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무관심 속에서 피어나는 대학?
[영봉] 무관심 속에서 피어나는 대학?
  • 황채현 편집국장
  • 승인 2018.09.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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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서울대학교는 개교 72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들이 총장 선출에 참여했다. 총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많은 대학 중 학생들의 노력 끝에 희망적인 첫걸음을 걷게 된 것이다. 이처럼 대학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학생들의 크고 작은 움직임은 1980년대부터 지금껏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했을 때, 현재 대학 사회 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시위나 농성, 단식을 하는 등 어떠한 학내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주장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모든 대학생이 소수의 학생을 따라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안타까운 점은 대학 사회에 대해 무관심한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 총장의 이름이 뭐예요?”

 2년 전 필자가 ‘총장 선출 방법’에 대한 기획기사를 썼을 당시, 설문조사를 요청한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총장이 우리 대학교의 대표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대학 대표자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이번 호 대학기획을 준비하면서도 그 아쉬움은 계속 이어졌다. 필자는 각 학생자치기구의 공약 이행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학생자치기구가 무엇인지, 학생자치기구의 대표자들이 누구인지 몰라 설문조사를 거부한 학생들이 많았다. 더욱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지난해 학생자치기구 공약중간점검 당시에도, 이러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큰 것은, 학생들이 대학 사회에서 주요 구성원이 아닌 가장 소극적인 구성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을, 학생들의 탓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학 또한 책임이 있다.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는 등 오히려 주요 학내 사안에 학생들을 소외시켜, 학생들의 무관심이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또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논의보다는 무시를 택하는 대학들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학생들이 대학 사회에 관심을 두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대학의 역할이지만, 많은 대학에서는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이 주축이 돼 운영되는 대학에, 대체 왜 학생들이 무관심한지는 대학에서도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사실 학생들이 총장의 이름을, 학생자치기구들을 꼭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누구도 학생들에게 대학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자격도 없다. 하지만 우리 자신이 몸 담그고 있는 사회에 관심이 없다면, 그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학생들이 대학 사회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대학은 무관심의 무게만큼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대학 사회를 좀 더 관심 갖고 바라보길 바란다. 더불어 대학 또한 학생들이 학내 사안에 무관심하다고 아쉬워하기만 하지 말고,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비난이나 비판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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