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을 떠나요
관광을 떠나요
  • 김채은 기자, 윤신원 기자, 안재탁 준기자, 임시은 준기자
  • 승인 2018.09.17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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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7일은 관광의 날이다. 이는 관광산업의 발전과 도약을 다짐하고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과거에는 패키지 투어 형식으로 빠르게 즐기는 관광이 유행이었지만, 최근에는 자연의 흐름을 즐기는 관광과 비극적인 역사현장을 방문하는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변화하는 관광의 모습과 이러한 관광이 지니는 사회문화적 의의에 대해 짚어봤다.

 

강정고령보: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곳

 ‘강정고령보’, 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장소다. 이에 생태관광 체험의 일환으로, 생태관광지인 강정고령보를 가보기로 했다.

 대실역에 내린 후, 강정고령보를 향해 약 20분을 걸어 이동하니 눈앞에 멋진 전경이 펼쳐졌다. 때마침 광장 일원에서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개최되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드넓은 녹지와 멋진 예술작품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독자들에게 꼭 한 번 ‘강정고령보’를 가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봉무공원: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공원

 관광을 가기 전 검색을 통해 보게 된 ‘봉무공원’은 나비 체험장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렇게 특별한 것이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봉무공원’에 도착했을 때, 생각이 바뀌었다. 자연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그곳은 아름다웠고 그 안의 감동이 있었다. 봉무공원 자체도 좋았지만 나비 체험장은 마치 동화 나라 같았다. 도시에는 나비 한 마리를 보는 것도 힘든 실정이지만 이곳에는 수십여 마리의 다양한 나비를 볼 수 있었다. 정신없는 도시의 모습과 비교해 봉무공원이 가지고 있던 ‘자연스러움’은 오히려 특별함이었다.

학산공원: 우리가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

 학산공원은 1995년 4월에 발생한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위령탑이 있는 공원이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장소가 넓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몇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그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희생자의 고통과 아픔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희생자를 위해 애도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며 미래에 그런 일이 없도록 방지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경산코발트광산: 아픈 역사를 통한 교훈

 경산 코발트광산은 약 70여 년 전 대구·경북지역의 민간인 약 3천 5백여 명이 군경에 의해 희생당한 곳이었다. 희생자 중 대부분은 평범한 농민들이었고,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숙연한 마음을 갖고 희생자 위령탑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많은 사람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자들도 역사적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한 장소를 방문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다크투어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공존하는 관광

 대안관광은 자연환경의 파괴, 문화유적의 훼손, 지역사회의 전통 훼손, 관광지 지역주민의 경제적인 박탈감, 에너지와 자원 낭비 등 *대중관광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관광 형태이다. 이에 대안 관광의 종류 및 의의에 대해 살펴봤다.

  느리게 즐겨도 좋아=관광은 ‘관찰하면서 본다’는 뜻으로,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관광지를 천천히 둘러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는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에 본래 관광의 뜻이 퇴색돼, 단시간에 여러 곳을 둘러보는 ‘패키지 관광’이 성행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중관광은 자본 중심의 대규모 개발, 관광객 증가로 인한 관광지 주민들의 생활환경 악화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 손대현 한국슬로시티본부 이사장은 “관광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자연환경이 훼손돼, 해당 지역의 주민들 또한 자연스럽게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광지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슬로시티 운동’이 시작됐다. 슬로시티 관광지는 방문객을 통한 이윤 창출보다 관광지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우선으로 한다. 그중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 슬로시티 조건에 부합하는 도시는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은 ▲강원도 영월 ▲경기도 남양주 ▲경상남도 김해 ▲경상남도 하동 ▲경상북도 상주 ▲경상북도 영양 ▲경상북도 청송 ▲전라남도 담양 ▲전라남도 신안 ▲전라남도 완도 ▲전라북도 전주 ▲충청남도 서천 ▲충청남도 예산 ▲충청남도 태안 ▲충청북도 제천으로 총 15곳이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완도군을 방문한 관광객은 8만 8,000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34만 4,000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황지욱 전북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슬로시티는 천천히 관광지를 즐길 수 있기에 현대인의 훼손된 인간성을 찾도록 한다”며 “앞으로의 관광은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관광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연과 친해져요=생태관광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관광 형태이다.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생태관광은 생태계 및 자연경관이 우수한 지역에서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관광으로 정의된다.

 대중관광의 경우, 인간 중심적이기에 관광지의 자원과 문화를 파괴하는 등 여러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에 1980년대 후반, 대중관광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생태관광이 나타났다. 이주희 대구대 교수(생태관광치유학전공)는 “자연 및 관광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대중관광의 문제점으로 인해 생태관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태관광은 정부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지역의 생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생태관광지를 육성하거나 여러 관련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경상남도는 창원 ‘주남저수지’와 하동 ‘탄소 없는 마을’을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지정함으로써, 생태관광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기도 했다. 임충규 경북대 교수(생태환경관광학부)는 “생태관광은 관광객에게는 휴식을, 지역주민에게는 소득을 제공한다”며 “이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생태관광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대중관광: 일상과 다른 자연과 문화를 비교적 저렴하게 즐기는 목적의 관광

 *지속 가능한 관광: 관광의 개발이나 이용 정도를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하는 여건을 훼손하지 않고 현세대의 욕구에 부응하는 수준에서 이뤄내는 것

다크투어, 아픈 역사를 기억하다

 ‘다크투어’는 참상이 벌어진 역사적 현장이나 자연재해 현장을 방문해 해당 장소와 관련된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는 관광이다. 최근 다크투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역사를 왜곡하는 일부 다크투어 관광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다크투어의 사회문화적 의의와 논란에 대해 알아봤다.

 아픈 역사에 담긴 의미=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6년 11월에 개최된 ‘4·3문화예술운동의 과제와 60주년’ 토론회에서 ‘다크투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정근식 서울대 교수는 ‘제주 4·3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다크투어를 제시했다.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비극적 참사가 발생한 사건을 기리기 위한 장소를 조성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구시는 지난 2008년 12월, 2003년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대구시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했다. 전성현 동아대 교수(사학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다크투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고안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다크투어의 의미를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다크투어 관광지인 ‘제주 4.3길’의 방문객 수는 9,141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해당 관광지를 방문한 3,466명보다 163.7%(5,675명) 증가한 수치이다. 이처럼 다크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다크투어를 주제로 한 대중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신세계’ 극단은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등 재난현장을 찾아가 연극을 공연했다. 더불어 지난 8월 EBS는 ‘난생처음 다크투어’라는 다크투어에 관한 교양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다. 이에 백가윤 제주 다크투어 대표는 “해당 사건을 교훈삼아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대중들이 다크투어에 대해 더 많이 관심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크투어, 그 논란에 대해=한편 일각에서는 다크투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다크투어와 연관성이 부족한 지역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거나 일부 지역의 역사를 왜곡하는 사례가 있어 논란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대구 중구청은 달성공원 부근에 ‘순종어가길’을 조성했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순종어가길’은 1909년 순종이 일제의 강압으로 남서순행을 가던 중 대구에 들렀던 역사를 기리기 위해 개발된 다크투어 관광지이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대구 지부 등 24개 시민단체는 순종이 남서순행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치지 않았다며 역사 왜곡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건설환경도시공학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다크투어 관광지를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개발하는 경우, 이는 해당 지역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김민주 작가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들이 다크투어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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