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또 다른’ 분단의 아픔
[넋두리] ‘또 다른’ 분단의 아픔
  • 박승환 편집부국장
  • 승인 2018.11.26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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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우리나라는 광복의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1950년에는 약 3년간 전쟁을 치르며 우리 강산이 피눈물로 물들었다. 이러한 아픔은 휴전 협정을 체결하고 6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다시금 분단의 위기에 처해있다. 바로 ‘성 분단’이다.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의 한 주점에서 손님들 간의 몸싸움으로 인해 한 여성이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는,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명백한 사건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사건이 발생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이유는 사건에 성 혐오 범죄의 요소가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수역 폭행 사건 논란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인터넷 사이트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과 사진 등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한 커플과 말싸움이 붙었는데, 이후 남성 4명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발전했고, 결국 한 남성이 계단에서 여성을 발로 차 계단 모서리에 뒤통수를 박는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글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이수역 폭행 사건’ 청원에 약 35만 명이 사인했고,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로 단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영상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CCTV에는 여성이 먼저 남성의 목 부위에 손을 접촉한 뒤 서로 밀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또한 여성 측의 주장과 달리 남성 3명이 그 자리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게 남성 인권의 현실이다’, ‘남자는 잠재적 범죄자’ 등 의미 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어느 순간부터 ‘폭행 사건’이란 본질은 잊혔다. 단지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 중 누가 이길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이 퍼지면서 보인 성 분단의 조짐이 현재는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인해 가속화됐다. 이런 추세로 갈등이 심화되면 결국 ‘남-대한민국’과 ‘여-대한민국’으로 분단되는 상황이 오진 않을까 걱정된다. 또한 문제의 본질은 방치하고 사골마냥 똑같은 논리로 근거 없는 주장만 소리치는 모습을 보면, 이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왜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민족이 또 다른 분단을 조장하고 있을까? 취업, 연애, 결혼도 힘든 사회가 이젠 남자와 여자로 살기도 힘든 사회가 됐다. 이것이 진정한 ‘헬 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각에선 ‘남성 탓’, ‘여성 탓’을 하며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작작 좀 해라.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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