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몰래 지켜보는 눈, ‘몰카’
어디선가 몰래 지켜보는 눈, ‘몰카’
  • 김달호 기자, 김태훈 준기자, 정성진 준기자
  • 승인 2018.09.17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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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를 일상생활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몰카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상대방의 신체 일부를 촬영하는 범죄이다. 몰카는 우리가 피하기 힘들 정도로 사회에 다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사회는 몰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몰카를 두려워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찍힌 내 모습

 지난해 7월, SNS에 ‘서울 마포구 신촌역 여자화장실에 몰카로 의심되는 구멍을 찾았다’는 글이 게시됐다. 이 게시글이 확산됨에 따라 전국 공공화장실에서 몰카로 의심되는 구멍이 있다는 신고가 줄을 이었으며, 실제로 일부 구멍 속에선 몰카가 발견됐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공화장실 사용을 꺼리게 됐고, 사용하더라도 휴지, 옷 등으로 몰카가 의심되는 지형지물을 가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많은 장소에서 몰카 범죄가 발생해 더 이상 집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늘어나는 몰카 범죄=몰카는 1991년, 촬영자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락의 의미로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1997년, 서울의 한 백화점이 보안을 이유로 여자 화장실 내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되며 범죄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워터파크 몰카 사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공공화장실 몰카 사건’ 등 몰카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범죄의 의미가 더 강해졌다.

 지난해 8월 경찰청이 공개한 ‘2017 몰카 범죄 사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400건이던 몰카 범죄는 2017년 6,470건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몰카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가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혁 광운대 교수(미디어학부)는 “전자기기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몰카를 촬영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몰카를 범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몰카가 증가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경운 경기남부경찰청 홍보기획계장은 “몰카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은 사진과 영상을 상업적인 용도로 유포하기 위해 몰카 범죄를 저지른다”고 밝혔다.

 심각한 문제가 되다=우리 대학교 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자신도 몰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앙케트를 실시한 결과, ‘그렇다’고 응답한 학생이 90%(360명)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몰카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몰카 범죄가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부산여성회가 20대 여성 1,017명을 대상으로 ‘몰카를 두려워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52.6%가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 답했다.

 이렇듯 몰카는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므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몰카로 인해 사생활이 공개된 피해자들은 큰 수치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한 몰카 사진 및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됨에 따라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몰래 촬영하는 성관계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가 대표적이다. 김경운 계장은 “몰카 사진과 영상은 온라인상에 유포되면 완전히 삭제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워 피해자들이 평생 고통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자들이 몰카 촬영을 하는 이유가 관음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관음증은 성도착증의 한 종류로써 다른 사람의 신체 일부를 몰래 관찰하거나 촬영하는 행위에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관음증 환자들은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시키고 싶은 심리를 갖기 몰카를 촬영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법적 논란과 예방하기 위한 노력

 20대 여성 A 씨는 우연히 전 남자친구와 함께 찍힌 몰카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음을 알게 됐다. A 씨는 이에 분노하며 유포자를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리고 수치심을 무릅쓰고 몰카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음부가 촬영되지 않았으므로 유포죄 적용이 힘들다고 말했다.

 법적 처벌 잘 이뤄졌는가?=현재 몰카 범죄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법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가 유일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 법의 조항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등을 간접적으로 촬영할 경우 처벌할 수 없다. 또한 법에 명시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이란 내용의 기준이 모호해 몰카 사진 및 영상의 노출 수위에 따라 유무죄 판결이 달라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흡해 몰카가 증가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발표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몰카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에 따르면 몰카 사건 중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배진혁 변호사는 “몰카 영상의 유포, 피해자와의 합의, 전과 등을 고려해 몰카 범죄의 처벌 수위가 정해지므로 몰카 영상을 온라인 유포하지 않았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몰카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선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강화하지 않아도 몰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정원 교수(법학과)는 “현재 몰카 범죄에 대한 법은 초범에게는 처벌 수위가 약하지만 전과가 있는 경우엔 충분히 강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나 그 주변 사람들이 몰카를 발견했을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몰카 예방과 피해자 지원=몰카 범죄가 심화됨에 따라 우리 지역에서도 몰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매일 두 차례씩 주기적으로 여자 화장실 몰카 점검과 몰카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는 ‘지하철 불법 촬영 점검단’을 운영하고 있다. 최연경 여성청소년 수사계 담당자는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몰카 설치 여부를 상시점검하고 단속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교도 몰카 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KT 텔레캅은 몰카 탐지 장비를 이용해 여자 화장실, 탈의실, 휴게실을 중심으로 몰카 전수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최희철 KT 텔레캅 대리는 “교내 모든 건물의 여자 화장실 칸막이마다 비상벨이 설치돼 있으니 몰카를 발견한다면 즉시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몰카 피해를 입었을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전화 혹은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린 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파악해 지속적인 상담과 사후처리 방법 안내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몰카 사진 및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경우, 유포된 사이트 등에 도움을 주고 삭제를 명령 하기도 한다. 여성가족부는 “몰카를 촬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유포된 몰카 사진 및 영상을 유포하고 보는 것도 불법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몰카, 확인하자

 일상생활 속에서 몰카가 의심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특히 공중화장실을 갔을 때 문과 벽에 구멍이 뚫려 있다면, 이 구멍 중엔 몰카가 있지 않을까 걱정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몰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 휴지로 구멍을 막기만 한다. 이에 손혜영 몰카 탐지 전문가를 만나 몰카 확인법을 알아봤다.

 1. 벽과 문에 의심스러운 구멍이 있다면 실핀 등의 뾰족한 물건으로 찔러 봐라. 만약 카메라가 있다면 파손될 것이다. 이 외에 갖고 있는 휴지, 옷 등으로 구멍을 막는 방법도 있다.
 

 2. 휴지통, 구석 등에 의심스러운 물건이 있다면 카메라에 빨간 셀로판지를 붙여 찍어봐라.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트리면 빛에 반사돼 몰카가 드러날 것이다. 이때 동영상으로 촬영한다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이 방법으로도 발견되지 않는 적외선 카메라라면 화장품 파우더 등 가루를 뿌려봐라. 뿌려진 가루를 통해 적외선의 빨간 선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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