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If I Graduate Tomorrow
[넋두리] If I Graduate Tomorrow
  • 박승환 편집부국장
  • 승인 2018.10.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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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만약 내게 주어진 대학 생활의 마지막이라면 어떨까? 아마 항상 반복되던 대학 생활을 회상할 것이다. 머릿속에서 낡은 영사기가 털털 소리를 내며 추억을 상영하면 좋았던, 슬펐던, 부끄러웠던 등 모든 순간이 내 의지와 관계없이 떠오를 것이다.

 대학교 1학년, 교복을 벗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는 것에 설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공강 때는 모두와 어울리며 학교에서 마주치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점점 친구들은 학생회, 동아리 등 각자의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예전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적어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 만나지 않고 영대신문 학생 기자 생활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학교에서 만나도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인사를 하지 않게 됐다.

 또한 1학년 때는 영남대에 다니는 것이 부끄러웠다. 내 기대치보다 성적이 낮은 학교였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들은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권 대학에 진학했기에 더 비교됐다. 한 친구가 내게 “반수라도 해봐. 지방대에 다니긴 네가 아까워”라고 말했을 때는 진지하게 반수를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만약 반수에 실패하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것 같아 마음을 먹진 못했다.

 대학교 2학년, 내 생의 첫 여자 친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맛집을 찾아다녔으며, 함께 길고 짧은 여행도 갔었다. 사진을 찍는 등 여느 연인처럼 추억을 쌓았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은 영원하지 않았다. 한순간 모든 추억이 사라졌다. 이별은 생각보다 아팠다. 이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당시까지 갖고 있던 ‘신문기자’란 꿈을 포기했고, 가치관의 변화도 생겼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쉽사리 꿈을 찾진 못했고 진로에 대한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대학교 3학년, 더 이상 대학교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서울대든 연세대든 다 같은 학생이었으며 영남대 학생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그리고 내년이 마지막 대학 생활이란 생각에 평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학교 4학년, 정신없이 졸업 준비를 하다 보니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마라톤이 끝나면 끈이 끊어지듯이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받으면 내 대학 생활은 끝난다. 4년이란 시간이 유독 짧게 느껴진다. 아쉬움이 남는다.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것이, 후배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해준 것이, 교수님께 항상 존경했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것이. 이제야 선배들이 졸업식 때 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이해된다. 이제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가야 한다. 비록 나는 학교에 없더라도 내 20대는 학교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내게 수고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을 졸업을 앞둔 모든 학우에게 바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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