해 다른 연령층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청년층은 대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낮은 자존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오세연 세명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자존감이 낮고 자아 정체성 혼란을 겪는 사람은 분노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경쟁이 심화된 현대 사회에서 분노를 자신의 방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경쟁에서 밀려 심한 열등감을 갖는 사람에게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불특정한 다수에게 표출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범죄의 대상이 될까봐 무서워요”=전문가들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른 범죄의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 학생 322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주위에서 분노를 잘 다스리지 못하고, 폭력 등 과격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에 대한 앙케트를 실시한 결과 ‘그렇다’가 85.4%(275명)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지난달 29일,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7 전과범죄자 범행동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2만 여건의 범죄 중 약 35%가 ‘분노에 의한 우발적인 범죄’였다. 특히 우발적인 범죄의 약 40%가 살인 또는 살인미수 등의 강력범죄에 해당했다.

 이런 우발적인 범죄의 증가는 ‘나도 우발적인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두려움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1일 다음소프트가 공개한 ‘2018년 흉악범죄 언급추이’를 보면 흉악범죄 검색 건수가 기존 한 달 평균 5만여 건에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이 일어났던 지난 10월 이후 한 달 평균 12만 여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다음소프트는 이러한 수치의 증가가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가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분노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대다수 전문가들은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함에 따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연 교수는 “정부가 분노조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심리치료를 제공하고, 경찰 등 관련 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사회복지사를 배치하는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국민의 분노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개인 스스로가 분노를 조절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선미 교수는 분노를 느낄 때 그 상황에서 벗어나 다른 일에 집중한다면 분노 조절에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류창현 한국분노절협회장은 “5초 동안 눈을 감고 자신이 분노를 느끼는 이유 등을 돌이켜보면 자연스레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색다르게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숲으로 마음을 진정시키자

 
 산림 치유는 자연 속 환경을 통해 개인의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 등 정신적 어려움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산림 치유는 불안, 우울, 등 여러 심리 증상에 효과를 보이며, 특히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지난 6일, 산림교육원이 공개한 ‘산림치유프로그램이 스트레스 및 감정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대부터 50대 사이 성인남녀 224명을 대상으로 산림 치유의 효과를 알아본 결과 산림 치유를 받기 전 평균 7점이던 분노 지수가 산림 치유를 통해 평균 1점까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산을 방문해 산림 치유를 받는 일이 힘들다면, 주변에 있는 산책로나 공원 등을 걸으라고 추천했다. 김경목 과장은 “대다수의 청년이 도시에 살다보니 산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학교나 직장 주변에 있는 공원 등을 방문해 걷는다면 산림 치유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가상현실, 분노와 만나다

 가상현실은 컴퓨터 세계 속에 놓인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 등을 뜻한다. 현재 가상현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으며, 특히 정신적인 질병과 관련된 의학 분야에서 치료 방법 중 하나로도 활용되고 있다.

 가상현실 치료는 환자들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영상을 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시청하고, 긴장을 적절한 상태로 조절하는 ‘바이오패드’를 이용해 분노를 해소하는 치료 방법이다. 지난해 5월 ‘VR-바이오패드 시스템’을 개발한 전홍진 성균관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바이오패드를 이용한 치료는 사용자가 스스로 긴장을 완화하기 때문에 치료의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상현실 치료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의 불안, 분노를 예측할 수 있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홍진 교수는 “분노를 조절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가상현실 기술이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한 “건강한 사람도 자신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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