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순위 정하는 사회
[영봉] 순위 정하는 사회
  • 황채현 편집국장
  • 승인 2018.09.0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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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TV에서, 가수 지망생들을 평가한 후, 그들에게 순위를 매겨 가수로 데뷔시키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가수 지망생들은 자신의 등수가 쓰인 스티커를 붙인 채 평가받았다. 몇몇 지망생은 낮은 등수를 받으면, 본인이 하위권이라는 자괴감을 느끼곤 했다. 이처럼 TV 프로그램 속의 작은 세상에서, 그들의 행복은 등수에 따라 결정됐다. 사람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다 준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보여주기도 했다.

 늘 등수를 매기고, 상위권과 하위권을 나누는 사회. 하위권에 속한 사람들은 때때로 열등하다는 낙인을 받고, 하위권에 속해 있다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 모두 이러한 사회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등수가 적힌 성적표를 받는다. 또한 성적표에 적힌 등수에 따라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나눠진다.

 필자 또한 학창시절, ‘성적’이라는 기준으로 남들에게 평가받곤 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남들에게 필자는, ‘황채현’이라는 사람 자체가 아닌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돼 있었다. 많고 많은 것 중 단지 공부를 잘하지 못했을 뿐인데,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하위로 분류된 것이다.

 상위권과 하위권을 나누고 이에 대해 낙인을 찍는 것이 비단 우리 주변의 일만은 아니다. 대학 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입시 결과가 높거나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은 ‘명문대’로, 입시 결과가 비교적 낮은 대학은 소위 ‘지잡대’로 불리며 대학 서열이 나눠진다. 이에 학생들 또한 소속된 대학의 서열에 따라 다른 사회적 시선이나 인상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은 여전히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교육부가 세운 기준 아래에서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들은 ‘부실 대학’이라는 꼬리표가 생긴다. 해당 대학에 소속된 학생들 또한 자연스레 ‘부실 대학에 다니는 학생’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어떤 대학이든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학교임에도, 특정한 기준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욱 깨달아야 할 점은 이러한 대학 서열화가 이미 너무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몸 담그고 있는 사회에는 공부, 대학, 외모 등 여러 가지에 특정한 기준이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그 기준에 익숙해져서, 무의식 중 수많은 이들을 순위 매기며 바라봤을 수 있다. 그리고 속으론 ‘나는 이 중 몇 등일까?’라고 생각하며, 주관적인 기준 속에서 압박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무의식 중 매긴 서열은 누군가에게 혹은 자신에게 잔인한 화살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훗날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느끼는 압박감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선, 이에 대해 각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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