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옷에 낭만을 입히고 싶어요”
[천마로를 거닌 사람] “옷에 낭만을 입히고 싶어요”
  • 황채현 기자, 박승환 기자
  • 승인 2018.09.0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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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작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이러한 소설의 분위기를 옷으로 나타내는 디자이너가 있다. 이는 바로 우리 대학교 의류학과를 졸업한 이유정 디자이너(의류학과89)이다. 그녀는 2015년, ㈜SYSL을 설립해 다양한 여성 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이에 그녀를 만나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계기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을 들어봤다.   

 영남대학교 의류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예를 했던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원단을 재봉하는 것에 익숙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상 제작에 관심이 생겼고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게 됐죠. 이에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자 의류학과에 진학했어요.

 의류학과 진학 이후, 대학 시절에 했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통기타 및 밴드 동아리 부원으로 활동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음악을 좋아했기에 전공 공부보다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어요. 비록 실력이 부족해 도중에 그만뒀지만요.

 대학 시절, 의상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류학과는 전공 과제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은 학과였어요. 하지만 당시 공부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기에 늘 낮은 학점을 받았죠. 이후 대학교 3학년으로 진급하면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학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에 매일 도서관을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대학 졸업 후 여러 극단에서 무대의상 제작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무대 의상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반 회사에 취업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어떤 일에 열정을 쏟아 부을지 고민하다, 평소 좋아했던 연극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대 의상을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다양한 무대 의상을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대 의상이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연출가로부터 혼났던 게 기억에 남아요. 당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의상을 전부 담당하다 보니 바쁘고 정신이 없었어요. 밤을 새가며 의상을 준비했는데, 혼이 나니 서러웠죠. 그날 극단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혼이 난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펑펑 울었어요. 하지만 돌이켜 봤을 때 그날의 경험은 더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이었던 것 같아요.

 현재도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무대의 의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대 의상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무대 의상은 제게 ‘첫사랑’ 같은 존재예요. 디자이너가 되기 전부터 온 열정을 모아 만들었던 의상이기 때문이죠.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발을 내딛었던 사회도 연극 무대였기에, 이는 제게 애정이 큰 공간이에요. 

 의상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성공이 보장된 직업이 아니다 보니 부모님께서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부모님께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길 바라셨죠. 하지만 디자이너가 되려는 의지가 워낙 완강했기에, 부모님께서도 저를 믿고 지원해 주셨어요. 

 디자이너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무대 의상이 아닌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웨딩드레스를 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무대 의상이 극의 등장인물을 돋보이게 해 주 듯 웨딩드레스는 결혼식이라는 특별한 무대에서 신부를 돋보이게 하는 의상이에요. 웨딩드레스 또한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무대 의상만큼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웨딩드레스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디자이너로서 많은 패션쇼 무대에서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패션쇼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연극에서 무대 의상을 담당할 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인공을 빛내주는 역할이었어요. 하지만 패션쇼에서는 오로지 디자이너가 주인공이에요. 또한 무대 의상의 경우 극의 상황과 등장인물의 성격에 따라 디자인되지만,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의상은 전부 디자이너의 개성이 묻어나요. 그렇기에 패션쇼는 디자이너로서의 내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예요.

 패션쇼에서 당황스럽거나 실수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다행히 크게 실수했던 순간은 없었어요. 하지만 모델이 깜빡하고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런웨이에 서는 등 사소한 실수는 종종 했던 것 같아요.    

 본인이 제작한 의상 중 가장 만족스러운 의상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제작한 의상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의상은 아직까지 없어요. 모든 의상마다 디자인 측면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의상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에요. 

 현재 ‘리엘바이 이유정’이라는 의류 브랜드를 개시해, 웨딩드레스 및 파티 드레스, 기성복 등 다양한 여성 의류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리엘바이 이유정’만의 색깔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리엘바이 이유정’이 담고 있는 가치관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낭만’과 ‘사랑’이에요. 저는 옷을 입는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의 낭만이나 소녀 감성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요. 또한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처음 옷을 만들었던 것처럼 저 또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옷을 만들고 있어요. 이러한 가치관이 ‘리엘바이 이유정’에 담겨 있죠.

 ‘리엘바이 이유정’은 현재 대구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이를 위해 했던 노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일했던 것 같아요. 매일 의상 디자인에 매진하느라 바빴죠. 하지만 저만의 노력으로 ‘리엘바이 이유정’을 성장시킨 것은 아니에요. 부모님이나 남편과 같은 주변인들의 격려가 있었기에 지금의 ‘리엘바이 이유정’이 있는 것 같아요.  

 의상 디자이너로서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리엘바이 이유정’을 개시한 후, 의상 디자인과 브랜드 경영을 병행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디자이너로서 의상 제작에만 집중하고 싶기도 하지만, 의류 브랜드를 경영하는 것 또한 디자이너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기에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앞으로 제작해 보고 싶은 의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의 영화를 제작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의상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의 영화에는 낭만적이고 순수한 분위기가 녹아 있어요. 이러한 분위기가 ‘리엘바이 이유정’에 담긴 가치관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에 언젠가는 꼭 그와 함께 일해보고 싶어요.

 의상 디자이너와 대학 교수를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상 디자이너와 타 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를 겸임했기에 정말 바빴어요.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강해, 강의 준비만큼은 착실히 했죠. 여행용 가방에 강의 자료를 한가득 넣어 다녔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도매시장을 직접 찾아가 디자인에 필요한 원단을 보러 다니기도 했어요. 학생들과 함께 즐거웠던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훗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교수직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샤넬이에요. 샤넬은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디자이너들의 롤모델일 거예요. 디자이너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억되고 존경 받기 때문이죠. 저 또한 샤넬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디자이너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제가 만든 옷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예요.

 의상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열정과 끈기가 있어야 해요. 대학시절, 저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어요. 학과 학생들 중에서 비교적 하위권의 성적을 받았던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늘 열정적으로 일했고, 힘든 일이 있어도 끈기 있게 버텼어요.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열정과 끈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 또한 디자이너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어요. 그렇기에 여러분에게 무조건 꿈만을 위해 좇아가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희망만 갖고 버티기엔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 많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을 택하고자 한다면 용기 있게 도전하길 바라요.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내 주위에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가 있었다. 그 후배는 재봉틀만 있다면 옷을 원하는 대로 수선할 수 있었고, 손수건 등의 간단한 물품도 직접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역시 디자이너는 재능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구나’란 생각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유정 선배님을 인터뷰하며 지금까지의 생각을 반성하게 됐다.

 선배님은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과 끈기’라고 말씀하셨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과 끈기를 갖고 임한다면 재능이 부족해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들으니 재능이 있어야 디자이너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그 후배 또한 옷을 스스로 수선하고 간단한 물품을 만들만큼의 실력을 쌓기 위해 오랜 시간 끈기를 갖고 많은 열정을 쏟았을 것이다. 당시 “정말 많은 노력을 했구나”가 아닌 “재능이 좋네”란 말을 건넨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유정 선배님과 인터뷰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모습은 단연 자신이 좋아하는 얘기를 할 때였다. 선배님은 그 누구보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옷 디자인과 관련한 얘기를 해주셨다. 꽤 오랜 기간 디자이너로 일했음에도 여전히 그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끈기와 열정을 갖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글을 통해 꿈에 대한 자신감과 깨달음을 주신 선배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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