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당신의 미래를 디자인하라
[학술] 당신의 미래를 디자인하라
  • 박재호 심리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8.09.17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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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리샤 무어 박사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식사, 등교 준비, 숙제 등도 할머니가 다 돌봐 주셨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이든 어머니는 수학 교수로 늘 시간에 쫓겨서 자식을 돌볼 여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티가 12살이 되든 해 어느 날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냉장고 문을 열던 할머니가 문을 열지 못하고 냉장고 앞에 쓰러졌다. 놀란 패티는 이 층에 계신 엄마를 불러왔고, 두 분끼리 한참 얘기한다고 함께 이 층으로 올라갔다. 그 후부터 패티는 할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 후 2년 뒤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대학에서 심리학, 미술 그리고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패티는 그 당시 가장 유명한 뉴욕 소재 로웨이 디자인 및 광고회사에 취업했다. 첫 번째 부서는 냉장고 문을 디자인하는 팀이었다. 이 회사는 그 유명한 코카콜라 병을 디자인해서 세상을 놀라게 한 광고회사로 당시 남자직원은 175명이었으나, 여자 직원은 패티 단 한 사람뿐이었다.

 팀에서 패티는 냉장고 문을 디자인할 때 손이 불편한 사람, 나이가 많아 기력이 떨어진 사람, 그리고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 즉 익스트림 유저(extreme user)도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런데 팀에서 얻는 반응은 “패티, 우리는 병신을 위해서 냉장고 문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야”였다.

 그 후 몇 달이 지난 뒤 패티는 회사를 사직하고 약 2년간 미국과 캐나다 112개 도시를 순회하기 시작하였다. 즉 정상인과 달리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지각하고, 느끼고, 또 경험하는지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 각 도시들을 돌아다닌 것이다. 그녀가 한 이 체험이야 말로 오늘날 아마존이 세계최대회사로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에 해당한다.

 방송국 분장실에 근무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25세 패티는 85세 할머니로 분장하고 북미의 수많은 도시를 발로 걸어 다니면서 경험을 한 것이다. 그녀는 85세로 분장하기 위해 앞을 잘 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안경에 검은색을 칠하고, 다리를 붕대로 감아 불편하게 만들고, 어깨에 무거운 천을 잔뜩 넣어 꾸부정한 허리를 만들었으며. 흰머리 가발을 쓰고 지팡이를 짚고 노인 경험과 장애인 경험을 하면서 여러 도시를 전전한 것이다. 그녀의 진짜 목적은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나이가 많아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되면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자신이 직접 해 본 것이었다. 즉 제3자를 통한 간접경험이 아니라 관찰, 대화 그리고 당사자의 입장이 돼보기를 통해 직접 경험한 것이다.

 북유럽 노르웨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시, 디즈니의 “겨울왕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배경인 베르겐에서 만난 패티 무어는 자신이 한 경험이 오늘날 GM의 장애자용 자동차, 특수 목적의 Toyota 자동차, 그리고 GE의 의료기기 등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녀는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CEO이다.

 우리는 지금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VUCA World)에 살고 있다. 즉 변덕스럽고(V: volatile), 불확실하고(U: Uncertain), 복잡하고(C: Complex), 애매모호한(A: Ambiguous)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따라서 어제의 지식이 오늘은 유용하지 못하고, 내일은 어떤 새 지식이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나아가 지식의 반감기가 급격히 빨라져서, 우리가 대학을 졸업할 시점이 되면 그간 학습한 내용 절반 이상이 쓸모없는 낡은 지식이 되는 분야도 허다하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난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졸업 후 사회에 성공적으로 나가기 위해 대학 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은 무엇인가? 대학 교과목들이 제공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회가 요구하는 필수적 역량은 무엇인가?

 급변하는 환경이 요구하는 역량의 하나는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과정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별로 가르치지 못한다. 즉 창의력은 반복해서 몸에 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스킬이기 때문에 장기간 반복 학습하여 자기 몸의 일부분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창의력이란 거인을 몸속에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의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냥 깊은 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 셈이다. 여러분 주위에 노래 부르기를 싫어해서 노래방 가기를 극도로 기피하는 친구가 있는가? 미술이라고 하면 혀를 내두르는 친구가 있는가? 그런데 이들과 대화해 보면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또는 중학교 미술 시간에 자기가 부른 노래 또는 그린 그림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부정적 코멘트를 들은 것이 나이를 먹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뇌리에 깊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 창조적 자신감을 훼손시켜서 “나는 창의적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가지게 한 것이다. 이런 증상을 치료하여 창조적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이며 스탠포드대학 교수인 앨버트 밴 두라 박사가 있다. 그는 사람들이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뱀, 거미, 죽은 쥐 등과 같은 기피 동물을 성공적으로 만지게 하여 공포(phobia)를 제거시키는 치료법을 개발하였다. 즉 유도 숙달과 베이비 스텝으로 작은 단계를 거쳐 가면서 혐오대상을 맨손으로 만지게 함으로써 오랜 세월 두려워하고, 기피하고 나아가 접근하지 못하든 대상을 친숙하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밴 두라는 이 같은 포비아 극복이란 프로세스를 통해서 사람들은 “창의적 자신감”을 가진다고 하였다. 또한 일단 공포를 극복하고 “창의적 자신감”을 가지면 당사자는 연관되는 다른 분야에서도 긍정적 변화들이 나타난다. 즉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이 나타나고, 여러 사람 앞에서 발언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집단에서 남들을 리드하고 앞장을 서는 용기도 가진다는 것이다.

 VUCA 세상이 요구하는 역량에는 창의력 외에도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 능력,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방법, 타인들과 협조하는 능력 나아가서는 실패가 성공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실패도 환영하는 역량도 포함된다.

 실패의 경우 다음의 예를 보자. 즉 아기가 태어나서 걸음마를 걷는 데는 적어도 7,000번 이상을 자빠진다고 한다. 만일 어떤 유아가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바로 걸음을 걷는다면 이것은 기대하기가 어려운 일이 아닐까.   

 토론토대학의 로저 마틴 교수는 미래에 대한 준비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은 제안한다. 즉 우리는 과거 중심적 사고인 “분석적 사고”를 선호한다. 예를 들면 새롭고 다른 것을 시작하려면, 누가 그것을 해 보았는가 또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를 묻고 그들이 성공했다면 우리도 따라 하고자 결정한다. 여기에 비교되는 다른 미래지향적 사고법은 “타당성 중심 사고”이다. 즉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지금까지는 실제로 해본 적이 없어도 “가능성”을 보고 행동하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은 우리가 가진 사고능력을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에너지 80%는 지금까지 해 오든 학업, 일, 활동에 더 열심히, 더 잘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하도록 투입하지만, 나머지 20% 앞으로 다가올 미래, 아직은 오지 아니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투입하라는 것이다. 이런 디자인 싱킹에 익숙한 사람으로 디자이너들을 들 수 있다. 즉 이들은 지금이 가을이면 내년 봄에 유행할 패션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또 만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미래에 과연 지금 하는 일이 적중할 것인지 여부는 그때가 되어봐야 알지만 말이다.

 VUCA 세상은 단일 전공만 갖고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즉 인문과학을 하는 학생이 공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예술을 하는 친구들과 팀이 되는 것이 희망하는 성과를 얻는 데 절대로 필요하다고 한다. 즉 새롭고 다른 것을 만드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데는 기술(테크놀리지), 비즈니스, 그리고 인간중심의 가치 이상 3가지 원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기술만 가지고 접근하면 고객 및 시장이 이를 수용하는지 알 수 없고, 비즈니스 측면인 금융, 마케팅, 세일즈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반복해서 생산적인 활동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그 일이 인간의 가치(Human Value)에 보탬이 되는지 여부이다.

 해외여행 때 호텔 대신 가끔 사용하는 에어비앤비(Airbnb)나 바쁜 도시에서 택시 잡기가 어려울 때 이용 가능한 우버 등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성공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를 구현한 회사가 유니콘으로 짧은 기간에 글로벌 규모로 커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싱킹의 각 단계 및 접근법에 대해서 살펴보자.

 제1단계는 공감을 활용하여 진정한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관찰법, 질문법 그리고 이머젼(immersion)과 같은 방법을 활용한다. 빅 데이터를 이용하면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몇 명 왔는가는 파악 가능하나 이들이 “왜?” 오는지는 밝히지 못한다.

 제2단계는 공감을 통해 찾아낸 통찰로부터 쉽게 발견되지 않는 미묘한 문제인 wicked problem을 정의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어떤 문제 해결에 30일이란 시간이 있다면, 29일은 문제 정의에, 문제해결에는 1일만 투입한다고 하였다.

 제3단계는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것이다. 개인이 내는 아이디어는 조직에서 통과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팀 아이디어 발상이 중요하다. 또 아이디어 발상은 브레인스토밍, 브레인라이팅 등 몇 가지 자신이 잘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을 익혀서 사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제4단계에는 프로토타이핑이 해당된다. 이것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즉 말로 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게 즉 우리의 오관을 이용한 해법제시를 말한다. 여기에 활용되는 것은 그림으로 제시하기, 역할 연기해보기 등 다양한 방법이 포함된다.

 제5단계는 정의된 문제가 잘 해결되었는지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는 문제를 제기한 고객 즉 유저가 만족하면 이 프로젝트는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저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앞의 단계로 돌아가서 다시 “반복”하는 방법을 택한다, 반복은 기존단계에서 누락된 것, 잘못된 문제 정의 나아가 부족한 아이디어 발상 등 그 어느 단계로 돌아가도 무난하다.

 요약하면 디자인 싱킹은 비교적 최신 기법으로 최첨단 글로벌기업들 구글, 아마존, 에어비앤비, SAP 등이 선호하는 방법론이다. 국내에서도 삼성 및 LG에서 이를 새롭고 다른 것을 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바로 이 이유로 다수의 대학이 디자인 싱킹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교수님들이 강사가 되기 위해 학습하고 있다.

 지식의 반감기가 너무나 짧아진 오늘날 우리 모두 디자인 싱킹으로 무장하여 밝고 희망에 찬 미래를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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