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FEMINISM
  • 김달호 기자, 김태훈 준기자, 정성진 준기자
  • 승인 2018.09.0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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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다는 뜻의 ‘페미나’에서 파생된 단어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봤다.

“Girls Can Do Anything”

 1913년 영국의 여성운동가 에밀리 데이비슨은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외투를 두르고 국왕 조지 5세의 경주마가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몸을 던져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은 참정권과 평등권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여성운동을 펼쳤다. 이러한 서양의 여성운동은 현재 페미니즘으로 이어져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경우는 어떨까?

 여성이 세상에 외치다=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반 일부 대학에서 여성학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여성운동이 시작됐고, 많은 여성단체가 결성됐다. 이후 1987년, 다양한 여성단체가 모여 만들어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 인권 증진과 성 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앞장섰다. 특히 1997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을 선언하고, 호주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호주제는 부(父)를 중심으로 가족 관계를 등록하는 제도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호주제가 남성 우월의식을 조장하고 성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후 1995년 5월, ‘호주제폐지운동본부’를 발족함으로써 본격적인 호주제 폐지 운동을 펼쳤다. 이에 2005년 2월, 헌법 재판소는 호주제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결국 호주제는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2008년에 최종 폐지됐다. 호주제가 폐지됨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가 사라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2008년의 여성의원 비율이 전체 국회의원의 14.4%로 2004년의 비율인 13%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계를 보였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지난 2016년, 화장실에 숨어있던 남성이 23세 여성을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여성혐오로 인한 범죄라 주장했고,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운동이 일어났다. 특히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여성의 권익을 신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쪽지를 붙이는 포스트잇 시위를 이어나갔다. 손승영 동덕여대 교수(여성학과)는 “이 사건을 계기로 대중들도 포스트잇 시위에 참여하는 등 여성 권익 신장 운동에 동참하면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올해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의 성폭력 실상을 고발함에 따른 미투 운동이 시작됐고, 급속도로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이 확산됐다. 실제로 지난 4월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18년 2월 12일부터 3월 16일까지의 도서 판매부수’에 따르면 판매된 페미니즘 관련 서적 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4만여 권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확산됨에 따라 성 평등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양성평등 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고용기회 평등성 제공,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등의 정책을 통해 성 평등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이 변화하는 이유

 지난 7월 31일 미디어연구센터가 20대에서 5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탈코르셋 운동, 혜화역 시위에 대한 입장’에 관해 물어본 결과 약 72%가 “이러한 운동으로 인해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심화됐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다수 대중들이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확산될 당시는 환영받던 페미니즘이 지금은 왜 손가락질을 받는 것일까?
 
 남성혐오, 여성우월=일각에선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본래 목적과 다른 양상을 보임에 따라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은 성 평등을 목적으로 등장했지만, 워마드 등의 여성우월단체에서 자신들을 ‘페미니스트’라 소개하고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의 의미로 사용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의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증가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는 사회가 페미니즘을 외면해 페미니즘이 변질됐다고도 주장한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과)는 “페미니스트들은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회가 이를 거절하면서 페미니즘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는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에서 급진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오세라비 사회연대공동포럼 대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는 페미니즘 운동은 192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레디컬 페미니즘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레디컬 페미니즘이란 성 평등을 넘어 여성 우월을 주장하는 급진적 페미니즘을 뜻한다. 오세라비 대표는 특히 지난 5월 몰래 카메라 편파수사에 반발하며 일어난 혜화역 시위에서 워마드 등 일부 페미니스트 단체와 페미니스트들은 “수컷 학대” 등 남성 비하 단어를 내걸며 시위를 이끄는 급진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즘에 병든 사회=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페미니즘 여성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문제를 야기했다. 위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런 운동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혐오가 심해졌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약 80%에 달했다. 또한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는 “현재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보인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페미니즘을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페미니즘을 배척하는 ‘페미니즘 백래시’로 발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한국여성민우회가 조사한 ‘올해 페미니즘 백래시에 의한 피해사례’에 따르면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는 등 182건의 백래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미니즘과의 공생을 꿈꾸며=일부 전문가들은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윤상철 교수는 “페미니스트와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페미니즘에 관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가 유치원·초·중·고등학교 교사 636명을 대상으로 ‘유치원·초·중·고등학교 내 여성차별단어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으로부터 여성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는 응답이 약 60%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2월 ‘페미니즘 교육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는 “배워야만 혐오가 차별이자 폭력임을 알 수 있고,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며 페미니즘 교육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와 공생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상철 교수는 “페미니즘과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세라비 대표는 “우리 사회와 페미니즘이 공생하기 위해선 페미니스트들이 먼저 포용적인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해하고 있는 당신에게

 아마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을 주장하지 않아?” 혹은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와 같아!”라고 하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 페미니스트 A 씨와 함께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페미니즘에 관한 오해를 하나씩 짚어보자.

 오해 ①: 페미니즘은 여성우월, 남성혐오를 주장한다.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역할이 정해지거나 여성보다 남성의 사회진출이 유리한 사회 구조를 바로잡고자 하는 운동이에요. 그렇기에 페미니즘이 여성우월과 남성혐오를 주장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오해예요. 간혹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이를 주장하는데 이는 극히 일부의 잘못된 의견이란 것을 알아주길 바라요.

 오해 ②: 페미니즘은 연애와 결혼을 반대한다.

 페미니즘은 모든 연애와 결혼이 아닌, 가부장적 사상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연애와 결혼을 반대하는 것이에요. 이처럼 한쪽이 억압당하는 연애와 결혼을 방지하기 위해선 ‘서로가 독립적인 존재이고, 존중받아야 한다’란 사실을 명심해야 돼요.
 
 오해 ③: 페미니즘은 여성만 사회적 차별을 당한다고 말한다.

 페미니즘도 남성이 겪는 사회적 차별을 알고 있으며, 이해하고 있어요. 예를 들이면 남성이란 이유로 힘이 드는 일이나 궂은일을 모두 맡아야 한다거나 남성들만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는 것들이 있죠.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선 여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남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도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해 ④: 페미니즘은 과거에 비해 지금은 필요 없는 운동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페미니즘이 필요한 영역이 많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예전에 비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출산을 하거나 나이가 들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 등 불합리한 여성 차별이 존재해요. 따라서 이러한 차별을 없애고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 페미니즘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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