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운 말을 통해 서로 존중하는 사회로!
[사설] 고운 말을 통해 서로 존중하는 사회로!
  • 영대신문
  • 승인 2018.09.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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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우리말 속담은 언어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오랜 경험을 반영한다. 이 속담은 우리가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에서 주고받는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감동과 공감을 불러오고, 또 그럼으로써 실제적인 빚뿐 아니라 마음의 빚까지도 면제받게 해 주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누구나 이 속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한다. 그러나 실천도 쉬운가?   

 필자는 영남대학교의 교원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 서울의 몇 학교에서 강사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다. 그 때 교정을 돌아다니다 보면, 오고가는 학생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데,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곤 했다. 대학생들은 지성인이다. 그리고 대학은 학생들이 지성과 덕성, 그리고 남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감성을 함양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다. 캠퍼스 교정에서 눈살이 찌푸려지곤 했던, 유쾌하지 못한 경험은 언어 사용의 문제와 관련해 교육의 장에서 일어나는 이상과 현실의 심각한 괴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외모상으로는 다들 훌륭하고 멋질 뿐더러, 공부도 열심히 해 깨우침도 많았을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정작 낯 뜨거운 비속어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심각한 괴리의 아이러니를 경험했던 필자는 영남대학교에 처음 왔을 때 학생들에게서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왜냐하면 나쁜 말을 사용하는 학생들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런 기대와 판단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어는 얼핏 보면 우리의 사고를 전달하는 하나의 텅 빈 형식, 도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어와 인간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단순한 도구라고 여겼던 언어가 역으로 우리의 사고를 지배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언어는 반복 속에서 우리의 습관을 형성한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말을 고려하면, 언어의 습관은 자신도 모르게 세상과 이웃을 판단하는 자세를 결정짓기도 한다. 예컨대 상대방을 개인적 차원에서든 집단적 차원에서든 나쁜 말을 통해 비하하는 언어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서운 공격성만이 남아 자신의 성격을 지배할 것이다. 언어의 폭력은 현실 속에서 더 끔찍한 폭력으로 이어지거나 그런 폭력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 콜럼버스가 1492년에 소위 ‘신대륙’이라는 거대한 아메리카를 발견한 이후, 유럽의 제국들은 앞다투어 아메리카를 정복했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을 ‘야만인’(savage)으로 통칭하거나 ‘사라지는 사람들’(vanishing people)로 간주했다. 야만인으로 비하하거나 곧 지상에서 소멸할 사람들이라 부르는 언어적 태도는 문명의 개발이라는 이유로 원주민들과 그들이 속한 환경을 황폐화시키고 착취하며 원주민들을 유럽인들에게 종속시키는 대규모의 비인간적 폭력을 정당화시켰다. 언어학자 로빈 톨매치 래코프(Robin Tolmach Lakoff)는 「전시에 언어가 가지는 힘」이란 글에서 적을 통칭하거나 탈인격화시켜 비하함으로써 살인행위에 따른 죄책감을 덜게 하는 무서운 언어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상대방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언어행위도 그 반복적 과정 속에서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무디게 하고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만큼 나쁜 언어의 사용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인간존중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나쁜 언어의 사용은 서로 공감하고 보듬어 주는 사회로 가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많은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여길 때 일어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우리말 속담을 잊지 말자. 필자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 고운 말의 사용을 습관으로 만들어 자기애의 좁은 굴레를 넘어 나의 이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천마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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