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 박승환 기자, 김달호 기자, 윤신원 기자
  • 승인 2018.10.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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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한글은 1443년(세종 25)에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28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진 한글은 한 음절을 초성·중성·종성으로 구분한 최초의 문자로서 우리말을 나타내는 데 최적화돼 있다. 오늘날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적 원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세종은 왜 한글을 만들었을까?
 
 말소리가 한자와 통하지 않아=전문가들은 세종이 백성들을 교화하고 교육하기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국립한글박물관에 따르면 한글을 만들기 전, 세종은 농사를 돕는 책인 ‘농사직설’을 편찬해 백성들에게 배포했으나 한자를 모르는 대부분의 백성은 한자로 적힌 이 책을 읽지 못했다. 세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두, *향찰, *구결과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백성을 교화할 목적으로 편찬된 ‘삼강행실도’에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그림도 싣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내용을 완벽히 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세종은 백성들이 읽을 수 있는 문자의 필요성을 느꼈고, 음운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해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미미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사는 “기득권의 대표인 임금이 새로운 문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들었음이 놀랍다”고 말했다.

 삶에 녹아든 한글=한글 창제 초기에는 불교·유교 경전 등을 한글로 옮겨 적어 보급하는 언해 사업이 시행됐지만 한자를 사용하던 계층은 한글을 ‘언문’이라 부르며 천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 서민은 한글을 사용하고 기득권은 한자를 사용한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국립한글박물관에 따르면 편지, 임금에게 올리는 글, 물건의 목록, 수표 등 한글이 일상생활 속에서 실용적인 문자로 사용된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정조가 친척과 주고받은 한글 편지와 사대부 남성이 쓴 한글 편지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김미미 학예사는 “한글은 우리 말소리를 글로 나타내기 가장 적합하고 간편했기 때문에 기득권도 마냥 배척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1494년에는 한글이 공식 문서에 사용됐으며, 한글로 된 문학 작품이 만들어져 기득권만 즐길 수 있었던 문학 활동을 일반 백성들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후 1894년, 고종은 한글을 조선의 공식 문자로 선언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갸’부터 ‘한글’까지=1926년 음력 9월 29일에 ‘훈민정음 반포 480년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행사는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가 주최했으며, 한글을 공부할 때 발음하는 ‘가갸거겨’에서 이름을 따서 ‘제1회 가갸날’이라고 기념했다. 이후 1928년에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이 명칭을 ‘한글날’로 변경했고, 1940년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양력 10월 9일을 한글날로 선정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글날이 지정됨에 따라 한글이란 명칭이 대중화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한글은 만들어졌을 당시엔 ‘훈민정음’이란 이름이 붙여졌지만, 언문, 언자 등 이를 나타내는 공식 명칭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였던 1910년대에 주시경 선생이 ‘한나라 말’이란 용어를 사용했고, 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한나라 글’이란 말이 등장했다. 이후 1927년, 조선어연구회가 ‘한글’이란 잡지를 발행했는데 이것이 보급됨에 따라 한글이란 명칭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미미 학예사는 “훈민정음과 한글 모두 우리말을 뜻하지만, 한글이란 이름이 한나라 문자란 뜻으로 더 주체적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미미 학예사는 “한글은 단순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닌 우리 민족을 엮는 매개로서의 가치를 가지며, 사람들이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두: 한자의 음과 뜻을 이용해 우리말의 어순대로 문장을 표기하는 표기법

 *향찰: 우리말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말의 문법 요소와 어휘를 한자를 빌려 나타낸 표기법

 *구결: 한문을 우리말로 쉽게 풀어 읽기 위해 한자를 이용해 조사나 어미 등을 끼워 넣는 표기법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그녀 

지난 ‘2018 경상북도 문화콘텐츠 공모전’
에서 대상을 받은 진주민 씨의 작품

 한글을 알리고 한글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방식으로 한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우리 대학교 학생이 있다. 진주민 씨(시각디자인2)는 ‘2018 경상북도 문화콘텐츠 공모전’ 전통문양부문에 한글과 서민의 삶을 결합시킨 문양을 출품해 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그녀의 한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2018 경상북도 문화콘텐츠 공모전’에 참가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평소 한글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작품 디자인으로 나타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이 공모전을 알게 돼 서민의 삶과 그 의미를 한글로 나타낸 문양을 출품했죠.

 평소 한글에 관심이 많았나요?

 네. 관심이 많은 이유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 어머니는 주변 사물에서 한글의 모양을 찾아 제게 가르쳐 주셨어요. 예를 들면 달을 보고 ‘ㅇ’을 연상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런 방법을 통해 한글을 배우니 한글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자연스레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한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한글과 관련된 기념품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본은 히라가나와 카타가나를 이용한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우리도 한글을 활용한 머그컵, 옷 등 다양한 기념품을 만든다면 자연스레 한글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글에 자부심을 갖고 사랑하길 바래요. 우리는 익숙함에 속아 한글의 우수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은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스스로 한글에 자부심을 갖고 소중히 했는지 되돌아 봤으면 좋겠어요. 또한 한글 낙서 등 한글을 욕보이는 행동을 멈추고, 한글을 더 돋보이게 사용하길 바라요.

국립한글박물관을 소개합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계승하고 한글의 문화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4년 한글날에 개관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상설전시 ‘한글이 걸어온 길’과 다양한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본지 기자가 직접 국립한글박물관을 방문해 ‘한글이 걸어온 길’ 전시를 살펴봤다.

훈민정음 해례본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창제 3년 뒤인 1446년에 세종대왕과 8명의 집현전 학자들이 함께 쓴 책이다. ‘해례본’은 ‘글자에 대해 해설을 하고 예를 든 책’이라는 뜻으로 한글과 한자가 함께 포함됐다. 그 이유는 당시 한글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글을 알리기 위함이다.

정조의 한글 편지

 정조가 4살 무렵에 정조의 외숙모인 여흥 민 씨에게 보낸 편지다. 이 편지는 정조가 작년에 신던 버선이 작아져 신을 수 없으니, 버선을 외사촌인 수대에게 주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동생을 생각하는 정조의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다. 한편 편지에 적힌 ‘죡건’은 버선이며, ‘슈대’는 외사촌 ‘수대’를 뜻한다.

공병우 타자기

 ‘공병우 타자기’는 공병우가 1947년에 미국의 언더우드 사의 타자기를 한글 작성용으로 개조해 만든 것이다. 이 타자기는 문서를 빠르게 작성할 수 있어 ‘속도 타자기’로 불렸다. 반면 받침이 있는 글자와 없는 글자의 크기가 달라 ‘빨랫줄에 널린 짧은 옷과 긴 옷’과 비슷해 ‘빨랫줄 타자기’로 불리기도 했다.

한글과 광고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다양한 한글 광고를 전시한 것이다. 이 광고들은 당시의 유행을 반영한 표현 양식을 담고 있다. 또한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에 처음 등장한 한글 광고도 볼 수 있으며, 광고에 활용된 타이포그래피뿐만 아니라 라디오 광고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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