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건전한 축제를 위해
[나도 칼럼리스트] 건전한 축제를 위해
  • 전영은(통계학 석·박사 통합 1기)
  • 승인 2018.09.03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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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꿈꾸던 대학교에 입학한 파릇파릇한 새내기 시절, 가장 기대하는 ‘대학생활 BEST3’를 선정하자면 ‘축제’가 분명히 들어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축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학교 축제! 날씨까지 완벽한 5월! 수많은 사람, 끝이 보이지 않는 주막, 맛있는 음식포차, 즐거움 게임에 흥겨운 분위기와 쉽게 볼 수 없는 연예인들의 공연까지! 하지만 신나는 축제만큼 사고가 잦은 위험한 날이기도 하다. 이는 다 ‘음주’로 인한 사고가 너무 잦기 때문이다. 흥겨운 분위기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과한 음주를 함으로써 일어나는 사고를 매해 뉴스마다 볼 수 있다.

 최근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전달하였다. 이는 축제 기간 동안 주류 판매 허가 없이 주점을 운영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니 예방 차원에서 협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이번 해에 많은 대학이 ‘술 없는 축제’에 동참해 주막에서 술 판매를 금지하고 보다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통해 더욱 풍성한 축제를 만들도록 노력했다.

 이번에 우리 대학교도 교육부의 공문에 동의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주막에서 술을 팔지 않으면 도대체 축제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필자는 대학 4년 내내 주막에서 술을 판매하던 시절의 축제를 즐겼다. 비록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술자리의 흥겨운 분위기를 좋아해 말만 들어도 기분이 들뜨던 ‘축제’ 기간마다 주막에서 술을 조금씩 마시며 흥겨운 분위기를 더 즐겼었다. 그래서 이번 축제는 가장 먼저 걱정이 됐다. 술이 없으면 무엇으로 흥겹게 분위기를 더 띄울까….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는 다 괜한 걱정이었다. 술 판매는 금지했지만 반입은 가능했기에 학교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대량으로 술을 구입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판매를 금지시킴으로써 오히려 술 구매 욕구를 더욱 불러일으키는 축제였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술병들이 부딪치는 딸랑딸랑 소리가 가득했으며, 심지어 박스로 사서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주막에서는 술 한 병에 4,000원 정도로 가격을 매겨 비싸서 많이 마실 수 없던 것을, 더 싼 값에 편의점에서 살 수 있기에 사람들은 한가득 사 오는 것이었다.

 주막 수익금은 주막을 운영한 학부(과) 학생들이 더 좋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부(과) 주막에서 목격했던 텅 빈 테이블들은, 주막을 운영함에도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음식과 대량 술 구매로 인해 늘어난 쓰레기들은 청소하시는 분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술 없는 축제’에 동참한 것이 아닌,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번 축제는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수많았던 주막들이 반으로 줄여졌으며 심지어 같은 학부(과) 학생만 출입이 가능한 주막도 있어서 실제로 들어갈 수 있는 주막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선택폭이 좁았던 주막 대신 잔디밭에 앉아 배달음식과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역시도 너무 비싼 주막음식으로 인해 차라리 시켜 먹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들이 불러일으킨 결과였다. 이를 보며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대학교는 볼거리나 즐길 거리라도 늘어났다지만, 우리 대학교는 작년 축제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건전한 축제를 만들려면 정말 더 큰 노력이 필요하고 앞으로 많은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수많은 노력과 시도들로 우리 대학교만의 건전하고 재미난 흥미로운 축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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