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갈등 없이 성장할 수 없다
[영봉] 갈등 없이 성장할 수 없다
  • 황채현 편집국장
  • 승인 2018.10.0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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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 번쯤은 대학이라 하면 봄기운 강한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이 즐겁게 생활하는 건강한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쉽사리 그 이면을 떠올리진 못한다. 필자가 약 3년간 대학부 기자로서 대학 사회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점은, 대학 사회는 참 아픈 곳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본 ‘아픔’은 다양했다. 학교 법인 정상화 과정에서 학교 법인과 학내 구성원이 마찰을 겪기도 했으며,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총장 직선제’를 논하며 서로간의 의견이 부딪히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 대학교 또한 여느 사립 대학교들처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은 우리 대학교가 직면한 큰 문제였다. 이에 따라 결정된 학부(과) 통폐합, 학부(과) 행정실 통합은 일부 학내 구성원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이러한 일뿐만이 아니더라도, 대학 곳곳엔 학내 구성원들의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봤던 그 아픔들을 돌이켜 봤을 때, 늘 학내 구성원 간의 갈등이 존재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늘 미숙했다.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갈등을 빚은 이유를 헤아리기보다, 갈등이 일어난 것 자체를 비판했다. 괜한 갈등을 빚어 학내를 시끄럽게 만들고 학교의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에 있어 이미지는 중요하다. 이에 따라 대학의 평판이 달라지며, 평판에 따라 대학의 선호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의 대외적 이미지만 고려한 채 그 속의 모든 갈등을 부정해선 안 된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공간에서 갈등이란 없을 수 없으며, 그 자체를 부정했을 때 건강한 학내가 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갈등이 무섭다는 이유로 아무도 의견을 내비치지 않는 조용한 대학이 과연 이미지가 좋은 대학일까? 그 조용한 대학은 누군가가 원하는 것처럼 대외적 이미지의 실추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발전하는 대학이 될 순 없다.

 현재 우리 대학교에는 아직 여러 갈등이 만연해 있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부터 제기됐던 문제들이, 졸업을 1년 남겨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슬프기도 하다. 이는 학내 구성원들이 빚었던 갈등만큼 원활한 소통을 빚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갈등의 봉합을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내어주는, 그 이름 모를 목소리들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한 사회에서 갈등이 시작됐을 때 이를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더라도 해결하는 것이 그 사회를 유지시키는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금의 그 목소리들은 사라진다. 그때 우리 대학교는 어쩌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여전히 활기차고 예쁠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의 상처가 곪아 있을지 깨끗이 치유돼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갈등을 멈추고 싶은가, 해결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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